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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탈당한 구로공단 농지, 반세기 만에 국가배상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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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탈당한 구로공단 농지, 반세기 만에 국가배상 확정

입력
2017.11.29 20: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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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 소송사기 몰아 땅 수용

대법 재심서 이영복씨 유족에

“32억원 배상하라” 원심 확정

다른 피해자 소송에 영향 줄 듯

박정희 정권 시절 구로공단 조성 과정에서 농지를 빼앗기고 소송사기범으로 몰렸던 농민들의 유족이 반세기 넘어서야 국가배상을 받게 됐다.

대법원1부(주심 대법관 김신)는 이른바 ‘구로분배농지 소송사기 조작 의혹 사건’ 피해농민 고 이영복씨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재심청구 및 소유권 이전등기,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씨 유족에게 32억여원의 손해배상액을 인용한 원심을 29일 확정했다. 대법원은 이날 다른 피해자 유족이 제기한 재심 3건에 대해서도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이 사건은 1960년대 정부가 구로공단 조성을 위해 구로동 일대 땅 약 99만㎡를 ‘서류상 군용지’라고 강제수용하면서 시작됐다. 해방 후인 1950년 3월 해당 농지를 분배 받은 농민 46명은 국가를 상대로 “땅을 돌려달라”는 소송(민사)을 내 1심에서 대부분 승소했다.

그러자 공단 조성에 차질을 우려한 정부는 검찰을 동원, 1968년부터 농민들은 물론 이들에게 유리한 법정증언을 한 공무원에 대해 소송사기 혐의를 적용해 수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구타와 물고문, 불법 감금 등 인권침해가 만연했고, 상당수는 소송을 취하 하거나 땅을 포기했다. 69년 민사 2심 역시 “농지 분배 절차에 하자가 있다”고 농민 패소 판결했다.

반면 대법원은 이듬해 “농지 분배는 적법했다”라며 다시 재판하라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반전의 계기가 마련됐지만 소송사기 혐의에 대한 형사판결이 79년 대법원에서 유죄로 확정되면서, 이런 이유로 결국 민사도 최종 패소 처리됐다.

이대로 마무리될 뻔한 사건은 2008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해당 사건을 “국가가 공권력을 남용해 불법적인 방법으로 승소한 사건”이라 판단, 재심 대상으로 규정하면서 다시 반전을 맞았다. 이에 재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2013년 “국가의 불법 행위가 인정되므로 농지 시가 상당액인 32억3,560만원을 유족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도 이 판단이 옳다고 봤다.

이 판결은 앞으로 하급심에 계류 중인 구로농지 강탈 사건 관련 소송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구로동 농지분배 관련 여러 건이 하급심에 진행 중인데 이번 대법원 판결이 참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해당 사건이 집단소송 성격을 띠고 있어 지연이자(연간 5~20%) 등을 감안하면 전체 배상액이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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