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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숲'의 조승우, 연기 내공 돋보인 작품 5

입력
2017.06.24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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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승우는 tvN 드라마 ‘비밀의 숲’에서 감정을 잃어버린 검사 황시목으로 출연한다. CJ E&M 제공
배우 조승우는 tvN 드라마 ‘비밀의 숲’에서 감정을 잃어버린 검사 황시목으로 출연한다. CJ E&M 제공

꾹 다문 입술과 날카로운 눈빛. 강한 신념을 드러내는 외모는 검사 역할이 제격으로 보인다. 배우 조승우(37)는 tvN 드라마 '비밀의 숲'에서 감정이 없는 검사 황시목으로 열연 중이다. 속고 속이고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드라마 속에서 한 시도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는 인물이 바로 그다.

뇌수술을 받고 감정을 잃은 냉혈한을 실제 인물처럼 펼쳐 보이는 조승우의 연기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시청자가 있을까. 맡은 배역마다 제작진과 시청자에게 실망감을 안겨준 적 없으니 '비밀의 숲'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그 결과는 4%를 넘긴 시청률과 드라마가 끝난 뒤 나오는 화제성이 말해주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가 드라마에 도전한 건 이번이 겨우 네 번째라는 점이다. 연극과 뮤지컬, 영화가 그의 주무대였다. 지난 2012년 이병훈 PD의 MBC 사극' 마의'에 출연한 게 드라마와의 첫 인연이다. 그 후에는 안방극장까지 활보하며 편식 없이 대중문화의 전 분야를 제 집처럼 드나들고 있다.

19세에 영화 '춘향뎐'의 이몽룡으로 데뷔해 어느덧 20년의 연기 내공을 갖춘 조승우의 매력을 살펴봤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우장훈 검사를 연기한 배우 조승우. 쇼박스 제공
영화 ‘내부자들’에서 우장훈 검사를 연기한 배우 조승우. 쇼박스 제공

내부자들(2015)

"야! 깡패야~"

곱상한 외모로 얌전할 것만 같은 우장훈(조승우) 검사가 정치깡패 안상구(이병헌)을 반갑게 맞이하는 마지막 장면 속 대사다. 친근하게 들리지만 권위적이기도 해 우 검사의 캐릭터를 한 번에 보여준다.

영화 '내부자들'은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국회의원 장필우(이경영)와 대한민국 여론을 움직이는 신문사 논설주간 이강희(백윤식), 그리고 재벌 기업의 오회장(김홍파) 등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하는 인물들을 내세워 부패한 권력층의 민낯을 들춰낸 영화다. 그 안에서 이들의 비리 파일을 입수해 큰 성공을 꿈꾸다 발각된 안상구가 복수를 꿈꾸며 우장훈 검사와 손을 잡는 다는 내용이다.

사실 이병헌의 연기에 매료될 수밖에 없는 영화다. 오 회장 세력에 의해 한쪽 팔을 잃는가 하면, 걸음걸이나 헤어스타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이병헌의 카리스마는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다. 하지만 조승우와의 앙상블이 없었다면 빛을 발산하지 못했다. 이병헌에 맞서 부드러운 외모에 앙칼진 경상도 사투리를 겸비한 조승우의 연기는 전혀 뒤쳐지지 않는다.

조승우는 '내부자들' 개봉 당시 언론과 만나 "주, 조연에 연연하기 보다는 인물의 캐릭터를 보고 작품을 선택한다"고 말한 바 있다. 역할의 크기보다 배역의 개성이 뚜렷해야 "작품에 호감이 간다"고 했다. 영화 '암살'(2015)에서 연기한 독립운동가 김원봉이나 MBC '드라마 페스티벌- 이상 그 이상'의 시인 이상을 연기한 것도 그 때문이 아닐까.

조승우는 이병훈 PD가 연출한 MBC 사극 ‘마의’에서 수의사로 시작해 왕의 주치의가 되는 백광현의 삶을 연기했다. MBC 제공
조승우는 이병훈 PD가 연출한 MBC 사극 ‘마의’에서 수의사로 시작해 왕의 주치의가 되는 백광현의 삶을 연기했다. MBC 제공

마의(2012)

조승우가 안방극장 주인공으로 첫 도전장을 낸 작품이 MBC 드라마 '마의'다. 사극의 대가 이병훈 PD가 연출한 '마의'는 조선후기 말을 고치는 수의사에서 왕을 치료하는 어의가 된 백광현(조승우)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병훈 PD의 사극답게 조승우는 온갖 고초를 이겨내고 성공하는 백광현의 일대기를 드라마틱하게 풀어냈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한 드라마 도전이었지만 그의 연기력을 의심하는 시청자는 없었다. 시청률도 20%를 넘기며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 해 MBC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은 물론이고 특별기획부문 남자최우수연기상까지 연속 수상하며 연기력을 인정 받은 점은 박수를 보낼 만하다.

그러나 그에게 드라마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무려 5개월 간 50부작의 작업은 육체적으로 힘든 경험이었다. 그는 연기대상 시상식에서도 "뮤지컬 무대와 영화를 찍다가 드라마 현장에 오니 잘 못하겠더라"며 "대본이 늦게 나오고 밤새서 촬영하고, (대상을 받아)너무 기쁘지만 이 작품을 빨리 잘 찍고 무대로 돌아가고 싶다"고 털어놨다. 심지어 "TV에 큰 마음 먹고 출연했다. 죽을 각오를 했는데 정말 죽을 것 같더라"며 드라마 촬영 현장의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또한 "힘들다고 (드라마를) 안 하게 되면 '먹튀'아닌가. 항상 드라마에 대한 마음을 가지고 있겠다"고 했다. 힘든 환경에서 촬영하지만 드라마의 매력을 부인하진 않았다.

그는 그렇게 시청자와의 약속을 지켰다. '마의' 이후 MBC '드라마 페스티벌- 이상 그 이상'과 SBS 드라마 '신의 선물- 14일'(2014)에 이어 현재 '비밀의 숲'에 출연하고 있으니까.

영화 ‘타짜’에서 조승우는 가구공장에서 일하던 청년에서 전문도박꾼 ‘타짜’가 되는 고니 역을 맡아 열연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영화 ‘타짜’에서 조승우는 가구공장에서 일하던 청년에서 전문도박꾼 ‘타짜’가 되는 고니 역을 맡아 열연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타짜(2006)

영화 '타짜'의 주인공 이름인 고니만 들어도 조승우의 얼굴이 떠오른다. 연기인지 실제인지 모를 혼연일체 된 조승우의 연기력이 제대로 발현됐기 때문이다. 가구공장에서 일하던 청년 고니가 우연히 목격한 화투판에 끼면서 벌어지는 변화무쌍한 이야기가 '타짜'의 축이다. 전문도박꾼 '타짜'들이 펼치는 화투와 손 놀림의 미학은 '초짜'에서 '타짜'로 변해가는 고니와 교차되면서 화려한 영상을 만들어낸다.

조승우는 전설의 타짜 평경장 역의 백윤식과 도박판의 설계자 정마담 역의 김혜수, 입담으로 판을 흔드는 고광렬 역의 유해진 등 '연기 9단' 선배들과 호흡하면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연기력을 선보인다. 그 역시 '춘향뎐' 이후 9편의 작품에 주연으로 나서며 어느 정도 배짱이 두둑해진 상태였다. ‘타짜’로 인연을 맺은 최동운 감독은 ‘암살’(2015) 촬영 당시 또 한 번 조승우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그것도 주연이 아닌 특별출연으로. 최 감독은 이에 대해 "무엇을 맡겨도 믿음이 가고 안심되는 배우"라고 극찬했다. 감독으로서 연기력에 대해 의심할 필요가 없다는 말은 최고의 찬사가 아닐 수 없다. 조승우는 400만명의 관객을 모은 '타짜'를 통해 최고의 주가를 올리며 충무로에서 몸값도 올리게 된다.

조승우는 영화 ‘말아톤’에서 정신지체 장애인을 완벽하게 연기해 극찬을 받았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조승우는 영화 ‘말아톤’에서 정신지체 장애인을 완벽하게 연기해 극찬을 받았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말아톤(2005)

그 어떤 말이 필요할까. 조승우가 배우로서의 전환점을 맞은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영화 '말아톤'에서 5살 지능의 자폐증을 앓고 있는 스무 살 청년 윤초원으로 등장한다. 허공에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어수룩하게 말을 하지만 해맑은 미소의 ‘순수 청년’을 그리는 조승우의 연기는, 그 자체만으로 눈물을 자아낸다. 관객과 평단 모두에서 호평을 받은 이유다.

마라톤을 통해 세상에 한 발짝씩 내놓는 초원이의 가슴 찡한 도전은 조승우의 연기로 빛을 발산했다. 초원이 뛰는 것을 좋아한다고 믿는 엄마 경숙(이미숙)과 엄마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싫다'는 소리 한 마디 없이 마라톤에 매진하는 초원의 이야기는 그 해 영화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화제를 뿌리며 많은 이들을 뭉클하게 했다.

실제 인물인 배형진 씨를 모티브로 한 영화는 그가 실제로 19세의 나이에 춘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고, 철인 3종 경기를 완주한 것을 드러내며 정신지체 장애인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이끌어냈다.

초원이로 빼어난 연기를 펼친 조승우는 그 해 대종상영화제 남우주연상과 인기상, 청룡영화제 인기스타상, 백상예술대상 최우수남자연기상 등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인정 받았다. 중국영화제에서도 남우주연상을 수상할 정도였으니 '말아톤' 속 조승우의 위력은 대단했다.

마라톤 코치의 말에 운동장을 100바퀴 뛰거나, 지하철에서 얼룩무늬 스커트를 입은 여자를 따라갔다가 봉변 당하는 초원이의 모습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명장면이다.

영화 '클래식'에서 조승우는 1960년대 고등학생 준하를 연기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영화 '클래식'에서 조승우는 1960년대 고등학생 준하를 연기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클래식(2003)

순수하게 웃는 얼굴은 조승우의 트레이드 마크다. 영화 '클래식'은 그의 천진하하고 맑은 웃음을 실컷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작품. 1960년대를 배경으로 고등학생인 준하(조승우)와 주희(손예진)의 순수한 사랑을 이야기하는 '클래식'은 마치 황순원 작가의 '소나기'를 보듯 추억을 속삭인다. 두 사람이 폐가에 갔다가 소나기를 만나 뛰게 되고, 이 때문에 귀가 시간이 늦어져 어른들에게 심한 꾸지람을 듣는 모습이 '소나기'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그렇게 끝났을 것 같은 인연은 준하의 친구 태수(이기우)에 의해 이어진다. 태수가 부탁한 연애편지를 대필해 주던 준하는 그 상대가 주희라는 걸 알게 된다.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지만, 태수에게 그 사실을 숨기고 주희에게 마음을 담은 편지를 쓰는 준하. 세 사람의 어긋난 인연이 스크린에 녹아 들어 당시 중년 관객들에게 추억을 소환시키기도 했다.

특히 성인이 된 뒤 주희와 마주한 준하가 시각장애인이 된 것을 숨기고 천진하게 웃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익숙한 카페에서 동선을 미리 익힌 준하가 아무렇지도 않게 주희를 만나 일상적인 대화를 유도하는 모습에서 눈물을 쏟지 않은 관객이 없다. 그가 시력을 잃은 사실을 알고 있는 주희 역시 눈물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은 조승우와 손예진이 아니고서는 만들 수 없는 최고의 장면이다.

조승우는 '클랙식'의 호연 이후 몇 안 되는 멜로 남자주인공으로 불렸다. 그러나 따뜻한 미소로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던 조승우의 멜로 연기는 영화 ‘도마뱀’(2006) 이후 실종된 상태다. 하루 빨리 그가 로맨스 장르에 돌아오기를 기다려본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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