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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스마트해질수록 소외감 커지는 중ㆍ장년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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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스마트해질수록 소외감 커지는 중ㆍ장년층

입력
2017.05.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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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대여소ㆍ패스트푸드점…

디지털 키오스크가 사람 대체

글씨도 안 보이는 터치스크린 앞

쩔쩔 헤매다 포기하기 일쑤

2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한 김춘식(68)씨는 요즘 집 근처에 설치된 서울 공공자전거 ‘따릉이’에 관심이 생겼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은 뒤부터 자전거 설치 장소를 지날 때마다 ‘한 번 이용해 봐야겠다’고 마음을 먹곤 했다.

급기야 얼마 전 아들에게 부탁, 휴대폰에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고 가입과 인증, 이용권 구매까지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그러나 정작 자전거 앞에서 그는 ‘포기’를 선언했다. 그는 “스마트폰이랑 10분 넘게 씨름을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며 “스마트폰이 쉽다는 건 젊은 사람들한테나 해당되는 말이고 나 같은 (나이든) 사람들은 쓰라고 갖다 놓은 것조차도 쓸 수가 없다”고 불평했다.

각종 디지털 편의시설이 늘면서 도시 전체가 ‘스마트’해지고 있지만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장년층과 노년층은 오히려 이들 서비스에서 자동으로 소외되고 있다. 세대 간 디지털정보의 차이, 즉 ‘정보격차’가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대구에 사는 정모(70)씨는 며칠 전 친구들과 함께 패스트푸드점을 방문했다가 주문도 하지 못한 채 다른 음식점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주문을 직원이 아닌 기계(키오스크)가 받으니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평소 스마트폰으로 카카오톡 유튜브 등을 잘 활용해 손주들로부터 ‘스마트 할머니’라고 불리는 정씨지만, 최소 10번은 화면을 터치해야 주문이 완료될 만큼 복잡한 키오스크 주문은 ‘감당하기 힘든 먼 길’이었다. 정씨는 “직원을 부르자니 번거롭기도 하고,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다른 음식점으로 갔다”며 “우리한테는 아직 기계보다 사람이 편하다”고 했다. 키오스크 앞에서 글씨가 잘 안 보인다면서 쩔쩔매는 노년층과 장년층의 모습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들은 젊은이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터치’와 ‘클릭’ 몇 번으로 해결하는 일을 발품을 팔아야 처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수수료까지 더 부담해야 하는 신세라고 한탄한다. 은행 업무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들어서야 딸에게 인터넷뱅킹 사용법을 배웠다는 김모(60)씨는 “이전엔 축의금 5만원을 보내려고 마을버스를 타고 은행까지 갔어야 했다”며 “인터넷뱅킹은 송금 수수료가 공짜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 그간 낸 창구 수수료가 새삼 아깝더라”고 말했다. 기차표를 예매할 때도 자동발매기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할 경우 최고 10%까지 할인을 받을 수 있지만 노년층과 장년층 일부는 혜택 자체를 모르거나 알아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세대 간 정보격차가 심해질수록 세대 갈등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며 “사회로부터 받는 소외감을 청년세대 탓으로 돌리면서 갈등이 표출되기도 한다”고 진단했다. 김지범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적 배려 차원에서 디지털 과도기에 있는 현재 노년층과 장년세대에 대한 스마트폰 이용 재교육 등이 지방자치단체와 복지관을 중심으로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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