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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의 숙제… 정치자금도 ‘기울어진 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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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의 숙제… 정치자금도 ‘기울어진 운동장’

입력
2018.07.30 04:40
수정
2018.07.30 08:0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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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신인 불리하고 기득권에 유리 

 구조적 한계…관련법 개정 목소리 

 

 큰 정당에선 선거 때 재정 지원 

 군소정당은 지원커녕 특별당비까지 

 여야, 정개특위서 해법 마련해야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고 노회찬 의원의 영결식에서 여야 원내대표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주영 국회부의장, 주승용 국회부의장,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연합뉴스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고 노회찬 의원의 영결식에서 여야 원내대표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주영 국회부의장, 주승용 국회부의장,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연합뉴스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현행 정치자금법의 취약점에 사회적 관심이 쏠리면서 그 숙제는 정치권이 풀어야 할 몫으로 남겨졌다. 정치권과 이권의 결탁을 차단하는 취지였지만 정치신인에겐 불리해 기성 정치인의 기득권에 유리하거나, 오히려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토록 방치하는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들이 언급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노 의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도록 몰고 간 정치관계법의 구조적 한계를 개정하는 문제가 당장의 첫 과제로 떠올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여야가 머리를 맞대 구체적 해법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20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 협상을 통해 심상정 정의당 의원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내정해 놓은 만큼 정치관계법 개정 논의는 곧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진보ㆍ보수를 가리지 않고 실제와 동떨어진 정치자금법을 비롯해 현행 정치관계법을 현실화 시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현역 의원과 원외 인사간 격차 해소 문제를 우선 다루자는 의견이 많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그래픽=강준구 기자

한국일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보공개청구를 제기해 확보한 ‘국회의원 후보자 노회찬 후원회 회계보고서’ 등에 따르면 노 의원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예비후보자 신분으로 모두 1억4,957만여원의 후원금을 모금했다. 2016년 2월 5일을 시작으로 64일 동안 126개 개인ㆍ단체로부터 1억4,859만여원을 모았고, 10만원 미만의 인명 후원금이 97만여원이었다.

그마저도 노 의원과 같은 스타정치인이나 후원금 모금 한도를 채울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반응이다. 18대 의원 출신인 자유한국당 소속 한 원외인사는 “노 의원처럼 인지도가 높은 경우가 아니면 정치신인을 포함한 원외인사는 후원금 모금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현역 의원은 선거 때 3억원을 모금할 수 있고, 원외 후보자는 1억5,000만원으로 제한하는 것도 불공정한 게임룰”이라고 비판했다.

 “지구당제 폐지 이후 정치신인 진입장벽 높아져”.... 커지는 부활론 

더구나 노 의원이 직접적으로 선거운동에 쓸 수 있었던 돈은 후원금 모금 총액의 3분의2가량인 9,421만여원에 불과했다. 후원금을 모으는 기본경비만 1,597만여원이 들었다. 석 달이 채 못 되는 기간 동안 후원회 사무실을 설치하고 운영하는데 597만여원, 회계책임자 인건비 1,000만원 등이 쓰였다. 나머지 3,601만여원은 선거사무소를 꾸리는 비용과 후보자 교통비 등을 충당하는데 나갔다.

이는 법정 선거비용 제한비용 1억6,704만여원에도 턱없이 못 미치는 금액이다. 결국 노 의원은 자신의 주머니에서 3,007만여원을 차입금으로, 정의당 후원금에서 4,879만여원을 보조금 등을 받아 간신히 선거를 치러야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노 의원의 경우 2012년 19대 총선에서 당선됐지만 채 1년도 안돼 삼성 떡값 검사 실명 폭로 사건으로 대법원 유죄 판결을 받아 의원직을 상실했다”며 “이후 2014년 재ㆍ보궐 선거에서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데 이어 2016년 총선까지, 4년 사이 세 번의 선거를 치러낸 것도 노회찬이란 이름이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지구당제 부활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돈ㆍ조직 선거를 막겠다며 2004년 폐지한 이후 오히려 정치의 진입장벽만 높였다는 이유에서다. 정치활동을 하려면 지역사무실 운영이 불가피한데 현역 의원에게만 허용되고 있는 것부터가 문제다. 현역 의원은 후원금으로 지역사무실 운영비를 충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래의 경쟁자인 원외 정치인에게는 모두 불법이다.

선관위도 2015년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지구당제 부활 필요성을 공식화한 상태다. 한 비례대표 의원실관계자는 “지역을 맡고 보니 지역사무실 운영비만 인건비를 포함해 적게는 한 달에 2,000만원씩 들더라”며 “정치자금법 위반 얘기가 남 얘기만은 아닐 수 있구나 생각에 섬뜩했다”고 말했다.

선관위가 정당에 배분하는 국고보조금과 기탁금이 거대 정당에 쏠리는 문제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의석 비율이 아니라 원내교섭단체(20석 이상) 구성 여부를 우선으로 삼는 탓이다. 전체 보조금의 절반을 교섭단체에 우선 배분하고 나머지를 의석 수, 선거 득표율에 따라 차등 배분된다. 선관위가 2016년 개정 의견을 냈지만, 거대 양당이 논의에 미온적이다. 박원석 정의당 전 의원은 “큰 정당 소속 정치인은 선거 때 중앙당에서 더 많은 재정적 지원을 받는 반면 작은 정당 소속 정치인은 지원은커녕 특별당비를 더 내야 한다”며 “정부 보조금제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소한 선거운동 기간을 선거전 120일로 제한하는 규정을 미국 등의 사례처럼 없애 예비정치인의 피선거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임성학 서울시립대 교수는 “일찌감치 예비후보 등록을 할 수 있도록 하면 후원회를 구성해 합법적으로 정치자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며 “후원금 모금 한도나 후원회 구성 기간 요간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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