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들의 구매력을 보여주는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4년 반 만에 감소했다. 심각한 수출 부진으로 저성장 추세가 뚜렷해지는 가운데 내수 동력인 ‘국민 지갑’마저 얇아지면서 한국 경제의 전망은 한층 어두워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올해 2분기 국민소득(잠정) 통계에 따르면 실질 GNI는 전분기보다 0.1% 줄었다. 분기별 GNI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10년 4분기(-1.9%) 이래 처음이다.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 7월 말 속보치와 같은 0.3%로 집계됐다. 지난해 2분기 이래 다섯 분기 연속 0%대 성장이다.
GNI가 줄어든 가장 큰 요인은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의 급감이다. 우리 국민이 외국에서 번 소득에서 외국인의 국내 소득을 뺀 이 값이 전분기 대비 4조8,000억원가량 줄면서 또다른 GNI 구성요소인 GDP(1조1,000억원 증가) 및 실질무역손익(3조6,000억원) 증가분을 상쇄했다. 한은은 국외순수취요소소득 감소가 일시적 현상이라는 입장이다. 김영태 국민계정부장은 “국내 기업이 해외투자 배당금을 올해 1분기에 대거 앞당겨 들여오면서 2분기 배당금이 상대적으로 줄었다” 며 “올해 상반기 전체로 보면 GNI 증가율이 전년동기 대비 4.2%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GNI 증가율이 GDP 성장률을 크게 앞질렀던 최근 상황이 오히려 '일시적 현상'이었을 뿐 국민 구매력은 저하되는 추세에 접어들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GNI 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 1.6%, 올해 1분기 4.2%를 기록, 같은 기간 성장률(0.3%, 0.8%)보다 훨씬 높았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몇 분기간 유가 급락으로 교역조건(실질무역손익)이 대폭 개선되면서 GNI가 호조를 보인 측면이 크다"며 "유가 하락이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만큼 소득증가율은 앞으로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수출을 대신해 성장을 견인해오던 내수는 5월 발병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맞물려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2분기 민간소비는 의료, 오락문화, 음식숙박 부문을 위주로 전분기 대비 -0.2% 감소했다. 내수시장이 세월호 참사의 직격탄을 맞았던 지난해 2분기 이후 1년 만의 마이너스 성장으로, 국민소득 증가율이 둔화되면서 향후 내수가 부진의 늪에 빠져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민간소비의 성장기여도 역시 1분기 0.3%포인트에서 -0.1%포인트로 내려앉았다. 다만 정부소비가 전분기보다 0.8% 늘면서 2분기 전체 소비지출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한편 순수출의 2분기 성장기여도는 -0.3%를 기록, 4개 분기 연속 수출이 성장률을 잠식하는 형국이다.
이근태 연구위원은 "수출에 이어 내수마저 부진세를 보이면서 성장 동력이 더욱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노후생활 우려 등으로 소비성향이 저하된 상황에서 소득 증가율마저 둔화되면서 '소득 감소→ 소비 위축→내수 타격'의 악순환이 형성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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