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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영화제 남우주연상 집시 배우, 생활고 못 이기고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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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영화제 남우주연상 집시 배우, 생활고 못 이기고 숨져

입력
2018.02.20 11:28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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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니아 출신 나지프 무직

“아이들이 사흘간 거의 굶었다”

수상 트로피 팔 정도로 고통받다

건강 악화돼 48세 나이에 별세

18일 생활고로 세상을 떠난 보스니아 출신 배우 나지프 무직. 2013년 베를린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지만 가족부양을 위해 1월 트로피를 판 것으로 알려졌다. AFP 연합뉴스
18일 생활고로 세상을 떠난 보스니아 출신 배우 나지프 무직. 2013년 베를린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지만 가족부양을 위해 1월 트로피를 판 것으로 알려졌다. AFP 연합뉴스

2013년 베를린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보스니아 집시 출신 영화배우 나지프 무직이 48세를 일기로 숨졌다. 영화배우로서는 성공했지만 경제적 어려움에 따른 극심한 생활고를 견디다 못했기 때문이다.

20일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무직은 지난 18일 보스니아 스바토바치의 가난한 고향 마을에서 숨졌다. 무직의 형제는 “수개월 사이 건강이 급격히 악화했으며, 18일 세상을 떠났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또 “그가 재정 문제 때문에 매우 힘들어했으며, 지난 1월 독일로 가려고 했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쓸쓸히 생을 마감했지만 5년 전 베를린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뒤 무직은 보스니아에서 한때 영웅 대접을 받았다. 당시 ‘어느 남편의 부인 살리기(An Episode in the Life of an Iron Picker)’를 통해 남우주연상을 받고, 그 영화는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은곰상)까지 받았다. 영화에서 무직은 아이를 유산한 부인의 치료비를 구하기 위해 애쓰는 연기를 펼쳤다.

무직의 생활도 영화 속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영화배우로서는 성공했지만 돈을 모으지는 못했다. 돈 몇 푼 벌려고 고철을 수집하는 옛날 직업으로 되돌아가야만 했다. 급기야는 지난 1월 가족 부양을 위해 베를린영화제에서 받은 ‘은곰’ 트로피를 5,000달러(530만원)에 내다 판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트로피를 처분하면서 “(돈을 구하려고) 오래된 차를 팔았고 이어 개인 물품을 팔아 치웠다”면서 “은곰 트로피를 팔아 치우는 것은 매우 힘든 결정이었지만 아이들이 3일간 거의 먹지 못했다”고 말했다.

무직은 2014년 가족들을 절망에서 구해내기 위해 독일 망명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또 지난달에는 베를린에 가서 영화제 주최 측에게 가족들이 얼마나 고통을 겪고 있는지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무직은 베를린영화제 시작 전 집으로 돌아왔다. 갚을 방법이 없는 벌금 부과 소식을 듣고 난 이후였다.

무직의 장례식은 21일 치러질 예정인데, 베를린영화제 주최 측은 그의 사망 소식을 듣고 “매우 슬프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한편 무직의 죽음은 보스니아에 거주하는 7만5,000명 집시의 불행한 운명도 조명케 하고 있다. 보스니아의 한 비정부기구(NGO)에 따르면 집시 중 정규직 취업자는 5%에 불과하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집시들을 보스니아에서 ‘가장 취약한 그룹’으로 평가했다. 사회 전반에서 제도적으로 구직 활동과 교육, 정치에서 차별받고 있다는 것이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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