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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부양 스피커ㆍ컵 만드는 자기부상 기술

입력
2018.06.09 11:0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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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 터널 속에서

시속 1200km 달리는 초음속열차

하이퍼루프 2020년 상용화

공중부양 스피커ㆍ컵 등

최근엔 새로운 물건도 등장

미래 도시의 도심을 초고속으로 운행하는 자기부상열차 상상도. 자기부상열차는 공중에 떠서 운행하기 때문에 마찰이 적어 고속운행에 적합하다. 최근 중국과 일본 합동연구팀이 시속 500㎞ 운행 가능한 자기부상열차를 만드는 ‘에어로 트레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미래 도시의 도심을 초고속으로 운행하는 자기부상열차 상상도. 자기부상열차는 공중에 떠서 운행하기 때문에 마찰이 적어 고속운행에 적합하다. 최근 중국과 일본 합동연구팀이 시속 500㎞ 운행 가능한 자기부상열차를 만드는 ‘에어로 트레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무협 소설에서나 볼 수 있던 ‘공중부양’이 일상생활로 파고들고 있다. 공중에 둥둥 떠다니는 모습을 바라보는 재미에 기능까지 더한 공중부양 스피커와 컵, 충전기 등이 시판 중이다. 이러한 자기부상 기술은 미래 교통수단으로 주목받는 시속 1,200㎞의 초고속 열차(하이퍼루프)의 핵심 원리이기도 하다.

자석의 척력 이용 공중부양 제품 속속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CES)에서 처음 공개된 LG전자의 공중부양 스피커(PJ9)는 자석의 척력을 이용했다. 척력은 같은 극의 자석이 서로를 밀어내는 힘이다. PJ9는 공중에 떠오르는 블루투스 스피커와 그 밑에 있는 원기둥 형태의 우퍼스테이션으로 이뤄졌다. 각각에는 네오디뮴과 페라이트 자석이 내장돼 있다. 정대근 LG전자 책임연구원은 “전력이 가해지면 우퍼스테이션의 전자석이 스피커와 같은 극성을 갖게 되면서 스피커를 공중에 띄우게 된다”고 설명했다. 자력으로 바퀴와 선로 사이를 띄어 움직이는 자기부상열차와 같은 원리다.

공중부양 스피커. LG전자 제공
공중부양 스피커. LG전자 제공

우퍼스테이션에는 중간 부분 이외에도 동서남북 방향으로 총 4개의 전자석이 들어가 있다. 정 책임연구원은 “공중에 떠오른 스피커의 자세가 불안정해지면 우퍼스테이션의 동서남북에 위치한 자석이 자성을 바꿔 스피커가 제자리를 찾도록 도와준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스피커가 동쪽으로 밀려날 거 같으면 우퍼스테이션 서쪽 방향 자석이 자성을 스피커와 반대 극성으로 바꾼다. 다른 극성의 자석이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인력)을 활용해 스피커가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스피커가 공중에 떠 있어 소리가 바닥으로 흡수되지 않는 데다, 모든 방향으로 골고루 음향을 내보낼 수 있다.

시장에선 이미 자기부상 기술을 응용한 다양한 제품이 나오고 있다. 미국 기업인 레비테이팅 엑스는 공중부양 컵ㆍ접시ㆍ화분 등을 판매하고 있다. 모두 자석의 척력을 이용한 제품들이다. 레비테이트(Levitate)는 ‘공중에 뜨게 하다’란 뜻의 영어다. 2014년에는 독일 엘리베이터 제조업체인 티센크루프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자기부양 기술을 활용해 두터운 케이블 없이 수직ㆍ수평 이동이 가능한 엘리베이터를 개발해 공개하기도 했다.

열차 띄우는데 척력ㆍ인력 모두 활용

자기부상은 1932년 독일 기술자 헤르만 캠퍼가 열차를 공중에 띄워 빨리 달리게 하려고 개발한 기술이다. 크게 ▦영구자석 방식 ▦초전도 방식 ▦상전도 방식으로 나뉜다.
자기부상은 1932년 독일 기술자 헤르만 캠퍼가 열차를 공중에 띄워 빨리 달리게 하려고 개발한 기술이다. 크게 ▦영구자석 방식 ▦초전도 방식 ▦상전도 방식으로 나뉜다.

영구자석 방식은 말 그대로 극성이 서로 같은 일반 자석을 열차 아랫부분과 철도에 깔아 척력으로 열차를 띄우는 방법이다. 초전도 방식은 전자석(전류가 흐를 때 자성을 띔)을 활용, 열차 바닥과 선로를 같은 극으로 만들어 서로 밀어내는 힘으로 열차를 띄운다. 두 방식 모두 자석의 밀어내는 힘을 이용한 것이어서 반발식으로 분류된다.

반면 상전도 방식은 자석의 당기는 힘을 이용하는 흡인식 방법이다. 선로를 감싼 열차의 아랫부분과 그 위에 위치한 T자형 선로의 극성이 달라 서로를 끌어당기게 되고, 그 힘으로 열차가 공중에 뜨게 된다.

자기부상열차가 달릴 때도 자석이 밀고 당기는 힘을 이용한다. 자기부상열차에는 많은 자석이 설치된다. 단순화해 설명한다면 해당 자석이 N극이라면 그 자석이 있는 바로 뒤쪽 선로에 N극 자석이, 바로 앞 선로에는 S극 자석이 위치해 열차를 뒤에서는 밀고 앞에서는 당기게 된다. 열차와 선로의 자성이 계속 바뀌면서 자석의 척력과 인력(끌어당기는 힘)을 활용해 자기부상열차가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마찰력 매우 적어 초고속 이동 가능

자기부상열차는 공중에 떠서 움직이기 때문에 공기 저항만이 유일한 마찰력이다. 그래서 매우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 세계 최초 초고속 자기부상열차인 독일 트랜스래피드(흡인식)만 해도 궤도 위를 10㎜ 떠서 시속 430㎞로 달릴 수 있다. 이 열차는 중국 상하이 푸동(浦東)공항에서 시내 중심부를 잇는 약 30㎞ 구간에 운행 중이다. 최근 중국 충칭(重慶)대와 일본 도호쿠(東北)대가 시속 500㎞로 운행이 가능한 자기부상열차를 만들기 위한 ‘에어로 트레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미래 이동수단으로 제시한 초음속 열차 ‘하이퍼루프’(음속자기부상열차)의 기본 개념도 자기부상기술에서 나왔다. 하이퍼루프는 공기 밀도를 진공과 유사한 상태(0.1% 수준)까지 낮춘 진공 터널 안에 자기부상으로 뜬 캡슐형 열차를 시속 1,200㎞ 속도로 달리게 하는 이동수단이다. 이를 이용하면 이론적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20분 안에 이동할 수 있다.

김훈태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하이퍼루프, 2020년 안에 실현된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2016년 5월 하이퍼루프 개발을 주도하는 하이퍼루프원이 미국 네바다주 사막에서 첫 시험주행에 성공한 뒤 상용화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올해 4월에는 하이퍼루프원의 경쟁사인 HTT가 아랍에미리트(UAE)와 하이퍼루프 건설 계약을 맺었다. 두바이 엑스포가 열릴 행사장과 국제공항을 연결하는 10㎞ 구간으로, 예정대로 건설되면 세계 최초 상업용 하이퍼루프를 두바이 엑스포가 개최되는 2020년에 볼 수 있게 된다. 상업 운전에 성공하면 두바이시에서 아부바디시까지 약 120㎞를 하이퍼루프로 연결하고, 추가로 연장해 약 1,000㎞ 떨어진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까지 잇는다는 게 이들 목표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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