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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神’들에게 도전장 던진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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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神’들에게 도전장 던진 인공지능

입력
2016.03.1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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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골퍼 엘드릭
로봇 골퍼 엘드릭

바둑 현역 세계 최강자 이세돌(33)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가 대결하면서 과거 스포츠 최고 스타와 로봇의 경쟁 사례도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달 골프 로봇 ‘엘드릭’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피닉스 오픈 프로암 16번홀(파3)서 홀인원을 기록했다. 엘드릭은 고작 5차례 샷 시도 만에 홀인원에 성공했다. 일반 골퍼의 홀인원 확률은 1만 2,000분의 1이고, 프로골퍼들의 홀인원 확률은 통상 3,000분의 1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엘드릭(5분의 1)은 프로골퍼들보다 600배나 높은 성공 확률을 보였다.

골프 로봇 개발자가 “엘드릭이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41)의 각 부문 기록을 모두 갈아치울 수 있다”고 자신한 이유다. 개발자는 이어 “엘드릭의 클럽 헤드스피드가 시속 130마일에 달해, PGA프로 평균보다 17마일 더 빠르다”며 “다른 골퍼들의 스윙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엘드릭은 퍼트나 페어웨이 안착률 등 사실상 거의 모든 부문에서 완벽에 가까운 기량을 발휘한다.

골키퍼 로봇
골키퍼 로봇

로봇은 ‘축구천재’ 리오넬 메시(29ㆍFC바르셀로나)의 황금발도 무력화시켰다. 메시는 2013년 일본 버라이어티쇼 TBS ‘불꽃 체육회’에 출연해 로봇 골키퍼와 승부차기 대결을 펼쳤다. 로봇 골키퍼의 반응 속도는 인간 골키퍼(정상급 기준 0.2초 이내)를 훨씬 뛰어넘었다. 로봇 골키퍼는 시속 130km 이상 되는 메시의 강력한 슈팅을 3회 중 2회나 막아냈다. 첫 두 번의 기회를 날린 메시는 마지막 도전에서 로봇의 손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를 노려 체면치레를 할 수 있었다.

치타 로봇
치타 로봇

치타 로봇의 등장은 ‘인간 번개’ 우사인 볼트(30)를 긴장시켰다. 군사로봇 개발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사와 MIT연구진이 합작해 2012년 개발한 치타 로봇은 최고 시속 45km로 달릴 수 있다. 이는 그 해 런던 올림픽에서 볼트가 기록한 순간 최고 시속 44.7km보다 빠른 속도다. 치타 로봇은 45cm 높이의 장애물도 거뜬히 뛰어넘는 ‘기량’을 보유하고 있다.

독일 탁구 선수 티모 볼(35)은 2014년 3월 산업용 로봇 팔과의 대결을 펼치는 광고를 찍기도 했다.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공개된 영상을 보면 ‘KUKA 로보틱스’의 인공지능을 탑재한 소형로봇 ‘아길러스’의 로봇팔이 티모 볼과 불꽃 튀는 대결을 펼치는 장면이 담겨있다.

로봇 탁구
로봇 탁구

인간과 로봇의 대결이 ‘기록 경쟁’으로 전개된다면 인간은 질 수밖에 없다. 순발력과 스피드, 지구력 등에서 인간은 로봇을 따라갈 수 없다. 정확성 또한 로봇이 앞선다. 머지 않아 인간을 대신할 심판 로봇도 등장할 것이라고 한다. 미국프로야구(MLB)는 지난해 ‘스탯캐스트(Statcast)’라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레이더 기술과 카메라를 활용해 선수와 공의 움직임을 구체적인 데이터로 뽑아내는 기술이다. 수학적 연산 능력, 정확성 측정, 기록적 영역에서 인간은 이미 컴퓨터에 많은 부분을 내줬다.

그러나 로봇이 결코 인간을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 아무리 과학이 발전한다고 한들 로봇이 인간의 창의력과 상황판단 능력을 당해내기는 어렵다. 스포츠에 적용하자면 로봇은 결코 마이클 조던(53ㆍ농구)과 나디아 코마네치(55ㆍ체조), 김연아(26ㆍ피겨스케이팅) 등의 예술적 움직임을 흉내 낼 수 없다. 극적인 승부와 노력의 땀방울에서 나오는 감동도 연출해낼 수 없다. 피칭 머신이 나와도 야구에서 투수는 여전히 인간이 맡고 있고, 자동차가 나와도 육상 경기는 계속되고 있다.

체스 전문 뉴스사이트 체스베이스의 창립자 프레더릭 프리델은 “알파고가 이기더라도 바둑의 세계는 변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윤태호 작가는 웹툰 ‘미생’에서 바둑을 인생에 비유하며 그 안에 담긴 희로애락을 부각했다. 스포츠 역시 인생이다.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은 스포츠 경기의 부수적인 요소가 될 수는 있어도 인간처럼 스포츠의 참된 가치와 정신까지 일깨워주지는 못한다. ‘스포츠 신(神)’들을 로봇보다 한 수 위에 둘 수 있는 이유다. 박종민기자 mi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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