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광원
기자

등록 : 2017.12.07 23:48
수정 : 2017.12.08 07:36

못 말리는 부녀, 여장 남자미용사 아빠와 아역배우 딸

등록 : 2017.12.07 23:48
수정 : 2017.12.08 07:36

여장 남자미용사로 유명한 이희일씨와 그의 딸 이선주 양.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이희일(48)씨와 그의 딸 이선주(7)양은 동네에서 ‘못 말리는 미용실 부녀’로 통한다. 몇 해 전 아버지가 여장 남자 미용사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더니 이번엔 딸이 연기자로 나섰다.

딸은 이씨가 한창 방송과 언론을 통해 얼굴을 알릴 즈음 태어났다. 아버지의 대외 활동이 주춤한 사이 어느새 훌쩍 커서사람들의 이목을 다시 한번 아버지에게 집중시키고 있다.

이씨는 그 동안 잠시 쉬었다. 양로원이나 병원 봉사 활동은 꾸준히 해왔지만 큰 무대나 방송은 뜸했다. 방송과 무대 활동에 모든 것을 걸기에는 나이가 많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 사이 몸이 안 좋아져서 살이 10kg이나 빠진 적도 있었다.

아버지의 마음을 다시 들썩이게 한 것은 딸이었다. 계기가 있었다. 2015년 봄, 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 엄마와 나들이를 나갔다가 기획사 관계자에게 길거리 캐스팅을 당했다. 집으로 찾아온 관계자는 이씨의 얼굴을 단박에 알아보고 “춤추는 미용사 아닙니까?” 하고는 자신의 안목을 뿌듯해하며 이렇게 말했다.

“역시 제가 보는 눈이 있다니까요. 그 아버지에 그 딸이라고, 아버지가 끼가 있으니까 당연히 딸도 제 눈에 띈 거 아니겠습니까. 썩히기엔 아까운 재능입니다!”

당장 모델 수업을 시작했다. 모델, 연기 공부 외에 발레, 바이올린, 밸리 댄스 등을 배웠다. 넉넉하지 않은 가정 형편 때문에 중도에 그만두려고도 한 적도 있었다. 그러자 아직 6살밖에 안 되었던 선주가 유치원 등원 거부는 물론이고 식음을 전폐하고 하루 종일 울었다. 며칠 만에 결정을 철회하고 계속 시켜보기로 했다. 이씨는 그런 딸을 보면서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가졌다고 밝혔다.

“기획사 선생님들이 교육을 받는 어린이 모델들 중에서도 열정이 출중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딸을 보면서, 저 녀석이 나한테서 저 끼를 물려받았을 텐데, 내가 내 자신을 너무 억누르고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늦었단 생각에 활동을 주춤했던 것이 후회가 됐습니다. 저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기회가 생기면 적극적으로 방송과 무대에 나서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딸과 함께 아버지도 방송 공부를 시작했다. 춤과 노래 연습은 물론이고 진행에도 욕심을 내고 있다. 특히 선배 방송인들이 방송하는 모습을 노트에 적어가면서 공부하고 있다. 그의 롤 모델은 대구경북 지역에서 ‘어르신들의 유재석’으로 통하는 한기웅씨다. 한씨는 지역민방 TBC에서 ‘싱싱고향별곡’이라는 프로를 10년 넘게 진행하면서 시청률 16.0%에 점유율 40.6%를 기록해 지역방송계를 깜짝 놀라게 한 적도 있다. 지금도 최고의 인기프로로 지역의 어르신들을 텔레비전 앞으로 불러 모으고 있다.

“딸도 그렇지만 저도 신인입니다. 서로의 끼를 북돋워주면서 열심히 활동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어느 방송국 PD분이 하늘이 재주를 내려줄 때는 다 쓰일 데가 있기 때문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제 재주도 언젠가는 크게 쓰일 날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성이 하늘에 닿을 때까지 열심히 준비해야죠, 하하!”

선주양은 벌써 여러 편의 공익광고에 출연했다. 12월에는 한지민이 주연을 맡은 ‘미스백’에서 실종 아동 역할로 등장한다. 아직까지는 딸이 아버지보다 조금 잘 나가는 셈이다.

“딸과 함께 무대와 방송에서 어르신들을 웃기고 울리는 것이 꿈입니다. 아마 저보다 딸이 더 잘할 것 같네요. 아버지로서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하!”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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