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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360°] 14억 중국의 리더, 시진핑의 꿈

입력
2016.09.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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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중국국가통계국은 지난해 기준 중국의 총 인구가 13억7,462만명이라고 밝혔다. 이들의 대표자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마오쩌뚱 이후 가장 강력한 리더십의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로이터
올해 초 중국국가통계국은 지난해 기준 중국의 총 인구가 13억7,462만명이라고 밝혔다. 이들의 대표자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마오쩌뚱 이후 가장 강력한 리더십의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로이터

"시진핑의 미소가 사라졌다."

지난 4,5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주인공은 단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다. 그는 미국 중심으로 돌아가던 세계 경제질서를 새롭게 바꾸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강한 중국의 면모를 다시금 과시했다.

그만큼 시 주석은 평소 보여준 ‘미소 외교’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는 중국 측의 의전 홀대로 만남 전부터 논란이 일었다. 박근혜 대통령을 맞이할 때는 표정이 굳어 있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남에서도 떨떠름한 표정이 역력했다. 반면 한동안 소원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서는 웃음으로 맞았다. 앞으로 중국이 어떤 외교를 펼칠 지 표정으로 보여준 셈이다.

과연 미국과 대등한 중국 부흥을 겨냥한 시진핑의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온화한 미소 속 카리스마’로 대변되는 그의 리더십을 살펴봤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5일 오전 중국 항저우 서호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이날 열린 한중정상회담 포토세션에서 보여준 시 주석의 표정은 이전 회담에 비해 더 굳은 표정이다. 위로부터 이날 열린 정상회담, 2015년 9월 2일 베이징, 2014년 11월 10일 베이징, 2013년 6월 27일 베이징.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5일 오전 중국 항저우 서호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이날 열린 한중정상회담 포토세션에서 보여준 시 주석의 표정은 이전 회담에 비해 더 굳은 표정이다. 위로부터 이날 열린 정상회담, 2015년 9월 2일 베이징, 2014년 11월 10일 베이징, 2013년 6월 27일 베이징. 연합뉴스

민중 속에서 ‘정치가’ 꿈 꾸다

시 주석은 1953년 6월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시중쉰(習仲勛)은 그가 태어날 무렵 당 중앙 선전부장을 맡았고 이후 국무원 비서장과 부총리를 역임한 당의 핵심 간부다. 1962년 시중쉰은 권력투쟁에서 밀려나 문화대혁명 때 반당분자로 낙인 찍히는 바람에 옥살이를 했다. 이 때문에 시 주석은 1969년 산시(陝西)성 옌안(延安)시 옌촨(延川)현의 산골 마을인 량자허(梁家河)촌으로 하방(下放)을 갔다. 하방이란 당시 마오쩌둥 주석이 문화대혁명 기간에 ‘노동을 통해 공산주의 혁명가가 되라’는 지침과 함께 수많은 지식인들을 농촌으로 내려보내 고된 노동을 통해 사상개조를 꾀했던 운동이다.

7년의 하방 기간은 시 주석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베이징에서 풍족한 생활을 했던 그는 벼룩과 이 투성이인 토굴에서 생활하느라 애를 먹었다. 당장 먹을 식량이 없어 밀 60kg을 배급 받기 위해 4km를 걸어 다니는 생활을 반복했다. 그렇게 묵묵히 생활한 그는 마을 사람들로부터 서서히 신뢰를 얻었고 민중 속에서 정치가의 꿈을 키웠다. 1974년 공산당원이 된 그는 20세 때 량자허 촌장이 됐다. 그는 “농민, 노동자들과 호흡하며 실사구시와 인민의 삶을 배웠던 하방 생활이 매우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렇지만 정치가의 길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공산당에 10번이나 입당 신청을 했지만 아버지의 숙청 이력 때문에 거절당했다. 시 주석은 1978년 아버지가 복권되고 나서야 앞길이 풀렸다. 그는 베이징으로 돌아와 칭화대를 졸업하고 겅뱌오 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서장의 비서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푸젠성, 저장성 상하이시 등에서 근무했다.

시 주석은 2007년 이전까지 중앙 정치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인민해방군 총정치부 가무단 소속 전속가수였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이 한때 그보다 더 유명해 '펑리위안의 남편'으로 불리기도 했다.

시 주석이 중앙 정치무대에 나선 것은 2007년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 겸 국가 부주석을 맡으면서였다. 이후 2012년 총서기, 2013년 주석에 올랐다.

지난 2014년 7월, 한국을 첫 방문했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4년 7월, 한국을 첫 방문했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의 근간 세울 ‘중국의 꿈’

시 주석의 취임 일성은 ‘중국의 꿈(中國夢)’이었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의미하는 것으로 모두가 의식주를 걱정하지 않고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그는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중국의 꿈을 말로만 설명한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줬다. 우선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강력한 부정부패 척결운동을 펼치면서 수십 만명의 공직자와 경제인들을 처벌했다. 최고위 지도부를 지낸 원로는 형사 처벌을 하지 않는다는 중국 공산당 수뇌부의 오랜 묵계도 깨졌다. 보시라이, 저우융캉, 쉬차이허우, 링지화 등 중국 정치의 주요 인물들이 부패 사실이 드러나 정치무대에서 척결됐다. 시진핑의 친누나 치차오차오(齊橋橋) 역시 부패 혐의로 출국 금지를 당하기도 했다.

시 주석이 보여준 정풍 운동에 국민들은 지지를 보냈고 이를 통해 그는 강력한 리더십을 다지게 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반부패 척결을 빌미로 시 주석의 1인 체제가 공고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중국 내에서 시 주석의 개인 우상화나 1인 지배체제를 비판하는 언론과 사상 통제를 강화했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그래서 시 주석이 강조한 ‘중국의 꿈’이면에 마오쩌둥과 같은 위대한 지도자로 남고 싶어 하는 욕심이 숨어있다는 해석도 나온다.(▶기사보기)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 4일(현지시간) G20 정상회의가 열린 중국 항저우국제전시장에 도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 4일(현지시간) G20 정상회의가 열린 중국 항저우국제전시장에 도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한 중국' 주창… G2 패권 경쟁 팽팽

시 주석이 내정에서 강력한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했다면 외부, 즉 국제무대에서는 ‘중국 굴기’(堀起) 전략을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다. 굴기란 다시 일으켜 세우는 부흥을 의미한다.(▶특파원칼럼) 그는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도 세계경제 회복 과정에서 중국 역할을 강조하며 세계금융시스템 개혁을 주창했다.

외교에서도 양보없는 강경 노선을 걷고 있다. 남중국해 문제와 센카쿠 분쟁 등 해양 영유권 분쟁에서도 중국이 물러서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중국인들의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강성외교를 통해 국내 집권 기반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한반도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는 것도 이 같은 외교 기조와 맥을 같이한다.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는 대북 방어 전력이라기 보다는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 확대라는 시각이다. 이 때문인 지 시 주석은 지난 5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을 맞이하며 굳은 표정을 풀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중국의 자세도 9일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압박을 받게 됐다. 그동안 중국은 북한이 사정거리를 늘려가며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강경한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유엔에서도 중국 대표들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을 비난하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거부해 왔다.

하지만 북한의 5차 핵실험 때문에 중국의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드 배치 문제를 핑계 삼아 북한 제재에 소극적이었던 시 주석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사보기)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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