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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서 일하려면 인니어 시험 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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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서 일하려면 인니어 시험 쳐라?

입력
2018.06.24 19:00
수정
2018.06.24 19:14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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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취업 절차 간소화한다며

되레 인니어 학습 의무화

구체적 내용 안 알려져 혼란 가중

내년 재선 노리는 조코위 대통령

노동계ㆍ야당 반발 무마 차원인 듯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스카이라인.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고용허가 절차 간소화에 착수한 인도네시아에서 동시에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자국 언어 시험을 의무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현지 진출 외국기업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스카이라인.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고용허가 절차 간소화에 착수한 인도네시아에서 동시에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자국 언어 시험을 의무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현지 진출 외국기업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외국인 취업 절차를 간소화하겠다고 내놓은 제도가 오히려 외자 유치를 저해하는 내용이어서 현지 진출 외국 기업 사이에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취업 비자 발급 절차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면서도, 미국이나 한국 등 다국적 기업의 현지 파견 주재원에 대해 인도네시아어 실력이 일정 수준에 미달하면 체류 자격을 박탈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다국적 기업 주재원 대부분이 현지 통역을 채용하는 게 관행인 동남아 국가에서 취업 비자 취득에 자국어 학습 의무를 부과한 건 인도네시아가 처음이다.

24일 인도네시아 정부에 따르면 이달 29일부터 외국인 근로자 고용법 개정안이 발효된다. 외국인 취업 허가 규정을 간소화하면서도 취업 상태와 상관없이 모든 외국인에 대해 인도네시아어 시험을 의무화하는 게 골자다. 한국상공인 단체(코참) 소속인 K사 관계자는 “취업 허가 관련 비자 발급, 갱신 등에 번거로움이 없어진다고 해서 큰 기대를 하고 있다”면서도 “그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인도네시아어 시험을 봐야 한다고 해서 걱정도 많다”고 말했다.

법 개정은 지난 1월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이다. 매년 체류 비자 갱신을 위해 본인은 물론 동반 가족까지 인근 나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야 하는 등 불편을 없애 달라는 외국기업 및 각국 재계 단체의 건의가 빗발친 데 따른 것이었다.

문제는 지금까지 현지 통역에 의존하거나 영어로 소통하던 외국인 주재원에게 어학시험을 의무적으로 보게 한 대목이다. 현지 노동허가 대행 업체 관계자는 “2015년 도입을 추진했다 거센 반발에 부딪혔던 내용”이라며 “관련 문의는 많이 받고 있지만 당국에서도 설명이 없어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규모로 고용하고 있는 기업들이 노심초사 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용허가와 연동되는 인도네시아어 시험 도입에 따른 업계의 충격은 시험 대상과 방법 등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험 성적표를 고용허가 전에 제출해야 하는 경우 타격이 클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인도네시아어 능력 시험 과정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새로운 부패 고리가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도 “인도네시아 정부가 외국인 비자 발급 관련 비리를 줄이려고 새 제도를 도입했지만, 오히려 어학 시험이라는 새로운 비리가 생겨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일부에서는 인도네시아어가 배우기 쉽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코트라 자카르타 무역관 관계자는 “웬만한 외국인들은 시험이 없어도 6개월 정도면 현지어를 구사하게 된다”고 말했다. 사후 성적 제출 조건일 경우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정부 조치는 내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조코위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올해 초 조코위 대통령이 고용허가 간소화를 지시했을 때만 해도 인도네시아어 시험 의무화 내용은 없었다. 하지만 외국인 유입을 늘리는 이 법안에 야당과 노동계가 크게 반발하면서 어학시험 의무화 계획을 발표했다는 설명이다.

현지 YSM&PARTNERS 법률사무소의 이승민 변호사는 “외국인 고급 인력의 유치를 통해 자국 산업을 일으키겠다는 게 조코위 정부의 기본 계획이지만, 대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자국 일자리 문제와 직결되는 외국인 고용허가 조건 설정에는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하는 선심성 정책이 더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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