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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북핵 CVID 검증’ 회의론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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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북핵 CVID 검증’ 회의론 고개

입력
2018.05.1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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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루치, 힐 등 북핵 협상 경험 외교관들

“제조능력 빼앗지 못해” “시설 숨길 것”

향후 협상 과정서 북미 충돌 우려 커져

백악관, 풍계리 폐기 전문가 참관 요구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 특사. 홍인기 기자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 특사. 홍인기 기자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의 목표로 북핵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내에서 CVID 검증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2차 방북 뒤 북한이 “만족한 합의”를 했다고 밝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북미정상회담이) 큰 성공을 할 것”이라고 장담하지만, 실제 검증 단계에서 양측이 이견을 드러낼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이 모든 핵 시설 정보를 제공할지, 북한이 핵 반출을 허용할지, 핵 기술인력들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등 세부사항에서 북미가 강하게 충돌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당장 미국 정부는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과정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23~25일 진행될 폐기과정 공개에 전문가 참관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미국의소리(VOA)는 14일(현지시간) 백악관 관리를 인용, “국제 전문가들에 의해 사찰이 이뤄지고 완전한 확인 절차가 가능해야 하며, 이는 북한 비핵화 필수조치”라고 강조했다. 캐티나 애덤스 국무부 동아태 대변인도 “사찰할 수 있고 영구적이고 불가역적인 (핵실험장의) 폐쇄 조치는 비핵화의 중요한 단계”라며 “추가적 세부사항을 알고 싶다”고 말했다. 보여주기 행사가 아니라 북한 핵 능력을 파악할 수 있는 물질 채취가 필수적이고, 전문가 참관이 긴요하다는 주장이다.

북핵 협상 경험이 있는 미국의 전직 외교당국자들 사이에서도 북한의 CVID 가능성을 낮게 보는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 특사는 이날 워싱턴 카네기 국제평화연구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완벽한 비핵화 검증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불가역적인 것은 없으며, 북한의 잠재적인 핵무기 제조 능력을 결코 빼앗아 올 수 없다는 게 요지”라고 말했다. 최대 약 1만명으로 추산되는 북한의 핵ㆍ기술 인력이 남아 있는 한 불가역적인 핵 폐기는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북한이 핵 물질ㆍ핵 무기 등을 절반만 신고한다고 해도 미국이 그 거짓말을 알아차리기 어려울 것”이라며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불신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1일 VOA와의 인터뷰에서도 “핵 물질은 매우 작다. 하나도 없는지 직접 확인하기는 불가능하다”면서 완전한 검증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도 같은 토론회에서 “과거 북한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만 검증을 허용하고, 공개되지 않은 시설은 들여다보지 못하도록 했다”며 “우리가 실패했던 건 북한이 (핵 시설과 관련된) 목록을 전부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핵 시설ㆍ무기에 관한 정확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CVID 달성은 북한이 제시할‘목록’의 충실성ㆍ진위 여부에 달린 셈이다.

미국 내 우려에 대해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센터장은 “미국으로서는 충분히 제기할만한 문제”이라면서 “설사 북한이 핵 시설을 감추려한다 해도 완벽한 검증에 가깝도록 압박함으로써 우리가 떠안을 리스크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핵 관련 리스트 제출, 장거리미사일 폐기, 핵시설ㆍ농축시설 폐기ㆍ핵반출 여부 등을 놓고 북미가 막바지 씨름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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