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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O형만 대비한 백신정책… 골든타임 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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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O형만 대비한 백신정책… 골든타임 허비

입력
2017.02.13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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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형까지 막는 백신 크게 부족

접종대상 소 30%는 맞지도 못해

해외 제조사에 전량 의존도 문제

2010~2011년 사상 최악의 구제역 사태를 겪은 뒤 정부가 ‘예방적 살처분’ 방식의 대안으로 추진해 온 ‘백신정책’이 총체적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정부의 준비 부족과 안일한 대응으로 거액의 비용만 낭비한 채 백신의 장점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실책 1: O형만 대비하다 A형 날벼락

정부의 구제역 백신 정책에서 가장 명백한 실책은 ‘O형’을 제외한 다른 유형의 구제역 발생 상황에는 사실상 거의 대비를 하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2010년 경기 일부 지역에서 A형이 발생했는데도 그 동안 국내 구제역이 대부분 O형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정부의 백신 정책은 오로지 O형에만 초점이 맞춰져 왔다.

그러나 지난 8일 경기 연천군에서 확인된 구제역이 A형으로 밝혀지며 방역 당국은 처음부터 대책을 다시 세워야 하는 처지가 됐다. O형뿐 아니라 A형까지 방어하는 백신 재고는 190만마리분에 불과, 백신접종 대상 소(283만마리) 중 90만마리 이상은 당분간 백신 혜택을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특히 돼지는 지금까지 O형에 대비하는 백신을 접종해 왔다. A형 백신은 아예 맞춘 적도 없다는 이야기다. 만약 A형 구제역이 돼지까지 확산되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돼지는 사육두수가 소의 3배가 넘고, 구제역에 걸릴 경우 공기중으로 배출하는 바이러스의 양도 소보다 1,000배나 많다.

이미 주변국에서 A형이 종종 발생했다는 점에서 O형 위주 정책은 지나치게 안이한 대응이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국제수역사무국(OIE)에 따르면 2013~2015년 중국에서 25건의 A형 구제역이 발생했다. 이 중 3건은 돼지에서 발생했다.

실책 2: 영국만 바라본 해바라기 대책

구제역 백신을 영국 수입사에만 의존한 것도 문제다. 국내에서 사용하는 소 구제역 백신은 국내 백신회사가 영국 메리알에 제조를 의뢰해 수입하고 있다. 이렇게 들여온 백신을 정부와 축협이 일선 농가에 공급한다. 그러나 백신을 단일 공급처에만 의지하다 보니 이번처럼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선 유동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영국산 백신이 ‘물백신’(효과가 없는 백신) 논란에 휩싸였다는 점도 지적된다. 한 전문가는 “국내 개발이 가능한데도 장기계약을 한 영국 업체에만 끌려 다니고 있다”며 “구제역이 이미 토착화했다는 점에서 한국형 백신을 개발하는 게 답”이라고 말했다.

한국형 백신 개발 필요성이 계속 제기돼 왔지만 정부는 올해서야 구제역 백신 개발을 신규 연구과제 중 하나로 선정했다. 그나마 증액된 예산의 총액도 23억원에 불과하다. 국산화까지는 최소 3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실책 3: 농가에만 맡긴 사후관리

백신 접종과 사후 관리를 농가에만 맡겨둔 것도 무책임했다. 축산단체와 농민들은 당국이 농민들에게 접종방법조차 교육하지 않았다고 꼬집고 있다. 농가 당 소 1마리만 표본으로 삼아 항체 형성률을 추정한 것도 문제를 노출했다. 농가당 사육 규모에 상관 없이 1마리씩만 표본 검사를 하다 보니 표본이 전체 소의 0.8%에 그치는 문제가 생겼다. 정부가 발표한 소 항체 형성률(95.6%)은 그저 서류상의 공허한 숫자에 불과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황교안(가운데)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민관합동 구제역·AI 일일점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황교안(가운데)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민관합동 구제역·AI 일일점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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