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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부끄러운 서울대인

입력
2017.01.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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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학벌사회다. 그 정점에 서울대가 있다. 최근 20년간 5부 요인(국회의장 대법원장 국무총리 헌법재판소장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의 56%, 부총리∙장관 55%가 서울대 출신이다(2012년). 김영삼 정부 이후 지금까지 경제부처 장관 중 61.2%가 서울대를 나왔다. 법조계는 더 심해 법원∙검찰 2급 이상 고위직의 71.1%나 된다. 한 사회 지배구조에 특정 대학 집중도가 이렇게 높은 나라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 학벌 카르텔로 형성된 기득권은 공정 경쟁을 막고 독점의 폐해를 심화시킨다.

▦ “자본시장의 불완전성 탓에 질 좋은 교육은 그 비용을 스스로 조달할 수 있는 부모들에게 제한된다.“(밀턴 프리드먼) 1980년대 개인 자산 중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비중은 27%였다. 지금은 절반에 육박한다. 서울 강남3구 출신이 서울대 정시모집 신입생의 절반을 넘는다. 서울대는 교육 예산의 최대 수혜자다. 학생 1인당 4,300만원(2013년)의 혈세가 지원된다. 부모 재력과 국비 지원으로 마련된 좋은 교육여건은 노동시장의 독점적 지위로 이어진다. 하지만 엘리트 집단에 걸맞은 책임의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 서울대 학생들이 8일까지 ‘2016 최악의 동문’을 뽑는다. 한 학생이 “일부 서울대 동문이 나라가 이 지경이 되는 데 일조했다는 사실에 가슴 아팠다”며 서울대인의 반성과 경계의 뜻으로 투표를 제안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1위를 다투고 있다. 우 전 수석은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피의자이고, 김 의원은 촛불민심을 왜곡한 가짜 보수의 상징적 인물이다. 우리 헌정사에 해악을 끼친 동문을 뽑는 ‘제1회 멍에의 전당’에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99%를 얻어 압도적 1위다.

▦ 대학은 상아탑이 아니다. 취업 준비반으로 전락했다. 서울대가 선두에 있다. 공공성과 책임감을 저버린 채 부와 권력을 대물림 하며 기득권 유지에 혈안이 된 왜곡된 엘리트주의자가 너무 많다. 서울대 중심의 학벌 질서를 깨뜨려야 우리 사회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 경북대 전남대 등 거점 국립대와 서울대를 하나로 묶어 학생을 공동 선발하는 방안, 프랑스처럼 엘리트 관료나 교수를 양성하는 특수대학으로 바꾸는 방안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교육은 불평등을 해소하는 희망의 사다리가 돼야 한다. 서울대 개혁이 그 단초가 될 수 있다.

고재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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