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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평창의 눈물’ 가리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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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평창의 눈물’ 가리왕산

입력
2018.02.21 16:2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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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왕산 하봉부터 너비 55m, 길이 2,850m의 슬로프가 들어서 천연림이 파헤쳐진 모습.
가리왕산 하봉부터 너비 55m, 길이 2,850m의 슬로프가 들어서 천연림이 파헤쳐진 모습.

평창올림픽 알파인 경기가 열리는 스키장은 국내 아홉 번째로 높은 가리왕산을 깎아 만들었다. 축구장 110개 규모의 산림이 사라지고, 나무 10만그루가 송두리째 뽑혔다. 한반도 남쪽의 유일한 원시림이라고 할 정도로 생태환경이 우수해 조선시대부터 나라가 직접 관리해 왔고, 2008년에는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풍혈(風穴)지역이자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간다’는 주목의 주요 자생지이기도 하다.

▦ 2011년 동계올림픽 평창 확정 후부터 가리왕산 스키장은 ‘뜨거운 감자’였다. 해발 1,561m의 가리왕산이 최적지라는 조직위 주장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돌이킬 수 없는 환경파괴라며 반발했다. 당시 강원도는 체계적 입지조사 없이 영동고속도로 주변의 몇 군데를 현장 답사하는 데 그쳤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비용절감을 위해 분리 개최를 허용한 첫 사례여서 동계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치른 전북 무주 스키장이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이마저 거부했다. 결국 정부는 올림픽이 끝나면 산림을 복원해 다시 보호구역으로 지정한다는 단서를 달아 허가했다.

▦ 가리왕산이 예전의 모습을 되찾기 어려울 거라는 환경단체의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강원도가 최근 가리왕산 복원계획을 제출했는데 내용이 부실해 퇴짜를 맞았다. 복원 전담 기구나 조직조차 만들어지지 않았고 1,000억 원의 소요 예산도 거의 확보되지 않았다. 산림 복원 시 원래 자리에 심으려고 임시 이식한 수령이 오래된 수백 그루의 나무는 대부분 고사한 상태다. 해발에 따라 식생이 정확히 구분된 가리왕산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엉터리 계획이었던 셈이다. 환경단체들은 “스키장 건설 때부터 복원계획이 철저히 외면된 채 공사가 진행돼 복원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꼬집었다.

▦ 일본 나가노와 캐나다 밴쿠버는 동계올림픽 유치 뒤 환경문제가 발견되자 국제경기단체와 협의해 경기장 예정지를 바꿨다. 반면 강원도와 조직위는 환경보다는 대회 진행만 신경 쓰느라 대안 찾기에 소홀했다.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 단 8일 동안의 ‘잔치’를 위해 미래세대에 넘겨줄 소중한 자연을 훼손한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2018평창이 반환경적인 올림픽 가운데 하나로 기억되지 않으려면 시간과 돈이 얼마가 들던 가리왕산을 되돌려 놓아야 한다.

이충재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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