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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실종기, 긴급 교신 없었다… 테러 혹은 조종사 고의 사고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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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실종기, 긴급 교신 없었다… 테러 혹은 조종사 고의 사고 가능성도

입력
2016.05.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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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9(한국일보)
2016-05-19(한국일보)

19일(현지시간) 지중해 상공을 비행하던 이집트항공 여객기의 실종 사건과 관련, 이집트 당국은 일단 “갑작스런 기체 이상으로 바다에 추락했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추락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 데다 실종 직전 승무원들의 기체 이상 보고가 없었던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테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승객 56명과 승무원 10명을 태우고 프랑스 파리 샤를드골 공항을 18일 오후 11시9분 이륙해 3시간 여 뒤인 오전 2시30분 지중해 상공에서 사라진 이집트항공 MS804여객기는 어떤 ‘신호’도 남기지 않았다. 특히 실종 직전 왼쪽으로 90도, 이어 오른쪽으로 360도 가량 급회전하면서 동시에 고도도 급격히 떨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기체 이상으로 고도가 떨어지는 경우, 통상적으로 조종사는 가까운 관제당국에 비상메시지를 보내지만 이조차도 없었던 것으로 이집트 항공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실종 고도를 감안할 때 착륙을 준비중인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급작스러운 추락 가능성도 적어 보인다.

이 같은 이유로 실종 지역과 가까운 시나이 반도에서 활동하는 이슬람국가(IS) 등 무장세력이 격추, 혹은 폭탄을 기내에 몰래 반입해 원격장치로 기폭하는 방식으로 테러를 감행했을 가능성이 배제되지 않고 있다. 셰리프 파티 이집트 민간항공부 장관은 “기술 결함 보다는 테러리스트의 공격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고, 러시아 정보 당국도 테러를 사고 원인으로 보고 “테러범 색출에 공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종 직전 여객기로부터 조난 신호나 저고도 위험을 알리는 교신이 없었다는 점도 테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기체 결함이 있었다면 이집트 영공 안으로 진입했을 때 통상 이상 보고가 접수됐어야 했다.

이와 함께 조종사의 의도적인 사고 유발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3월 독일의 저먼윙스 항공사 부기장 안드레아스 루비츠(28)는 기장이 잠시 조종석을 비운 틈을 타 비행기를 일부러 프랑스 남부 알프스 지역에 추락시켰고 탑승자 150명 전원이 숨졌다. 이집트항공 측은 “실종기의 기장은 총 6,275시간, 부기장은 2,766시간 조종 경험이 있다”고 밝혔지만 조종사 개인의 병력 등이 의도적인 사고를 유발했을 가능성은 완전히 제쳐놓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실종 사고 직후 이집트 민간항공국은 무장 군인들로 구성된 수색ㆍ구조팀을 꾸려 여객기를 찾아 나서, 실종 추정 해역 인근에서 탑승객의 것으로 보이는 오렌지색 물품 2점을 발견했다. 그리스도 수송기와 헬기, 소형 구축함 등을 실종 추정 해역으로 파견해 이집트와 합동 수색작전을 펼치고 있다. 이집트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자국민이 탑승한 프랑스 정부도 긴급 대책 회의를 열고 정확한 피해 상황을 파악 중이다.

이집트는 잦은 국적여객기 사고로 몸살을 앓아 왔다. 이집트항공은 앞서 3월 29일 여객기 피랍 소동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당시 여객기는 승객과 승무원 72명을 태우고 알렉산드리아에서 카이로로 향하던 중 “자살 폭탄 조끼를 입고 있다”며 협박하는 납치범에 의해 공중 피랍됐다. 납치범은 기장에게 항로 변경을 요구해 여객기를 키프로스 라르나카 국제공항에 강제 착륙시켰지만 6시간 만에 경찰에 투항하면서 납치극은 종료됐다. 자살 폭탄 조끼는 가짜로 드러났고, 인질극 도중 납치범이 승객과 함께 스마트폰으로 사진까지 찍는 등 해프닝이 벌어졌다. 지난 1999년 10월에는 미국 뉴욕발 카이로행 이집트항공 여객기가 대서양에 추락, 탑승객 217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미국 항공당국은 “기장이 의도적으로 추락사고를 일으켰다”고 주장했지만 이집트 측은 “기기 결함으로 인한 사고”라고 반박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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