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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로 세상읽기] 대통령 탄핵, 최순실보다 세월호가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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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로 세상읽기] 대통령 탄핵, 최순실보다 세월호가 문제였다

입력
2016.12.1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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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가결되었다. 지난 9일 국민들의 높은 관심 속에 재적의원 300명 중 찬성 234표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최순실 게이트’로 시작된 그간의 사태는 ‘박근혜 게이트’로 변화하여 헌정 사상 두 번째의 대통령 탄핵에 이르게 했다. 탄핵을 가능하게 했던 힘은 무엇보다 광장에 나타난 민심이었다. 정치권에서 내년 대선과 각 당의 이해가 맞물려 복잡한 셈법이 오갈 때에도 광장에서의 국민들은 진중하고, 또 준엄하게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대통령 즉각 퇴진은 어느새 마땅히 그러해야 할 당위(當爲)가 되어 있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탄핵과 관련한 광장의 소리를 분석하였다. 지난 두 달간 대통령 퇴진에 대한 민의(民意)는 얼마나, 또 어떻게 나타났는지 살펴보면서 전반적인 양상과 그 추이를 파악해 보았다.

대통령 3차 대국민담화를 계기로 탄핵 언급 급증

데이터의 추출 기간은 이번 대통령 탄핵을 촉발시킨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 10월 13일부터 탄핵 가결 후 7차 촛불집회가 열린 12월 10일까지다. 분석에 활용된 키워드는 SNS인 트위터를 대상으로, 대통령의 퇴진과 관련하여 언급 빈도가 높았던 ‘탄핵’과 ‘하야’를 우선 설정하고, 1차적인 분석을 통해 지속적인 연관어로 나타났던 ‘세월호’ ‘7시간’ ‘최순실’ 등도 함께 살펴보았다.

먼저 하야와 탄핵을 키워드로 했을 때, 초기 시점에서는 전반적으로 ‘하야’에 대한 언급이 ‘탄핵’에 비해 높은 수치를 보이다가 11월 19일 4차 촛불집회 이후 탄핵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급격히 증가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같은 시기에 볼 수 있는 특징적 현상은 ‘세월호’ ‘7시간’에 대한 언급도 급증했다는 것이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의 행적 중 7시간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지만, 이에 대한 청와대의 답변은 모호하기만 했다. 그러던 중 11월 19일 청와대는 홈페이지를 통해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의 행적을 ‘이것이 팩트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설명했다. 청와대는 이전까지 단편적으로 나타났던 행적을 시간단위로 적시했지만,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의구심만 증폭시키고 진실 규명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더욱 커지게 되었다.

이후 탄핵에 대한 언급이 급증하게 된 시기는 11월 29일이었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은 세 번째 담화를 발표했는데, 검찰 조사를 회피하여 국민들의 분노를 돋우고 있는 상황에서 책임회피성 발언과 진퇴를 국회에 맡기겠다는 언급은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붓는 형국이 되었다. 즉각 퇴진이나 자진 사퇴가 불가능해졌다고 느낀 민심을 ‘탄핵’으로 모으는 계기가 된 것이다.

탄핵 연관어, ‘박근혜’와 ‘세월호’가 두드러져

이번에는 탄핵 가결 이전 시점과 이후 시점으로 구분하여 ‘탄핵’과 함께 언급된 연관어가 어떤 분포와 추이를 나타내고 있는지 파악해 보았다. 탄핵 이전과 이후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연관어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박근혜’와 ‘세월호’였다. 탄핵의 직접적인 대상이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박근혜’라는 연관어는 당연하게 생각된다. 하지만 직접적인 탄핵 요건이라고 할 수 있는 국정농단이나 재벌과의 관계에 대한 언급보다 ‘세월호’에 대한 언급이 지속적으로 비중 있게 나타났다는 점은 국민들이 대통령에 대해 느낀 분노의 지점이 어느 곳인지를 보다 명확히 가리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노무현’ ‘최순실’ 등의 인물과 탄핵의 무대가 된 ‘국회’에 대한 언급도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즉각’ ‘계속’ 같은 단어에서 결연한 의지를 볼 수 있었고, ‘가결하다’에서는 탄핵가결에 대한 소망과 함께 안도도 한 자락 느껴졌다. 탄핵 가결 이전에 나타났던 ‘김기춘’ ‘이정현’ ‘추미애’ 등은 새로이 임명된 ‘조대환’ 청와대 민정수석과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으로 대체되어 나타났다. 새롭게 임명된 민정수석에 대한 불만과 함께, 민심 속에서 나타났던 ‘반드시’ ‘절대’와 같은 표현들은 ‘끝까지’ ‘아직’ ‘완성하다’ 등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우리에게 대통령 탄핵으로 마무리 될 2016년은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 물론 아직 너무도 많은 것들이 불확실한 상황이다. 국정조사도 진행 중이고, 특검도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하게 된다. 탄핵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심판도 언제 마무리될지 추측만 무성하다. 어려운 경제 상황과 함께 잠시 뒤로 밀려있던 사드 배치를 둘러싼 문제나 국정교과서의 채택 여부도 잠재된 갈등의 근거다.

지난 두달간 우리 국민들은 실의와 허탈 속에서 일상을 꾸려야 했다. 하지만 잃는 것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잃고 상처받은 것이 컸던 만큼 그 자리를 채우고 치유하는 방법도 많이 알게 되었다. 나아질 것이다. 겪지 않고 알게 되었다면 또 나아졌다면 더 좋았겠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아픔 속에 알게 된 것을 잊지 않는 것이다. 예측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서로 북돋워주며 어려운 시기를 이겨낼 수 있다면, 우리에게 늘 먼 얘기처럼 느껴졌던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회가 어느새 다가와 있을 것이다. 추위와 함께 겨울이 오고 있지만 광장에서의 촛불은 계속 켜질 듯하다.

배영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

* 데이터 출처: 트위터 자료는 조사전문업체인 닐슨코리안클릭(koreanclick.com)의 버즈워드(Buzzword)데이터를 이용함. 분석에 활용한 트위터 데이터는 2016년 10월 13일 ~ 12월 10일까지를 대상으로 2,222만개 이상의 계정에서 추출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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