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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모성 정치 시대

입력
2017.06.27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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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53ㆍ서울 서초갑) 의원이 26일 바른정당 신임 대표로 선출됐다. 이로써 헌정 사상 처음으로 여야 5당 중 3당의 대표를 여성이 맡는 모성 정치 시대가 열렸다. 소통하고 포용하는 모성 리더십이 편가르고 싸우기 좋아하는 남성 패거리 정치문화를 확 바꿔주길 기대한다.
이혜훈(53ㆍ서울 서초갑) 의원이 26일 바른정당 신임 대표로 선출됐다. 이로써 헌정 사상 처음으로 여야 5당 중 3당의 대표를 여성이 맡는 모성 정치 시대가 열렸다. 소통하고 포용하는 모성 리더십이 편가르고 싸우기 좋아하는 남성 패거리 정치문화를 확 바꿔주길 기대한다.

5선 국회의원, 최고위원 4회 연임, 야당 총재. 이 화려한 정치 이력 주인공은 ‘여성 당수 1호’인 고 박순천 여사(1898~1983년)다. 1950년 2대 총선(서울 종로)에서 당선돼 국회에 진출한 그가 63년 민주당 총재로 선출되자 남성의원들은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고 공격해댔다. 그는 “나랏일이 급한데 암탉 수탉 가리지 말아야 한다”고 맞섰다. 생리일 유급휴가와 60일 출산휴가를 허용하는 모성보호법을 만들어 여성 사회활동 참여에 한 획을 그었다. 성차별을 금지하는 헌법 정신을 꿋꿋이 실천한 여장부였다.

▦ 여성의원이 30%는 돼야 과소(過少)대표가 극복된다는 게 정치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공직선거법은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해 비례대표 50%, 지역구 30%를 여성에 할당하도록 했다. 하지만 어떤 정당도 이를 지키지 않는다. 위반해도 제재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20대 국회 여성의원 비율은 17%로 유엔 권고 수준인 30%에 한참 모자란다. 국제의원연맹(IPU)에 따르면 올해 초 기준 한국의 여성의원 비율은 193개국 중 116위에 그쳤다. 북유럽(42%)은 물론 중남미와 아프리카 국가들보다도 뒤진다.

▦ 영국 정치학자 앤 필립스는 <참여의 정치>에서 사회구성원의 고른 참여 없이는 정책 쏠림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남성 중심의 정치적 사고로는 저출산 고령화 등 여성 및 가족 문제에 적절히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 정치는 오랜 기간 남성의 전유물이었다. 여성의 정치 참여 부족은 남성 편향적 법안과 제도를 만들어 낸다. 우리는 여성의원도 적지만 입법 실무를 맡는 4급 보좌관 중 여성비율은 5.9%로 더 적다. 국민 눈높이에서 실생활과 직결되는 법안이 잘 나오지 않는 배경이다.

▦ 70년 정치사에서 여성 당수는 박순천, 박근혜, 이정희 등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이혜훈 의원이 바른정당 당권을 잡음으로써 여야 5당 중 3당을 여성 대표가 이끌게 됐다.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어머니의 마음으로 일일이 다 찾아가서 듣고 사과도 하고 사랑의 띠로 하나로 묶겠다”며 ‘어머니 리더십’을 강조했다. 모성은 소통하고 포용하는 부드러움과 함께 원칙을 지켜 내는 강인함도 지녔다. 여성 당수 트로이카의 모성 리더십이 진영을 뛰어넘고 갈등을 녹여 내 남성 패거리 정치문화를 바꾸기 바란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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