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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EU English with errors EU 영어의 오류

입력
2017.01.0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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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언어(linga franca) World English와도 크게 다른 EU English가 진통을 겪는 중이다. EU는 28개 회원국의 문서를 매해 2,000건 이상 번역한다. 그간 각 언어별 번역자를 80명이나 고용해서 그 비용도 수십 억 달러에 이른다. 더 큰 문제는 각 국가의 언어를 EU English로 번역하면서 ‘순수 영어’와는 다소 격차가 생겼다는 것이다. 일부 영어 표현은 소통에 지장을 주는 정도다. EU English는 흔히 EuroSpeak라고 하는데 원어민 영어와는 차이가 있고 남아프리카공화국, 싱가포르 등의 영어와도 다르다. World English가 이미 88개 국가에서 공식 언어로 쓰이고 있는데, 앞으로 EU 영어를 들으면 ‘What do you mean by that?’이라고 물어야 할 판이다.

정통 영어와 차이를 보이는 사례를 살펴보자. 외부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의미로 EU에서는 externalise를 쓰는 반면 미국이나 다른 영어권에서는 outsource를 사용한다. 영어에서 information이나 damage는 불가산명사로 복수형을 쓰지 않는다. 반면 프랑스어에서는 이들 단어가 가산명사로 쓰이는데 이로 인한 혼선이 EU English에 그대로 나타난다. precise는 영어에서는 ‘정확한’의 뜻으로 형용사인데 프랑스, 독일, 폴란드 등의 EU 국가에서는 sharpen, tighten 등의 동사로 쓰인다. 캐비닛(Cabinet)의 경우 영국에서는 ‘내각’을 뜻한다. EU에서는 발음도 ‘캐비네이’로 하고 주로 사무실(private office)의 뜻으로 쓰인다.

일부 표현은 Konglish와 겹친다. 휴대 전화를 cell phone이나 mobile phone이 아니라 handy 혹은 GSM이라고 말한다. Agent는 보면 미국이나 호주, 싱가포르에서도 모두 ‘대리인’의 뜻으로 쓰이는데 유럽에서는 비밀 탐정이나 행동 대원의 뜻으로 더 많이 쓰인다. ‘문자를 보내라’는 표현은 미국 영어에서는 ‘Text me about that’라고 말하지만 EU에서는 ‘Send me an SMS message about that’으로 말한다. Beamer는 미국에서 BMW차량의 애칭이고 유럽에서는 projector라는 뜻이다.

Lingua Franca는 르네상스 시대(14~17세기)이후 18세기까지 동지중해에서 쓰이던 혼합 언어를 지칭한다. 상업을 지배하던 이탈리아인들이 쉬운 이탈리아어와 그리스어, 구프랑스어, 포르투갈어, 스페인어, 아랍어, 터키어까지 뒤섞어 사용한 상업언어였다. 현대의 시각으로 보자면 hybrid Language였던 셈이다. 오늘날 영어를 World English라 하고 현대판 lingua franca라고 부르는 이유다. 그 과정에서 현지화된 EU English나 EuroSpeak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EU 관계자들도 이제는 세계 영어와 소통되는 ‘진짜 영어’(Real English)를 지향해야 한다고 하지만 EU 시민들에게 정통 영어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한국인이 영어를 배우며 겪는 시행착오와 비슷한 현상이 EU English에서 나타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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