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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불매운동 차단… 두 얼굴의 중국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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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불매운동 차단… 두 얼굴의 중국 정부

입력
2018.07.18 18:30
수정
2018.07.18 19:3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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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역전쟁 조기 봉합에 주력 

 한-일과 마찰 때와 완전 딴판 

중국 스타벅스 매장(왼쪽 사진)과 루이싱커피 매장. 바이두
중국 스타벅스 매장(왼쪽 사진)과 루이싱커피 매장. 바이두

“우리 사무실 동료들은 언제든 스타벅스 대신 루이싱(瑞幸)커피를 마실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18일 오후 중국 베이징(北京)의 왕징(望京) 한인타운 인근 스타벅스 매장에서 30대 직장인 천칭웨이(陳慶偉)씨에게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한 주변 분위기를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다. 루이싱커피는 창업 4개월만에 13개 도시에 525개 점포를 내면서 스타벅스에 도전장을 내민 토종 커피브랜드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일상 생활에서 미국산 제품을 쓰고 있지만 필요하다면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면서 과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동중국해 분쟁 당시 한국과 일본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에 나섰던 중국이 미국에 대해서도 이번에도 같은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아직은 미국의 공세에 중국이 밀리고 있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미국 기업이나 정책 입안자들이 가장 두려워해야 하는 건 중국의 보복관세 부과나 미국 국채 투매가 아니라 중국인들의 불매운동”(아이작 스톤 피시 아시아소사이어티 선임연구원)등을 경고하고 있다.

실제 무역 갈등이 본격화하면서 중국 소비자들의 미국산 제품에 대한 반감은 계속 확산되는 양상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중국 200개 도시의 소비자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4%가 불매운동 동참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동참하지 않겠다는 응답자는 13%에 불과했다. 이 조사는 미국 정부가 지난 10일(현지시간)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을 추가로 밝히기 전에 진행된 것이어서 현재는 민심이 더 악화했을 수 있다. 웨이보(微博)를 비롯한 소셜미디어, 시나닷컴 등 포털사이트의 무역전쟁 관련 뉴스 등에는 애플사의 아이폰, 스타벅스 커피, 맥도날드 햄버거 등에 대한 불매운동을 촉구하는 글이 적지 않다.

사실 중국은 다른 나라와 갈등을 빚을 때마다 해당 국가의 제품에 대해 대대적인 불매운동을 벌인 적이 많다. 지난해 사드 갈등 당시엔 롯데그룹 때리기와 금한령(禁韓令), 단체관광 금지 등의 조치를 취했고 최근에도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베이징시내 옥외광고를 강제철거했다. 2012년 일본과의 댜오위다오(釣魚島) 영유권 분쟁 때는 길거리에서 일본자동차를 부수기도 했고, 2010년 반체제 인권운동가 류사오보(劉曉波)의 노벨평화상 수상 이후엔 노르웨이로부터 연어 수입을 중단시켰다.

하지만 미국산 불매운동 가능성은 과거보다 크게 낮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무엇보다 중국 정부가 불매운동 차단에 주력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국력이 미국에 밀리는 만큼 ‘결사항전’을 얘기하면서도 확전 대신 조기봉합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정부가 직접 나서거나 관영매체를 총동원해 상대국을 연일 비난하며 사실상 불매운동을 조장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 입장에선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 미국보다 손해가 클 뿐만 아니라 경제체질 개선작업도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일부 개별품목으로는 일어날 수 있지만 한국ㆍ일본 제품처럼 중국 정부의 묵인 내지 방조 하에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미국산 불매운동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고 예상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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