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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부처 이름, 너무 자주 바뀐다

입력
2017.09.05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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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지방자치 담당 정부부처 이름은? ①내무부 ②행정자치부 ③안전행정부 ④행정안전부. 최근 10년 사이에 부처 이름이 네 번 바뀌었는데도 정답을 고른다면 정부조직에 관심이 매우 높은 분이다. 답은 ④번. 과학기술 담당 부처 이름은 최근 10년 동안 세 번 바뀌었다. 두 번 바뀐 부처는 많다. 참고로 미국 상무부는 100년 넘게 이름이 그대로다. 부처 이름이 자주 바뀌면 현판, 홈페이지 개편 등 비용이 든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국민의 혼란이다. 나아가 외국인은 얼마나 혼란스럽겠는가. 부처 이름이 자주 바뀌는 이유는 정부조직 개편이 잦기 때문이다. 그러나 5년 단임 대통령제에서 잦은 조직개편을 피하긴 어려울 것 같다. 정부조직 개편에도 불구, 부처명을 유지할 수는 없을까?

정부조직 개편시 부처명을 바꾸는 이유는 이름에 기능을 나열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통상(通商) 기능이 A부처에서 B부처로 이관되면 A 이름에서 ‘통상’을 빼내어 B 이름에 옮겨 붙이는 식이다. 그러나 이름에는 하는 일을 나열하기 보다는 상징성을 붙여야 한다. 삼성전자는 TV에 주력하던 1970년대나, 반도체와 휴대폰에 집중하는 지금이나 삼성전자이다. 부처가 하는 일을 국민에게 잘 알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국민은 자주 바뀌는 이름이 더 혼란스럽다. 기능 나열형 작명법은 해당 기능을 지키고 확대하려는 조직이기주의 때문이다.

부처 이름에 두 기능만 나열돼도 양반이다. 서너 가지를 나열한 부처도 흔하다. 현 정부에서는 역대 최장 부처 이름이 탄생했는데, 네 기능을 담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다. 그 외에도 농ㆍ림ㆍ축산ㆍ식품부도 네 기능을 나열하고 있으며 문화체육관광부, 산업통상자원부도 세 기능을 담고 있다.

부처의 영문명은 나열의 정도가 더욱 심하다. 미국 15개 부처 중 이름에 and가 들어 간 것은 단 두 개 뿐이나, 우리는 22개 부처 중 14개의 영문 이름에 ‘and’가 들어간다. 그 중 4개 부처는 ‘and’를 한 번만 쓰기 위해 이름에 쉼표(,)까지 동원했다. 국토교통부는 영문 이름을 만들면서 국문에는 없던 ‘Infrastructure’를 추가했다. 영문 이름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nd ICT’, 중소벤처기업부는 ‘SMEs and’를 담고 있는데, ICT나 SMEs 안에도 and가 있으니 이름에 and가 두 번 나오는 셈이다.

부처명을 단순화하자. 그래야 기억하기도 좋고 잦은 개명도 피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경제부로 하자. 기획재정 부총리가 아니라 경제 부총리 아닌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과학부 혹은 연구개발부가 좋겠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여가부(餘暇部, Ministry of Leisure)가 어떨까. 문화, 체육, 관광 모두 국민이 여가에 하는 일이다. 생소하면 그냥 문화부도 좋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업부 혹은 식품부로 하자. 고용노동부는 노동부로 충분하다.

보건복지부는 복지부로 대표하자. 복지는 보건을 포함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부,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기업부 혹은 벤처기업부, 국토교통부는 국토부, 여성가족부도 여성부나 가족부, 해양수산부는 해양부로 단순화하자. 수산은 해양에서 하는 일 중의 하나이다. 행정안전부는 올 초까지의 영문이름처럼 내무부가 좋겠다.

부처명을 단순화 못한다면 이유는 둘 중 하나다. 첫째, 부처 내 파벌이 심한 경우다. 부처 이름에서 자신들의 기능이 빠진다고 일부 부서가 반발한다면 그런 부처에는 파벌해소를 위한 별도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둘째, 부처의 기능들이 공유하는 공통 목표나 정책대상이 없는 경우다. 이처럼 단일 정체성이 없는 부처는 아예 분리하거나, 기능별로 다른 부처에 통합시키는 것이 맞다. 부처 이름은 국민이 기억하기 좋아야 하고 자주 바뀌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 부처 이름을 단순화 하자.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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