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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극단 공연하는 강원래씨 "장애인과 공존하는 법, '꿍따리 유랑단'에 답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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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극단 공연하는 강원래씨 "장애인과 공존하는 법, '꿍따리 유랑단'에 답 있죠"

입력
2010.04.1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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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래(41)는 휠체어에 몸을 싣고 약간 가쁜 숨을 내쉬었다. "제가 단장으로 있는 장애인 극단 '꿍따리 유랑단'이 사회적기업에 지원, 심사를 받고 오는 길입니다."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그를 만났다. 11년째 하반신을 못 쓰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지만 그는 활기가 넘쳐 보였다. 그럴 법도 하다. 그는 TV 프로그램 진행, 라디오 출연은 물론 대학 강단과 전국의 강연장을 누비고 있다. 자서전도 쓰고 있다.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2000년 11월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그는 당시의 심정이 그랬다고 말했다. "4년 동안 집에서만 지냈어요." 그러다 2004년 우연히 천안보호관찰소에서 비행 청소년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다.

그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강연에 눈높이를 맞추는 것을 보고 보람과 재미를 함께 찾았다. 재작년에는 교도소 등을 돌며 공연하는 꿍따리 유랑단을 만들었다. 그는 늘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느끼게 해주고 싶어 한다. "공연을 하면서 장애인 단원들도 굉장히 많이 변했어요." 처음에는 비장애인들 앞에서 쭈뼛거리고 다양한 장애가 있는 단원들끼리도 서로 호흡을 맞추는 것이 힘들었지만, 이제 그들은 한 손으로도 박수를 치게 됐고 서로의 차이도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강원래가 생각하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공존하는 사회'는 바로 꿍따리 유랑단에 답이 있었다. "발로 포크를 집는 친구를 보고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게 보통이죠. 장애인인 저도 그랬어요. 하지만 그 친구에겐 그게 제일 편한 방법이에요." 장애인들을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들을 이해하지 못해서다. 단지 서로 '다를 뿐'인데.

그래서 강원래는 "남자와 여자처럼, 장애인과 비장애인도 어릴 때부터 같이 뭉쳐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잠깐의 장애 체험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불편함이지 소외감은 아니다"라고도 했다. 연민과 배려는 다른 차원이다. 그는 "미국에 갔을 때 휠체어가 들어가자 엘리베이터에 가득 찼던 사람들이 전부 내렸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장애인도 당연히 바꿔야 할 게 많다"며 "도움과 배려를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고 실력으로 인정받을 생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장애 학생들에게 춤을 가르친 후 학기말 공연 때 "춤 동작이 아니라 자신감 있는 표정을 봤다"고 했다. 그는 "마음을 열고 차이를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사고가 안 났다면, 나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고 뭔가에 쫓겨 앞만 보고 달렸을 것"이라는 그는 "육체적으로 불편한 점이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처음엔 장애를 입은 현실을 부정하다가 이내 분노하고 그 다음엔 좌절하고 끝내 수용하게 되죠. 저도 그 과정 다 겪었어요. 처음에 화나는 건 당연한 겁니다. 중요한 건 얼마나 빨리 휠체어를 끌고 밖으로 나오느냐예요. 장애등급도 마찬가지죠. 1급이 불행하고 6급은 행복한 게 아니라, 내가 얼마나 웃으며 살고 있느냐가 행복의 척도입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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