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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싫다” 사회 곳곳서 백래시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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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싫다” 사회 곳곳서 백래시 현상

입력
2018.06.04 16:0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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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 서울시장 녹색당 후보

벽보 이틀 새 21곳서 훼손돼

연세대 페미니스트 강연 관련

총여학생회 탄핵 위기에 몰려

심각한 갈등 요소 우려 목소리

신지예 녹색당 후보의 벽보만이 사라져있는 모습. 녹색당 제공
신지예 녹색당 후보의 벽보만이 사라져있는 모습. 녹색당 제공

6.13 지방선거 출마한 서울시장 10명 후보 가운데 유독 신지예 녹색당 후보 벽보가 훼손되는 일이 잦다. 지난 2일과 3일 도곡동 한 주상복합아파트 담벼락 등 강남구 일대에서 무려 21곳에서 신 후보 벽보가 사라졌다. 신 후보 측 캠프 관계자는 “다른 후보들 벽보는 멀쩡한데 신 후보 부분만 칼로 비닐을 찢어 벽보를 떼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거대 여야 정당도 아닌 소수당 후보에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고 있는 데 대해 신 후보 측은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이 아니고서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을 내건 신 후보는 적극적인 성평등 정책을 표방하고 있고, 선거 벽보 훼손이 잇따르자 “‘페미니즘 정치에 대한 백래시’ (backlashㆍ반발)에 굴하지 않겠다”는 논평을 냈다. ‘백래시’는 기득권이 사회 변화에 저항하는 심리나 행동을 의미하는데, 반 페미니즘 성향의 사람들이 적극적인 여성운동에 반격하는 차원에서 전면에 나서게 됐다는 것이다.

반 페미니즘 또는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 심리는 단순히 정치영역이나 선거국면에서 나타나고 있는 게 아니다.

대전의 한 독립잡지는 한국여성재단의 후원을 받아 여성들을 위한 주짓수(호신술) 원데이 클래스를 주최했다가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홍보 글을 올리자마자 신청자가 몰려 조기에 마감됐고, 신청자들에게 확인 문자메시지를 보내자 ‘사실 나는 남자다’ 등의 대답이 되돌아왔다. 주최 측은 “총 54명의 신청자 중 35건이 가짜였다”며 “허위로 인원 수를 채워 행사가 취소되도록 방해하려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연세대에서도 지난달 24일 총여학생회가 주관한 한 페미니스트 인사 강연과 관련해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일부 학생들 사이 “강연자가 반기독교적이고, 성대결적 성향이다”는 강연 반대 기류가 있었는데도 총여학생회가 일방적으로 강행했다고 탄핵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요구에 따라 연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총여학생회 재개편 요구의 안’을 두고 조만간 학생 총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회칙에 따르면 재적 학생 수 의 10분의1 이상 요구가 있을 때 학생 총투표에 부칠 수 있다.

고조되는 페미니즘 행동에 대한 반발과 저항이 거세지면서 자칫 사회의 심각한 갈등 요소가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투(#MeToo) 운동’이 문제 해결로 이어지지 못하자, 여성들이 행동에 나서면서 남성들도 같이 행동에 나서게 된 국면”이라며 “극단적인 성대결로 확산하지 않기 위해 여성운동 전략을 다시 점검해볼 때”라고 말했다. 손희정 연세대 젠더연구소 연구원은 “여성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남성들이 위기를 느끼게 됐다는 게 핵심”이라며 “’여성들이 남성의 몫을 빼앗는 게 아니라 사회 전체의 불평등이 문제’라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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