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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만산업, 이젠 중국에 배워야 하는 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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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만산업, 이젠 중국에 배워야 하는 처지

입력
2018.05.15 16:2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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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해수부, 상하이에 견학단 파견

뒤처진 자동터미널 도입 서둘러

노동자 반발이 구축에 걸림돌

정부가 ‘스마트항만’ 도입을 위해 중국 견학에 나선다. 우리나라가 조선ㆍ해운업 구조조정 여파 등으로 주춤하는 사이 중국이 항만 자동화 사업에 박차를 가하면서 한때 ‘해운 선진국’으로 불리던 우리가 중국으로부터 배워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정부는 늦게나마 스마트항만 구축을 핵심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방침이지만 항만 노동자들의 반발이 거세 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해양수산부는 오는 16~18일 중국 상하이 양샨(洋山)항에 해수부 공무원 6명과 해양수산개발원 연구원 1명을 보내 ‘완전무인자동화 컨테이너 터미널’을 견학한다고 15일 밝혔다. 지난해 12월 개장한 양샨항 터미널은 선박에서 컨테이너를 내리는 하역 작업부터 트럭에 컨테이너를 싣고 게이트를 통과하는 작업까지 모든 과정이 자동화돼 있다. 정부는 터미널 탐방, 항만 관리기구인 상하이국제항만그룹 관계자 면담 등을 통해 스마트항만의 국내 도입을 본격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부산항 신항과 인천항 신항이 후보지다.

중국은 칭다오(靑島)항과 샤먼(廈門)항, 양샨항까지 3개 항구에 완전자동화 터미널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5월 개장한 칭다오항 터미널의 경우 네덜란드 로테르담항(2015년), 미국 롱비치항(2016년)에 이어 세계 세 번째이자 아시아 최초의 완전자동화 터미널이다. 중국은 이로써 스마트항만 기술의 1단계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마트항만은 자동화기술, 인공지능(AI), 정보통신기술(ICT) 등을 통해 물류 운송을 최적화한 항만으로, 기술 발전 단계별로 ▦하역ㆍ이송ㆍ보관ㆍ반출을 무인으로 운영하는 ‘자동화’(1단계) ▦물류 정보를 실시간으로 생성 및 공유해 화주, 선사, 세관, 하역사 등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정보 체인화’(2단계) ▦물류 정보를 바탕으로 완전 자율적으로 터미널을 운영하는 ‘지능화’(3단계) 등으로 나뉜다.

중국은 거대한 내수, 저임금 인력,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바탕으로 스마트항만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스마트항만 시장의 양축은 하드웨어에 해당하는 자동화 운송 장비와 소프트웨어인 자동화 시스템인데, 시스템 분야에선 미국, 스웨덴 등의 기술력이 앞서지만 운송 장비 제조 분야에선 중국 기업이 막강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컨테이너 크레인 등 항만 운송 장비의 철강구조물을 주로 제작하는 중국 기업 ‘ZPMC’는 세계시장 점유율 1위(2016년 기준 76%)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걸음마 단계다. 국내 기업 중 현대삼호중공업, 두산중공업 등이 스마트항만 장비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중국 기업과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최상희 해양수산개발원 항만물류기술연구실장은 “10여 년 전만 해도 물동량 처리 규모나 시설 측면에서 우리의 항만 산업 수준이 중국을 앞섰다”며 “그러나 2005년 아시아 항만 물류 허브를 표방한 양샨항 개항을 기점으로 중국이 항만 개발에 대대적으로 투자하며 격차를 좁혔고 자동화ㆍ첨단화 투자 단계에 들어선 지금은 우리를 앞지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는 항만 노동자들의 반발도 스마트항만 구축의 걸림돌이다. 특히 부산항 노동자들은 기존 일터인 북항이 재개발에 들어가면서 일자리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이라 신항 자동화에 대한 반대가 더욱 거세다. 김형진 부산항운노동조합 쟁의1부장은 “대체 일자리 마련 없이 신항에 무인자동화 터미널이 들어서면 노동자 대부분이 실직자로 전락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최근 한국항만운송노동연구원은 부산항이 완전자동화 되면 하역 노동자 2,205명 중 1,947명(88.3%)가 일자리를 잃을 것이란 내용의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스마트항만이 세계적 추세가 될 것이라 도입을 미루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 2월부터 스마트항만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온 해수부는 연내 부산항, 인천항 항만 자동화 사업과 일자리 감소 대응 방안 등을 담은 로드맵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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