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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출판사 첫 책] ‘아버지의 꿈’(2010)

입력
2016.03.18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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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출판을 해 보겠다고 출판사에 입사하였지만 20여 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노란상상’을 설립했다. 20여 년 영업 분야를 담당하다 보니 나에겐 기획 편집을 진행한다는 일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국내 창작보다는 외서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아이들 그림책 위주의 기획을 하게 되면서 만난 외국 그림책이 ‘아버지의 꿈’이었다.

물론 지금도 그림책을 미취학 아이들이나 보는 유아용 책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림책이야 말로 남녀노소 누구나 할 것 없이 차분히 독서 할 수 있는, 또 마음의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장르라 생각한다. 그래도 요즘은 어른들이 즐겨 찾는 추세가 늘어나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처음 ‘아버지의 꿈’을 만났을 때는 가슴이 먹먹했다. 첫 번째는 화려한 색채에 놀라고, 두 번째는 미국인 이면서 아주 동양적인 사고에 또 한 번 놀랐다. 아버지라는 단어는 동서양을 떠나 누구에게나 가슴 한쪽에 깊이 새겨져 있는 단어임이 분명하다. 어른들이 다 성장한 자식들에게 ‘네가 결혼해 가정을 가지게 되면 그 때 내 마음 알게 될 거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아버지의 꿈’을 보면서 내 유년의 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으니 그림책은 추억을, 마음을 움직이는 좋은 장르이지 싶다.

책에서는 작가 자신의 실제 어릴 적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자전적 이야기라고 한다. 곳곳에 꿈을 위해 노력하는 아버지의 모습과 그것을 지켜보던 자신의 어린 시절의 추억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꿈을 꾸고 꿈에 대한 열정을 쏟아 냈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은 아버지의 꿈을 대신 이루어 내면서 추억하게 된다. 아버지는 단 한 번도 하늘로 날아오르지 못한다, 하지만 아버지의 흔적은, 아버지의 꿈은 언제나 아들에게 남아 있었다.

아버지가 커다란 바람처럼 아이를 들어 올려 밖으로 달려 나갔던 것처럼 어른이 된 아들의 바람이 되어 아들의 손을 잡아 이끌어 주는 듯하다. 곳곳에 숨어있는 극적인 연출들은 세대를 이어 우리 아이들에게 영원히 계속되는 모든 ‘아버지의 꿈’이기도 하다.

몇 문장의 글과 그림으로 가슴을 울리며 우리 정서에 맞게 완벽하게 구사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내 능력이 부족하다 보니 번역하신 김경연 선생님과 편집진행자가 무척이나 고생했다. 우리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대화하듯이 또는 독백하듯이 문장을 다듬기를 수차례 거듭했다. 아이들 그림책은 빨간 펜으로 교정하는 것이 아니라 수백 번의 읊조림을 통해서 멋진 문장이 나온다는 걸 그 때 처음 알았다. 그 이후의 모든 작품들은 작가나 편집자 등 모여 읽어 가면서 편집을 한다. 마치 시 낭송회처럼.

그런 수고로움으로 한 편의 인생 드라마 같은 작품이 빛을 보게 되었고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가족 상담 등 독서치료 교재로도 사용한다는 소식도 있었으니 앞으로도 그런 수고스러움을 마다 않을 생각이다. 힘들게 작업했던 ‘아버지의 꿈’에서 가장 소중한 문장을 올리며 그림책이 더욱 사랑 받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여러 해가 지났습니다. / 아버지의 꿈은 / 내가 다 자랄 때까지 가만히 기다렸습니다. / 그리고 어느 날 내게 말을 걸었습니다. / 만약 아버지의 꿈이 내 아들에게 찾아온다면 아들은 어떻게 할지 궁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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