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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힘든 동료들이 “너 같으면 뛰겠다” 긍정맨 변신

입력
2018.03.06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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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정식 종목 스노보드 김윤호

의족 통증에도 하루 20회 훈련

“우리가 흘린 땀을 믿고 열심히”

김윤호, 인천시장애인체육회 제공.
김윤호, 인천시장애인체육회 제공.

김윤호(35)는 오는 12일과 16일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장애인스노보드 크로스ㆍ뱅크드슬라롬에서 ‘초대 금메달리스트’에 도전한다. 장애인 스노보드는 이번에 처음 패럴림픽 정식 종목이 됐다.

17년 전의 김윤호(35)는 오토바이로 스피드를 즐기던 열혈청년이었다. 2001년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택시와 충돌하는 사고로 왼쪽 무릎 아래 15㎝ 가량을 잃었다. 응급수술 의료진을 찾아 병원을 헤매는 바람에 절단 부위가 더 커졌다. ‘상상 통증’까지 겹쳐 밤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그 또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1년여를 칩거했다.

운동이 그를 다시 밖으로 나오게 했다. 그는 “장애인아이스하키(아이스슬레지하키)를 하러 갔는데 내가 제일 경증이더라”며 “동료들이 ‘너 정도면 뛰거나 걸을 수도 있겠다’라며 부러워했다”고 했다. 매사 비관적이었던 그의 성격이 180도 바뀌는 순간이었다.

타고난 운동신경과 아이스하키로 단련된 단단한 상체 근력으로 2015년 장애인전국체전에서 원반ㆍ창ㆍ포환던지기 3개 종목을 모두 휩쓸었다. 베트남 장애인육상선수권대회에서는 투포환 금메달을 따는 등 발군의 운동 실력을 뽐냈다. 스노보드 선수가 된 뒤에는 국제대회 데뷔전인 2016년 3월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미국국제장애인스노보드대회에서 단번에 11위에 올랐다. 다만, 상하반신 균형이 중요한 스노보드를 위해 체중을 20㎏ 가량 감량하면서 던지기 위주의 하계 종목은 점차 성적이 떨어졌다.

기술이 보강되며 스노보드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하지만 부상이라는 복병이 찾아 왔다. 스노보드는 의족을 착용하고 경기를 치르는데, 의족이 맞닿은 절단 부위에 마찰이 생기면서 상처가 덧난 것이다. 보통 살갗과는 달리 절단 부위는 혈액 순환이 안돼 통증도 심하고 낫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부상만 없었다면 이미 세계 정상급 성적을 냈을 것이라는 게 체육계의 관측이다. 이런 부상에도 연습벌레 김윤호는 하루 20차례 이상 슬로프를 돌며 강훈련을 했다. 캐나다, 미국 등 스노보드 강국 선수들과 당당히 실력을 겨뤄 금메달을 따겠다는 일념에서다.

그는 인천시설공단 조경담당 직원이다. 하지만 패럴림픽에 전념하기 위해 국가대표에 선발된 후 휴직했다. 김윤호는 지난 2일 패럴림픽 한국선수단 출정식에서 “우리가 흘린 땀을 믿고 열심히 경기에 임하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멋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라고 말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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