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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불법파견을 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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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불법파견을 하는 이유는?

입력
2017.10.0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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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해지를 통한 쉬운 해고, 그리고 비용 절감

최근 파견법 개정 논의로 불 붙어

지난 26일 오전 서울 시내 한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제빵기사들이 당일 판매할 빵을 만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6일 오전 서울 시내 한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제빵기사들이 당일 판매할 빵을 만들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파리바게뜨 본사의 제빵기사 불법파견 논란이 불거지면서 불법파견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위법 요소가 있음에도 직접 고용이 아닌 파견 형태를 원하는 기업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불법파견이 자행되는 이유는 파견 탄생의 주요 배경인 ‘고용 유연성’과 관련이 깊다. ‘파견’은 근로자의 고용주(파견업체)와 실제 일을 시키는 사용 사업주가 다른 근로형태다. 사용자가 파견업체에 비용을 지불하고 파견업체 소속 근로자를 받아 자신의 사업 현장에서 직접 업무 지휘ㆍ감독을 하는 구조로 대표적인 ‘간접고용’ 중 하나다. 또 다른 간접고용인 ‘도급’ 도 근로자의 고용주(협력업체)와 사용 사업주가 다르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지휘ㆍ감독 권한을 협력업체가 가진다는 게 차이점이다. 이 같은 파견은 국내에서 외환위기 직후 기업 운영의 효율성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되면서 1998년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이 만들어지며 법제화됐다. 기업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직접 고용을 하지 않고도 최대 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원하는 인력을 파견업체로부터 받아 쓰는 형식으로 2007년 개정을 거쳐 현재 사무지원ㆍ청소ㆍ운전ㆍ컴퓨터관련 전문가 등 32개 업종에만 파견이 허용되고 있다. 산업 비중이 큰 제조업은 고용 여파를 감안해 파견업종에서 제외됐다. 파견은 임시적으로 필요한 전문가와 단순 노무 인력에 대한 간접고용을 합법화한 것인데, 불법파견은 파견이 허용되지 않는 업종의 사용자가 위장 도급의 방식으로 직접 업무 지시를 내리는 것이다.

파견은 기업 입장에서는 경제적으로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업무에 필요한 지휘ㆍ감독을 하면서도 직접 고용한 직원이 아닌 탓에 각종 복리후생비를 지원해주지 않아도 된다. 퇴직금과 4대 보험 외에도 건강검진, 자녀 학자금 등 정규직 직원들에게 주어질 수 있는 각종 혜택 등에 대한 부담을 줄이면서 적은 비용으로 파견업체의 인력을 사용하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의 ‘2016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파견ㆍ용역근로자의 월 임금은 170만3,000원 수준으로 정규직 근로자(328만3,000원)의 51.8%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파리바게뜨 본사가 협력업체 소속이던 제빵기사들을 직고용 할 경우 인건비가 20% 넘게 상승해 당장 연 600억원이 들어 경영의 어려움을 주장하는 것도 파견이 그만큼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 현대ㆍ기아차 생산공장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불법파견 판정이 나오는 것도 파견 제외 업종인 제조업 등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도급 계약을 맺은 근로자들에게 사용자가 직접 지휘ㆍ감독을 했기 때문이다. 이상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는 고정 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필요한 시기에 계약해지로 해고도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인력 운영의 탄력성까지 얻게 된다”라며 “근로자가 다쳐도 원칙적으로 근로자가 소속한 파견업체에 책임을 지울 수 있는 것도 기업들이 파견을 선호하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불법파견 논쟁은 최근 파견법 개정 논의로 옮겨가고 있다. 지난해 5월 자유한국당 이완영 의원은 제조업 전반에 확산될 수 있는 뿌리산업(주조ㆍ금형ㆍ소성가공ㆍ용접 등)에도 허용해야 한다는 개정안을 내놓았고,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8월 파견업종을 더욱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는 정반대 방향의 개정안을 내놓은 상태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임시적인 근무형태인 파견이 고용 유연성에 기여한다는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이를 인건비 절감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이 현재 불법파견의 본질”이라며 “파견의 적용 범위에 대한 논의에 앞서 파견근로자에게도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마련을 논의하는 과정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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