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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초선 조응천의 보좌진 채용 화제, 왜?

입력
2016.05.31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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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응천(왼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선자 시절인 2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7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정재호 당선자와 함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를 나서고 있다. 뉴스1
조응천(왼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선자 시절인 2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7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정재호 당선자와 함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를 나서고 있다. 뉴스1

“소통하며 믿고 일할 수 있는 능력이 검증된 사람을 선호하는 건 당연한 이치 아닌가요? 보좌진 이력 때문에 약간은 뒤숭숭한 등원 첫날이었습니다. 내일부턴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20대 국회 개원 첫 날인 30일을 마무리하는 자정 무렵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남양주갑)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짧지만 의미심장한 소회를 남겼습니다. 남들은 1호 제출 법안을 챙기고 의원회관에 마련한 새 거처의 이사 상태를 점검하느라 정신 없던 그 시간 ‘국회’라고 적힌 국회의원 배지를 단 첫날부터 조 의원은 자신의 보좌진 채용을 두고 여의도 국회 안팎에서 오가는 온갖 해석과 의혹을 해명하느라 힘겨운 하루를 보냈다고 합니다.

조 의원은 이른바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의 후폭풍으로 청와대를 그만 둔 오창유 전 행정관과 박지만 EG 회장의 비서였던 전인식씨를 보좌진으로 채용했습니다. 이를 두고 여의도 안팎에서는 조 의원이 자신의 옛 직장인 청와대의 실세라 불리는 인사들이나 옛 직장을 그만두게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정윤회 문건 사건에 대해 본격적으로 폭로전을 시작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았고 언론들은 관련 기사들을 쏟아냈습니다.

초선 의원 한 사람의 보좌진을 두고 이렇듯 뜨거운 관심을 받는 것은 조 의원의 과거 이력 때문입니다. 그는 2012년 18대 대선 과정에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캠프의 ‘네거티브 대응팀’에서 활동했고, 박근혜 정부의 첫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내면서 박근혜 정부 관련 갖가지 정보를 많이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는 문재인 전 대표의 끈질긴 설득으로 4ㆍ13총선을 앞둔 2월 더민주에 입당했을 당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습니다. 박근혜 정권 탄생의 공신 중 한 사람이 적진인 야당으로 몸을 옮겨 온 데다가 그의 이적의 주요한 이유가 대선 당시 경쟁자였던 문 전 대표였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새누리당과 청와대 측은 “정치적 도의를 저버린 행위”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조 의원이 4ㆍ13총선에서 경쟁 후보를 249표차로 제치고 극적으로 당선되고 우상호 원내대표가 취임 직후 박근혜 정부를 향해 “우리에게는 조응천, 김병기(전 국가정보원 인사처장) 당선자 등이 있다”며 “권력 내부 속성과 잘못된 국정 운영 방식을 낱낱이 아는 분들이 있으니 이제 국정운영 기조가 잘못될 경우 하나씩 터뜨리겠다”고 견제구를 날리면서 또 한 번 화제의 중심에 올랐습니다. 모두 그가 박근혜 정부에서 일한 이력,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회장과 인연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조 의원은 검사시절이던 1994년 마약 투약 혐의로 기소됐던 박 회장의 담당 검사로 처음 인연을 맺었고, 청와대 근무 당시엔 박 회장 부부를 관리하는 업무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사자인 조 의원은 “일방적 폭로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저쪽에서 터무니 없는 주장을 할 경우 좌시할 수 없지 않느냐”며 여지를 남기기도 했는데요. 그런 그가 정윤회 문건 폭로 사건과 깊은 관계가 있는 인사들을 자신과 함께 손발을 맞출 보좌진으로 채용하면서 또 한 번 온갖 물음표가 만들어져 터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불체포 특권’ 적용을 받는 국회의원이 된 그가 과연 어느 정도의 파괴력을 지닌 폭탄을 터뜨릴 것인지를 두고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조 의원은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그건(각종 폭로) 언론이 기대하는 것입니다. 내가 지금까지 일해 본 사람 중 능력 있고 신뢰가 가서 같이 일하기로 한 것이지 무슨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나는 계속해서 이야기 하지만 그럴 의도가 전혀 없는 사람입니다. 진짜로 딜리트(deleteㆍ삭제)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앞서 2월 입당 직후 가진 기자와 인터뷰에서도 “내가 청와대를 그만 둔 2014년 4월 16일 이전 일에서는 결코 얘기를 안 한다. 그러기 위해서 정치를 하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문재인 (전) 대표나 당에서도 그걸 요구한 적도 없다. 그(청와대) 안에 있을 때 보고 들은 것은 모두 다 그곳에 놓고 왔다”고 여러 차례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이날 CBS와 인터뷰에서 “그렇지만 내가 나오고 난 이후에 있었던 일이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과 진행될 일에 대해서도 입을 다물고 있으라고 하면 무엇 때문에 국회의원을 하겠나?”라고 반문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검사 출신이고 법무부, 국가권익위원회, 국정원, 청와대 등 권력 기관을 두루 경험한 만큼 권력기관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바로잡는 일에 앞장설 것이라며 “국민의 대표로서 현재 정부가 잘못한 일에 대해 오랜 공직 경험으로서 당연히 얘기해야 하지 않겠나? 잘못하면 내버려 두지 않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는데요.

조 의원은 박지만 회장과 관계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 주장하는 상하관계가 아니라 신뢰하는 관계”라며 “보좌진을 뽑는 기준은 업무능력, 보안유지, 신뢰관계 등 3가지를 기준으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박 회장의 전인식 비서를 채용한 게 어떤 의도가 있는 게 아니라 능력과 신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솔직히 그 동안 조 의원을 공식, 비공식 자리에서 몇 차례 만나 얘기를 나누고 그 때마다 ‘그(청와대에서 있었을 때) 일’을 은근슬쩍 건드려 봤지만 정색을 하고 ‘아니라니까요. (폭로) 하지 않을 것이라니까요.” 하는 답만 되돌아 왔습니다. 그럴 때마다 속으로 ‘알지만 말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알지도 않은데 왜 자꾸 말하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인지 알쏭달쏭했습니다. 그런데 그 물음표가 한 동안 계속 될 것 같네요. 조 의원이 상임위원회로 법제사법위원회에 갈 가능성이 높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공안검사 출신에 현 정부의 핵심에 있었던 그가 자신의 옛 직장을 상대로 이제 수비가 아닌 공격에 나서야 할 상황입니다. 과연 그가 2014년 4월 16일 이전과 이후를 나눠서 공격을 할 수 있을지 꼬치꼬치 따져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트집을 잡아서라도 그가 알지만 말하지 않는 것에 대해 파헤쳐 보고 싶습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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