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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정시 확대에 반기 든 진보 교육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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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정시 확대에 반기 든 진보 교육감들

입력
2018.07.19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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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교실 과거로 회귀할 것”

이석문 제주교육감 입장문 발표

고교학점제ㆍ혁신학교 확산 등

공통 공약에 배치되는 정책 우려

일부 교육감 입장표명 준비 중

대입 개편 토론에 영향 가능성

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골자로 한 대입공론화 의제2 참여단체가 18일 서울 관악구 좋은교사운동 세미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입공론화 불공정 운영을 비판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골자로 한 대입공론화 의제2 참여단체가 18일 서울 관악구 좋은교사운동 세미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입공론화 불공정 운영을 비판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수능 정시가 확대되면 제주의 교실은 다시 과거로 회귀할 것입니다.”

17일 오후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브리핑실에 선 이석문 제주교육감은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 교육감은 “(공론화 과정에서) 현재 거론되는 ‘수능정시 확대’에 큰 의문과 우려를 갖고 있다”며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고 이를 폐지하여 수능 정시를 확대하는 것은 대안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2022학년도 대입제도개편을 위한 시민참여단 숙의토론이 한창인 와중에 현직 교육감이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내놓으면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 교육감의 입장 발표가 돌출행동이 아니라는 게 교육계 안팎의 관측. 18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열린 전국 시도교육감 협의회에서 참석한 교육감 상당수가 공론화 방향이 수능 정시 확대 쪽으로 흐르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교육감을 비롯해 시도교육감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진보 성향 교육감들은 수능 정시 확대가 그들의 공통된 공약인 고교학점제나 혁신학교 확대 등에 배치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감이 대입 제도 개편에 관여할 권한은 없지만 교육자치 운영 주체로서 직접 입장을 드러낼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이 교육감이 총대를 멨다는 것이다.

교육감들의 우려는 공론화 의제 4가지 안 중 어느 것이 결정돼도 수능 위주 선발전형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데서 비롯됐다. 1안은 수능 전형 45% 확대를, 4안은 수능 전형 확대를 명시한데다, 2ㆍ3안은 대학 자율에 맡긴다면서도 특정 전형 비율이 과도하게 높아서는 안 된다는 ‘균형’ 조건을 달았다. 2020학년도 기준 4년제 대학의 학생부교과ㆍ학종ㆍ수능 모집인원 비율은 각각 42.5%, 24.6%, 19.9%인데, 비중이 가장 적은 수능 전형 모집 인원이 늘어날 가능성이 큰 것이다. 게다가 수능 최저기준은 어느 안이 선정되든 폐지되지 않는다.

특히 정책만 따로 공론화에 부쳐지면서 현 정부 및 진보교육감들의 핵심 공약인 고교학점제나 혁신학교 확산이 요원해질 거라는 우려가 만만찮다. 정책 핵심인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이 순항하려면 학교별 내신 격차를 줄이기 위해 내신절대평가가 시행돼야 하는데, 수능이 확대되면 그 논의조차 시작하기 어려울 거란 지적이다. 현장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적지 않다. 올해 고교학점제 선도학교로 지정된 서울 A고교 교사는 “지금도 입시제도가 바뀌지 않아 불가피하게 상대평가를 유지하고 있다”며 “수능이 절대평가로 바뀌거나 비중이 줄어들지 않으면 학생들도 입시걱정에 일부 유리한 과목에만 몰려 학점제 취지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감들의 입장 표명이 실질적 효력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영향력을 무시하긴 힘들다. 대입제도개편안 선택권을 쥐고 있는 시민참여단 550명도 적잖이 신경을 쓸 수밖에 없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시도교육감의 공세는 이 교육감에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18일 “일부 교육감들이 기자회견이나 입장문 등을 통해 의견을 밝힐 것을 준비하고 있다”며 “공론화 결정 시한인 8월 전에 발표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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