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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 마이웨이’ 송하윤 “짠내 나는 현실연애, 모두가 겪어본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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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 마이웨이’ 송하윤 “짠내 나는 현실연애, 모두가 겪어본 일”

입력
2017.07.18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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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윤은 “연기자로서 성공하겠다 생각해본 적 없다”며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지이 인턴기자
송하윤은 “연기자로서 성공하겠다 생각해본 적 없다”며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지이 인턴기자

“연예인이니까 머리 관리 좀 하라는데, 원래 직장 여성들이 ‘뿌리 염색’을 자주 하진 못 하잖아요.”

지저분하게 풀린 파마머리에 화장기 없는 얼굴, 늘 입는 유니폼까지. KBS2 ‘쌈 마이웨이’ 속 드림홈쇼핑 계약직 상담원 백설희역을 맡은 배우 송하윤(31)은 지나치게 수수했다. 6년차 커플의 익숙함을 표현하기 위해 ‘예쁜 것’들을 포기했다. 촬영 두 달 전 파마했고, 오랫동안 다시 염색하지 않은 머리카락을 연출하기 위해 넉 달을 그냥 내버려뒀다. 촬영 때는 콜센터 유니폼에 사복 의상 네 벌, 운동화 한 켤레로 지냈다. 이러고 촬영에 임하다 보니 불필요하다 싶어 촬영 중간부터 스타일리스트도 없앴다.

18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송하윤에게 “역할에 맞는 자연스러움”이란 이런 것이었다. “6년간 사귄 김주만(안재홍) 앞에서 내숭 없고 편안하게 변한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우리가 평소 예쁘다고 하는 것들이 역할에 따라서는 가장 미워 보일 수도 있죠. 역할에 맞는 게 중요하니까, 백설희를 연기할 때도 자연스럽게 표현하려 했죠.”

극 중 백설희는 지고지순하다. 남자친구 따라 같은 회사에 취직하고, 제 옷 살 돈이 아까워 유니폼을 입고 출근하면서도 남자친구 손엔 비싼 가죽가방을 쥐어준다. 친구에게 “‘엄마’는 꿈으로 안 쳐주나? 세상 사람들은 다 자기계발해야 하냐?”며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연애해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로 주인공 못지않게 사랑받았다. 송하윤은 “모두가 갖고 있는 지난 사랑의 추억, 아픔, 미련이라는 게 비슷해서 그런 것 같다”며 “애써 외면했던 그 때의 슬픔을 같이 느끼고 백설희를 통해 자기 자신을 위로하는 데 도움이 됐다면 기쁘다”고 말했다.

송하윤은 안재홍과의 연기 호흡에 대해 "예민한 감정선을 타야 하다 보니 서로 많이 의지해야 했다"며 "호흡이 잘 맞아 NG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최지이 인턴기자
송하윤은 안재홍과의 연기 호흡에 대해 "예민한 감정선을 타야 하다 보니 서로 많이 의지해야 했다"며 "호흡이 잘 맞아 NG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최지이 인턴기자

데뷔 14년차 배우다.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다. 2003년 KBS2 ‘상두야 학교가자’(2003)로 데뷔한 뒤 MBC ‘논스톱5’(2004), ‘태릉선수촌’(2005), OCN ‘리셋’(2014) 등 꾸준히 작품활동을 해왔다. MBC ‘내 딸, 금사월’(2015) 때는 억척스러운 엄마 주오월역으로 나와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했다. 나이에 걸맞지 않은 능구렁이 같은 연기로 주목받았지만, ‘배우 송하윤’보다는 ‘주오월 역 기막히게 하던 그 배우’라 불릴 때가 더 많았다.

“송하윤이라는 이름을 알리는 데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요. 오월이 때는 오월이로, 설희 때는 설희로 불리는 게 좋죠. 그만큼 제 역할을 잘 소화해냈다는 거니까요. 14년간 울고 웃고 하면서 제 연기관도 많이 변한 것 같아요.”

송하윤은 한 작품을 끝낼 때마다 “한 인생이 끝난 것 같다”고 했다. 그만큼 캐릭터에서 헤어 나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요즘은 설희를 연기하며 자신이 부족하다 느꼈던 것들을 채우는 ‘반성의 시간’을 갖는 중이다.

“일찍 연기를 시작해 무리해서 무언가 손에 쥐려고 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빨리 알게 됐어요. 조금씩 내려놓고 작은 행복을 즐기게 됐죠. 연기자로서 성공하겠다는 거창한 목표보다는, 계속 발전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저를 보는 분들에게 좋은 시간을 선물해줄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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