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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군산조선소 독 폐쇄는 막아주세요

입력
2016.12.2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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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이사장님께.

안녕하십니까, 전북 군산시장 문동신입니다.

시국도 어지럽고 현대중공업과 군산의 상황이 좋지 못한 이러한 때 서신을 통해 안부 올리는 점 널리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유치 당시를 돌이켜보면 그때 군산조선소야말로 우리 군산시민을 먹여 살리는 미래의 필수 기간 기업이 될 것으로 생각해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뛰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군산조선소 부지 181만㎡를 조성하기 위해 기존 LG 공장 부지의 도로 이전 해결과 조선소 연수원 건립을 위한 전북외국어고등학교 부지의 학교시설 폐지 등을 관철해 기업에 일방적으로 특혜를 준다는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지만, 저는 오로지 군산조선소를 유치해 현대중공업과 군산이 함께 하는 미래만을 생각하면서 일을 추진했습니다.

우리 군산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함께 성장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군산조선소가 첫 삽을 뜨게 된 지난 2008년 군산시 인구가 26만3,000명 정도였는데 현재는 27만8,000여명으로 1만5,000명이 증가해 시세가 상당히 커졌고 130만톤의 독과 1,650톤의 골리앗 크레인 등 세계 최고의 시설은 시민의 자랑이 되었습니다.

또한 5,500여명에 달하는 근로자를 고용해 매년 선박 12척 이상을 건조해 매출 1조2,000억원과 인건비 1,975억원, 전북 수출의 8.9%, 군산경제의 2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조선업 경기 침체의 여파로 수주절벽에 처하면서 군산조선소도 독 폐쇄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것 같습니다.

물량을 제대로 받지 못해 이미 군산조선소 및 협력업체 근로자 973명이 실직했으며, 앞으로도 선박건조 물량을 받지 못하면 조만간 대량 실업이 올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에 군산시민과 근로자들이 초조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예전에 유치 환영현수막을 걸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군산조선소가 폐쇄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습니다.

저는 군산조선소는 단지 기업의 수지 논리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중공업이 군산에 둥지를 튼 순간부터 기업의 사회적인 책임이 주어지고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군산시민들과 보이지 않는 약속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군산조선소가 비록 1개의 독만 가지고 있지만 그 1개의 독이 가지는 상징성은 매우 큽니다. 울산지역의 직원들이 군산으로 이사를 오면서 영호남의 오래된 지역감정의 벽이 무너지는 계기가 됐으며, 낙후된 전북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정 이사장님, 군산조선소는 독이 1개뿐입니다.

이 유일한 1개의 독이 문을 닫는다면 근로자의 대량실업으로 이어지고 군산은 물론 전북산업의 붕괴는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향후 독이 재가동이 된다고 하더라도 1년 이상의 인력확보 시간과 시설구축에 따른 막대한 돈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독 폐쇄라는 최악의 사태만은 반드시 막아주셔야 합니다.

지금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를 믿고 투자한 협력업체는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으며 상환해야 할 자금과 부족한 일감에 삶의 의지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세계굴지의 기업을 일군 현대그룹 창업주이신 고(故) 아산 정주영 명예회장님을 도전정신의 기업가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시련은 있지만 실패는 없다” 그리고 “뜻이 있다면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라는 정주영 명예회장님의 말씀처럼 끝까지 군산조선소를 포기하지 마시고 세계에서 으뜸가는 조선소로 키워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우리 군산이 다시 예전의 불 꺼진 항구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불행한 사태만은 막아주십시오.

항상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기 바랍니다.

문동신 군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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