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넘게 야당 사퇴 압박에 버티다
임기 1년여 남기고 돌연 자진사퇴
감사원 감사결과 부담 등 추측 분분
안홍철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이 임기를 1년 이상 남기고 6일 전격 사임했다. 지난 대선 당시 트위터 상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등을 비방한 일로 취임 직후부터 야당의 거센 사퇴 압박에 시달리면서도 2년 가까이 국부펀드 수장 자리를 지켜왔던 그가 갑자기 사퇴를 결정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KIC는 이날 “안홍철 사장이 6일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안 사장 임기는 내년 12월까지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바로 사표를 수리했다. 안 사장은 지난 2~3일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 공공펀드 공동투자협의체(CROSAPF)’ 연차총회를 주관하고 “KIC의 대체투자(주식ㆍ채권 이외 자산투자) 비중을 현행 12%에서 내년 15%로 올리겠다”고 밝히는 등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해왔다. KIC 관계자는 “전혀 예상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 사장은 그동안 법규상 KIC 임원의 해임 요건이 ‘경영성과 부진’으로 명시된 점을 들어 자진사퇴를 완강히 거부해왔다. 야당의 반발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지난 2년 동안 단 한 건의 법률안도 통과시키지 못하는 파행을 겪고 임면 제청권자인 최경환 기재부 장관이 직접 사퇴를 권유했음에도 요지부동이었다. 대신 그는 정부 외환보유액을 비롯한 위탁운용자산 규모를 확대하고 대체투자 비중을 대폭 늘리는 등 공격적 투자를 통해 경영성과를 높이는 데 집중해왔다.
안 사장의 돌연한 사퇴를 두고 그가 조만간 발표될 감사원 감사 결과에 부담을 느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안 사장이 직접 나서 추진했던 미국 프로야구단 로스엔젤레스(LA) 다저스 지분투자 건을 두고 투자절차 위반 논란이 일자 지난 4월 국회 기재위는 안 사장의 해외출장비 과다 지출, 손실위험 논란이 일었던 비즈니스 호텔 ‘신라스테이 서대문’ 투자 건 등을 묶어 감사원 감사를 청구했다. 국회 관계자는 “감사원이 지난 4일 회의에서 KIC 감사 건에 대해 사장 해임건의에 이르는 중징계 조치를 잠정 결정한 것으로 안다”며 “안 사장이 징계를 피해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 공공기관장 일제 점검과 안 사장의 사퇴를 연결짓는 관측과 함께, 일각에선 안 사장이 내년 4월 총선 출마를 준비하려 물러났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기재부와 KIC는 곧 KIC 후임 사장 인선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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