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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해서 먹는 만재도 섬의 일상 중계...소소한 힐링이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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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해서 먹는 만재도 섬의 일상 중계...소소한 힐링이 서글프다

입력
2015.02.27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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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뛰어넘은 '삼시세끼' 시청률

밥상 채우려 동분서주하는 것이 전부

우리들의 위로거리로 전락한 '쿡방'

원대한 꿈 잊은 현대인의 '셀프 힐링'

유해진(왼쪽부터)과 손호준, 차승원이 출연한 tvN의 '삼시세끼-어촌편'은 요리를 통한 자기 치유의 정서를 전한다. CJ E&M 제공
유해진(왼쪽부터)과 손호준, 차승원이 출연한 tvN의 '삼시세끼-어촌편'은 요리를 통한 자기 치유의 정서를 전한다. CJ E&M 제공

지난 20일 tvN ‘삼시세끼’ 어촌편은 평균시청률 12.8%(이하 닐슨 코리아), 최고 시청률 14.7%로 tvN 사상 최고 시청률을 냈다. 이 날의 기록은 또한 지상파를 포함한 동시간대 최고 시청률로서 지상파의 최강 예능으로 꼽히던 SBS ‘정글의 법칙’(11.8%) 또한 앞질렀다. 케이블로서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삼시세끼’를 ‘신드롬’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런 시청률이 단지 프로그램의 내적인 힘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걸 말해준다. 여기에는 무언가 지금 현재의 대중들의 갈증을 건드리는 특별한 레시피가 들어 있다. 도대체 그것은 뭘까.

‘삼시세끼’ 어촌편은 만재도라는 오지의 섬에 들어가 그 일상을 살아본다는 개념을 가지고 있는데 그 핵심은 역시 제목처럼 ‘음식’에 놓여 있다. 유해진이 바다에서 잡아온 물고기와 채취해온 홍합, 조개 같은 어패류들을 재료로 차승원이 척척 만들어내는 요리는 신기하기도 할뿐더러 보는 이들의 식욕을 자극한다. 현지에서 채취한 홍합으로 국물을 낸 짬뽕이나 물고기를 잡아 직접 갈아 만든 어묵탕. 게다가 이제는 식빵까지 만들어 먹는 이들의 ‘삼시세끼’는 연일 화제를 만들어낸다.

흔히들 ‘먹방(먹는 방송)’이라고 부르지만 이것은 사실 ‘쿡방(쿠킹 방송)’에 가깝다. 음식의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거기서 나는 식재료를 구해와 현장에서 하나하나 손질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이 사실상 이 프로그램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유해진도 차승원도 모두 이 하루 세끼의 밥상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이다. 먹방이든 쿡방이든 무슨 차이가 있겠냐고 하겠지만 근본적으로 다르다. 먹방은 ‘먹는다’는 본능을 자극하는데 호소하지만, 쿡방은 ‘만든다’는 그 과정에 집중한다. 물론 먹는 걸 전제하지만 그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어찌 보면 그리 대단할 것 없어 보인다. 그런데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 대수롭지 않은 일에 대중들이 그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이 열광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최근 들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하고 있는 이른바 ‘셀프 힐링’의 요소들이 발견된다. ‘셀프 힐링’이란 말 그대로 자기 스스로 어떤 치료의 방법을 찾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혼자 걷거나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등산을 하거나 아니면 음식을 하는 등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로 ‘작은 힐링’을 얻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셀프 힐링’은 꽤 긍정적인 삶의 태도로도 읽히지만 다른 시각으로 보면 원대한 꿈이 사라지거나 꺾어진 현대인들의 자기 위안처럼 읽히기도 한다. 계속된 좌절로 희망을 꿈꾸는 것이 하나의 고문이 된 현실 속에서는 작아도 현실 가능한 위로거리를 찾기 마련이다. 이 소재로서 음식 만들기가 때 아닌 열풍을 불러온 것이다.

‘삼시세끼’는 물론이고 JTBC ‘냉장고를 부탁해’ 같은 쿡방은 그래서 화려한 요리를 자랑하거나 요리 레시피를 가르치기보다는 누가 봐도 쉽게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일상적인 재료의 요리들을 그저 보여준다. 먹방을 보고 나면 먹고 싶은 욕구가 생기듯 쿡방을 보고 나면 왠지 나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욕구를 자극하는 건 바로 그래서다.

하지만 ‘삼시세끼’ 같은 쿡방의 세계에 푹 빠지다 보면 문득 이런 소소함에 매달리는 우리네 삶이 너무나 서글퍼지는 현실을 떠올리게 된다. 도대체 얼마나 되는 일이 없으면 그저 삼시세끼 챙겨 먹는 일을 보면서까지 위로를 받는단 말인가. 우후죽순 생겨난 쿡방 전성시대와 셀프 힐링 트렌드를 보면서 느껴지는 비애감이다.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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