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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갇힌 문을 열고 나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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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갇힌 문을 열고 나오다

입력
2017.04.2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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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의 용기 혹은 패기지 디자인은 대체로 그 효능·효과와 직접적 관련이 없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효능·효과만 따져 화장품을 구매하는 게 아니다. 디자인 또한 화장품 선택에 주요한 기준이라는 점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다만 그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를 수치로 환산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용기와 패키지 디자인 그리고 매장 인테리어와 연출물 기획, 제품 전시·진열을 비롯한 VMD 업무 등 화장품회사의 디자인부서가 담당하는 일이 하나같이 그렇다. 중요하다고 여겨지지만 얼마나 중요한지 가늠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그런데 이를 면밀히 따져봐야겠다는 이가 있다. 잇츠스킨의 디자인센터를 이끌고 있는 김인배 이사가 그 주인공이다. 화장품 디자이너로서 그의 목표는 디자인의 매출 공헌도를 정확히 분석해보겠다는 것이다. 시장에서 통하는 디자인은 무엇이며 소비자가 원하는 화장품은 무엇이냐를 끈질기게 고민하고 탐구한 결과의 귀결점이다.

사실 잇츠스킨은 디자인이 강점인 브랜드다. 레드닷, iF를 비롯한 세계적인 디자인 어워드를 수년째 석권한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김 이사는 잇츠스킨의 디자인 혁신을 줄기차게 독려하고 있다. 기존 디자인실을 전면 개편해 지난해 출범한 디자인센터는 김 이사의 구상을 구체화한 새로운 도전의 전초기지다.

디자인센터 출범의 가장 큰 목적은 '갇힌 디자인'을 타파하자는 것이었다. 600여 품목을 상시 운용하고 끊임없이 신제품을 쏟아내는 브랜드숍 특성상 디자이너들은 매일 매일이 마감 그리고 시간과의 전쟁이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살필 겨를이 없을 정도였다. 더욱이 패키지 디자인과 매장 디자인으로 나뉜 분절적인 팀 구성은 업무 역량의 제한과 효율성 저하를 일으킨다는 게 김 이사의 판단이었다.

'열린 디자인'을 위한 그의 대안은 수직적·이분화적 구조를 극복한 순환 구조다. 이에 따라 디자인센터는 스터디와 BI, 크리에이티브 1?2, 인테리어, 커뮤니케이션, 해외 등 7개팀으로 세분화된 조직을 꾸려 출범하게 됐다.

이들 7개팀은 각각 트렌드 및 시장 조사(스터디), 브랜드 이미지 강화 및 아이덴티티 일관성 확립(BI), 제품 디자인 기획 및 모델과 제품 촬영을 포함한 시즌 프로모션 연출 기획(크리에이티브), 브랜드 인테리어 매뉴얼 정립 및 공간 디자인 기획(인테리어) 등이 주요 업무다.

특히 디자이너가 직접 매장과 시장을 누비며 소비자와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팀과 수출 국가별 디자인 분석·기획 업무를 담당하는 해외팀의 신설은 지금까지 디자인부서의 업무 틀을 깬 파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7개팀에는 각각 전담 분야가 있으되 뚜렷한 업무 경계는 없다. 내부적으로는 물론 디자인 외 다른 부서와도 통합적·유기적인 협업 체계를 자연스레 구축하도록 돼있다.

"브랜드도 사람과 똑같습니다. 자신만의 정체성을 초지일관 유지하되 상황에 맞는 변화도 필요한 법이죠." 여러 팀이 통합적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순환 시스템을 통해 김 이사는 잇츠스킨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지키면서도 소비자의 요구를 정확히 반영한 디자인을 꾀하고 있다.

적절한 역할 분담과 공조를 통해 브랜드 정체성에 얽매여 시장 트렌드와는 동떨어지거나 반대로 유행만을 쫓은, 디자이너 개인의 취향을 잔뜩 가미한 디자인이 탄생하는 일을 원천적으로 막았다.

과거 자기 일에만 매여 있던 직원들은 디자인 업무 전반을 공유하고 함께 추진하면서 디자이너로서 보다 깊고 넓은 역량을 쌓을 수 있게 됐다.

디자인센터가 출범한 지 1년이 다돼가면서 김 이사의 실험은 서서히 성과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최근 잇츠스킨이 출시한 '타이거 시카' 라인은 새로운 시스템이 본궤도에 오른 후 선보이는 야심작으로 디자인적으로 예전과는 다른 요소를 많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소비자의 첫 느낌도 중요하지만 마지막으로 화장품을 사용했을 때의 느낌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끝까지 불편함 없이 썼고 버리기조차 아까운, 그리해 결국 좋은 브랜드란 이미지를 심어주는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 아닐까요?"

좋은 디자인은 좋은 브랜드를 만든다. 소비자는 좋은 브랜드의 제품을 다시 구매한다. 이것이 바로 매출에 공헌하는 디자인일 것이다.

김도현 뷰티한국 기자 kbeauty7243@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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