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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효정
인턴기자

등록 : 2016.01.25 20:00
수정 : 2016.02.24 18:55

난민들에 손목 밴드…나치 연상시키는 영국 난민정책

등록 : 2016.01.25 20:00
수정 : 2016.02.24 18:55

클리어스프링 난민 보호소의 난민 신청자에게 착용하도록 한 손목밴드. 가디언 트위터 캡쳐

난민 신청자들을 빨간색 대문 집에 살도록 한 데 이어 이번엔 쉽게 난민 신분이 드러날 수 있는 손목 밴드를 사실상 강제로 착용하도록 해 영국 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유대인들에게 ‘노란 다윗의 별’을 달도록 했던 나치의 인종차별을 연상시키는 이 같은 영국 당국의 정책이 난민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4일 영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웨일스 지방 카디프의 클리어스프링 난민 신청자 보호소에서 지난해부터 지정된 밝은 색 손목 밴드를 착용한 난민에게만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일에는 잉글랜드 북동부 미들즈브러에서 난민 신청자들에게 빨간색으로 칠한 대문이 있는 건물을 거주지로 제공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비난이 일기도 했다.

신문은 신분식별과 배식을 위해 착용하도록 한 클리어스프링 보호소의 손목 밴드에 대해 “정식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한 난민 신청자 입장에선 식량, 지원금, 향후 취업자격 획득을 위해 무조건 착용할 수밖에 없다”라며 “강제로 손목 밴드를 채운 것과 다름 없다”고 전했다.

실제 이를 착용한 난민 신청자들은 굴욕감을 느낀 것은 물론 인종주의자들의 폭력에 쉽게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난민 지위를 얻기 전 한 달 간 클리어스프링 보호소에 거주했던 에릭 응갈레는 “밥을 먹기 위해 손목 밴드를 한 채 교통량이 많은 차로 옆을 10분 이상 걸어야 했다”라며 “손목 밴드를 발견한 운전자들이 경적을 울리며 ‘너희 나라로 떠나라’라고 하거나 끔찍한 욕을 내뱉기도 했다”고 말했다. 난민 신청자 신분인 한 남성은 “밴드를 차고 다니면 지역 주민들이 한눈에 우리가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알아챘다”라며 “동등한 인간이라는 생각을 할 수 없었고, 그래서 최대한 밴드를 가리며 다녔다”고 밝혔다.

난민인권보호단체의 변호사 애덤 헌트는 “이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는 밴드 착용을 거부하면 밥을 굶게 된다는 것”이라며 “굴욕감을 주지 않고 난민을 관리하는 방법을 시급히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손목 밴드 논란이 확산되자 영국 하원은 26일 내무부를 상대로 진상 조사 착수와 대정부 질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25일 가디언이 보도했다.

남효정 인턴기자(서울시립대 사회복지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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