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검찰 간부에게 성추행 당했다고 폭로한 창원지검 통영지청 서지현(45ㆍ사법연수원 33기) 검사의 글이 충격을 안기고 있다. 서 검사는 ‘나는 소망합니다’라는 글을 올려 안태근(52ㆍ20기) 전 검사장의 성추행을 폭로하고 A4 용지 16장 분량의 소설 형식 글을 덧붙여 그가 검사 생활 동안 겪은 성추행 및 성차별 경험들을 표현했다.
서 검사는 8년 전 성추행 사건에 대해 “여성을 그리도 무시하는 여자의 회사에서, 기수와 상관없이 높은 양반 옆 중앙 좌석에 여성을 앉히는 일은 거의 언제나 있는 일”이라며 여성을 천대하는 검찰 문화를 꼬집었다. 그는 “어느새 그놈의 손이 그녀의 엉덩이를 더듬고 있었다”며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옆에 장관이 앉아 있는데, 상식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고 했다.
서 검사는 당시 상황뿐 아니라 검찰 내 성차별 및 성희롱이 일상적으로 이뤄졌다고 했다. “여성은 남성의 50%”라는 부장, “여자는 자고로 발목이 가늘어야 해”라는 선배, 틈만 나면 음담패설을 늘어놓는 선배 등이 등장한다. 노래방만 가면 춤을 추자며 손을 내미는 부장, “요즘 자꾸 네가 예뻐 보여 큰일이다”는 유부남 선배, “오늘은 집에 들어가기 싫어요, 저 한번 안아줘야 차에서 내릴게요”라며 행패를 부리는 유부남 후배, 술에 취해 껴안던 유부남 선배도 있다고 했다. “네 덕분에 도우미 비용 아꼈다”, “잊지 못할 밤을 만들어 줄테니 나랑 자자” 등의 성희롱도 난무했다고 한다. 피해를 입을 때마다 “아랫입술을 꾹 깨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도리어 납득할 수 없었던 사무감사와 경고, 기수에 맞지 않는 외딴 곳으로의 발령 등 불이익을 당했다고 썼다. 서 검사는 “그렇게 대단한 힘을 가지신 분께 사과를 요구했던 것이 얼마나 순진하고 무례하고 어이없는 일이었는지”, “모든 것은 다 내 탓이다”라고 자책했다.
서 검사가 글 말미에 인용한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해설 한 구절. “사회가 그랬지만, 그래도 그때그때 부당함을 그냥 넘기지 않고 또박또박 이야기해온 여성들도 있었다.” 실제로 서 검사의 폭로는 ‘미투’(#Me Tooㆍ나도 당했다) 운동을 폭발시키며 우리 사회의 성차별적 문화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