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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귀환 무대 같았다” 새벽 2시 한편의 트럼프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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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귀환 무대 같았다” 새벽 2시 한편의 트럼프쇼

입력
2018.05.10 21:3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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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억류 미국인 3명 워싱턴 도착

대통령 부부, 부통령 부부 총출동

3명 태운 C-40 비행기 도착하자

트럼프 부부 직접 기내 들어가

함께 나오자 활주로 인파 환호성

돌아온 김상덕씨 승리의 V번쩍

"꿈만 같다, 돌아와서 정말 기뻐"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김동철(가운데)씨가 10일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해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비행기에서 내리며 두 손을 번쩍 든 채 V자 표시를 하고 있다. 앤드루스 공군기지=EPA 연합뉴스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김동철(가운데)씨가 10일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해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비행기에서 내리며 두 손을 번쩍 든 채 V자 표시를 하고 있다. 앤드루스 공군기지=EPA 연합뉴스

10일 새벽 워싱턴 외곽 앤드류스 공군기지 활주로에는 한 대의 비행기를 맞이하기 위해 미국 최고위층 인사들이 속속 결집했다. 오전 2시께 마이크 펜스 부통령 부부를 실은 헬기가 착륙한 데 이어, 18분 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부를 실은 대통령 전용 헬기 ‘마린 원’이 굉음을 내며 안착했다. 이어 백악관 인사들을 태운 또 다른 헬기가 뒤를 이었고 그 사이 대형 리무진들도 속속 모여들었다. 이미 3시간 전부터 진을 치고 있던 취재진의 카메라를 통해 미 전역 국민들의 눈과 귀가 밤을 잊은 채 활주로에 쏠린 상황이었다. 그야말로 국가 최고의 의전 행렬이 대기하는 귀환 무대였다.

북한을 방문한 국무장관 전용기가 본국 땅을 밟은 것은 오전 2시38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일행이 내린 후 5분 뒤인 43분께 마침내 이날의 주역인 한 대의 비행기가 검은 하늘에서 조명등이 켜진 활주로로 날렵하게 안착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북한에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 김상덕, 김학송씨를 실은 C-40 의료 비행기였다.

대형 성조기가 게양된 행사장으로 비행기가 천천히 들어서자 숨죽이던 취재진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져 나왔다. 한 취재진은 “히어로의 등장 무대 같다”고 말했다. 북한에 억류된 자국민의 무사 귀환에 대한 국민적 관심에다 이를 자신의 중요 치적으로 부각시킨 트럼프 대통령의 기획이 맞물린, 영웅적 귀환 무대에 다름 없었다.

기지 내 건물에 잠시 대기해 있던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 펜스 부통령 부부, 폼페이오 장관 등이 이들을 마중하기 위해 C-40기 앞으로 이동했고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등 핵심 참모들은 활주로 주변으로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멜리니아 여사가 직접 비행기 안으로 들어간 후 5분 뒤 이들을 데리고 나와 카메라 앞에 서자 활주로 인근에 모인 인파들에서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대형 성조기를 배경으로 두고 트럼프 대통령 부부 사이에서 김동철씨가 손을 번쩍 들어 만세를 하며 손가락으로 ‘V’ 자를 그리고, 김상덕씨가 오른 손을 가슴에 댄 채 경의를 표하는 장면은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승리를 어떤 말보다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이로써 북미 정상회담으로 가는 길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됐고 분위기는 물이 올랐다.

석방된 미국인 3명은 본국 땅을 밟은 뒤 취재진이 모인 쪽으로 이동하는 동안에도 연신 양팔을 휘저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기자들 앞에 선 김동철씨는 “꿈만 같다. 돌아와서 정말 정말 기쁘다”고 귀환 소감을 밝혔다. 그는 “북한 억류 당시 어떤 대우를 받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잠시 답을 주저하다가 “여러 가지 대우를 받았다”며 “노동을 하기도 했고, 병에 걸렸을 때는 치료를 받기도 했다”라고 답했다.

지난해 6월 12일 북한 억류 미국인 오토 웜비어가 혼수상태로 귀국해 일주일 만에 비극적으로 숨졌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날 무대는 귀환자들의 안도와 환희, 트럼프 정부 인사들의 자축의 환한 미소로 가득 찼다.

세 귀환자들은 취재진에 간단한 소감을 밝힌 후 월터 리드 육군병원으로 이동해 추가 건강검진을 받았다. 이들은 전날 평양에서 석방된 후 주일미군 사령부가 있는 일본 요코타(横田) 공군기지까지 폼페이오 장관의 전용기를 타고 이동했다. 이후 일본에서 기내 의료 시설이 준비된 C-40 비행기로 갈아타고 미국으로 향했다. 이들은 10일 알래스카에 잠시 기착한 후 국무부가 대신 배포한 성명을 통해 “우리는 우리를 집으로 데려와 준 미국 정부와 트럼프 대통령, 폼페이오 장관, 미국 국민에게 깊은 감사를 표하고 싶다”는 입장을 전했다.

앤드류스 공군기지=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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