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민승 기자

등록 : 2017.11.29 16:43
수정 : 2017.11.29 21:25

[짜오! 베트남] 우버 때문에 사라지는 ‘딱시’들

<30> 혼돈의 택시 업계

등록 : 2017.11.29 16:43
수정 : 2017.11.29 21:25

시장장악 택시社 비나선ㆍ마이린

직원 줄이고 적자 허덕 車 매각도

3년 前 180대로 출발한 우버는

현재 2만5000여대로 크게 늘어

‘O2O’ 자가용 영업에 규제 없어

몇 대씩 굴리는 무허가 업자도

29일 호찌민시 사이공 트레이드센터 앞 택시 승차장에서 택시 회사 직원이 손님들에게 택시를 배차하고 있다. 정차 대기 공간이 좁은 대형 빌딩 앞에서 주로 볼 수 있는 풍경으로 손님 수요를 봐가며 인근 공터에서 대기하고 있는 자사 택시를 무전망을 통해 호출한다.

수 년 전 아내와 이혼한 뒤 9학년(중4ㆍ15세) 딸과 함께 살고 있는 택시운전사 응우옌 응옥 퐁(36)씨는 지금 일이 대단히 만족스럽다.

10시간 운전하면 다음날 쉴 수 있고, 그렇게 주 3, 4일 일하고 받는 월급 800만~1,000만동(약 40만~50만원)은 딸 교육비와 생활비로 부족함이 없다. 그는 “우버 택시를 뛰면 더 많이 벌 수 있지만 신경 쓸 일도 많고 인생이 복잡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날을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택시를 찾는 손님은 줄고, 핸들을 놓는 동료들은 늘고 있으며 회사는 적자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 이 일이 아니어도 어떻게든 살아가겠지만 지금의 행복 시효가 길지 않음을 알리는 신호를 접할 때면 우울해진다.

택시 운전 5년 차인 응우옌 응옥 퐁(36)씨가 손님을 싣고 출발하고 있다. 하루 10시간씩 주 3,4일 근무하면서 월 40만~50만원을 번다.

고사 직전의 ‘딱시’

베트남에서 딱시(택시의 베트남어 발음)들이 사라지고 있다. 29일 현지 매체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비나선 택시의 경우 올 초 1만6,237명이던 직원 수가 6월 말 8,291명으로 반 토막 났다. 마이린그룹의 직원 수도 같은 기간 3만명에서 2만4,000명 수준으로 20%가량 감소했다. 베트남 택시 시장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는 두 업체는 2015년까지만 해도 두 자리 성장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신한베트남은행 관계자는 “은행업계에서는 이 택시업체들과 거래하기 위해 물밑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고 말했다. 2003년 설립된 비나선은 중ㆍ남부 지역을 주무대로 하고 있으며, 1993년에 출범한 마이린 택시는 전국구의 베트남 최대 택시 회사다.

직원 수를 줄였다는 것은 수익이 나지 않고 있다는 얘기이다. 마이린의 경우 2016년 1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수익을 낸 적이 한 차례도 없다. 지난 3분기에 70억동(약3억5,000만원) 적자를 냈다. 전 분기(140억동) 대비 손실 폭을 절반으로 줄였지만 딱히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비나선은 기사들이 하루 40,50명씩 나가고 마이린은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차를 내다 팔고 있다”라고 전했다. 마이린은 적자 만회를 위해 지난 20일 ‘세옴(오토바이 택시)’ 시장에도 진출했다.

대세로 떠오른 우버와 그랩

관광객과 기업인, 부유층의 발 역할을 하며 호황을 누리던 택시들이 고전하고 있는 배경에는 우버와 그랩같은 모바일 콜택시들의 등장이 있다. 2014년 우버가 베트남에 서비스를 시작할 당시 호찌민시에 180대 수준이던 우버 차량은 지난달 말 2만5,000대로 급증했다.

인기 비결은 ▦청결 ▦안전 ▦저렴 ▦신뢰 등이다. 자가용 승용차(9인승 이하)를 이용하는 만큼 일반 택시보다 깨끗하고 자신의 자동차로 운행하기에 안전운행을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요금이 수요ㆍ공급 원칙에 따라 결정되고 탑승 전에 고지되는 것도 굉장한 장점이다. 도 일반 택시와 비교해 30% 정도 저렴하다. 현대 i10으로 우버 택시 일을 하고 있는 응우옌 응옥 하이(28)씨는 “승객과 기사가 서로 연락처를 알 수 있고 별점으로 상대를 평가하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날 수 없는 구조”라며 “높은 평가를 받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택시 이용이 대세로 자리를 잡자 마이린, 비나선은 물론, 탄콩카, 선택시, 빅택시, 홈카, 택시 롱 비엔 등 중소 택시 업체들도 자체 앱을 제작ㆍ배포했지만 반응은 시큰둥하다. 택시를 휴대폰으로 부르는 것 외에는 기존 택시 이용과 다른 점이 없다. 특히 인력 유출이 심해지면서 신규 택시 기사를 채용하고 있으나 지방에서 올라온 경우가 많아 ‘길치’ 택시에 대한 불만도 있다.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전통 택시. 손님을 보다 빠르게 모시기 위해 오토바이 전용 차선을 불법으로 점하고 달리는 경우도 많다.

혼돈의 택시 시장

현재 우버, 그랩과 같은 ‘모바일 택시 연결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에 대한 규제가 베트남에는 없다. 자동차만 있으면 누구라도 수입을 올릴 수 있는 탓에 할부로 차량을 구매한 뒤 기사로 뛰는 젊은 구직자들도 있다. 아예 5대씩 자동차를 구입한 다음 기사를 고용해 수입을 올리는 무허가 업자들도 출현했다. 또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상품관세 철폐로 내년 차량 가격 추가 인하가 예상되는 만큼 이 같은 운전자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하이씨는 “가족을 돌보면서 일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성수기 3,000만동(약 150만원), 비수기 1,500만동의 수익을 올린다”고 설명했다.

우버ㆍ그랩이 파죽시세로 성장하자 기존 업체들이 들고 일어나기도 했다. 얼마 전까지 ‘우버와 그랩은 베트남 법을 준수하라’, ‘불공정한 경쟁을 야기하는 우버 그랩 이용을 자제해주세요’ 등 문구가 적힌 붉은색 플래카드를 붙인 택시들을 적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당국이 대책 마련을 약속하며 막아선 탓에 며칠 가지 못했지만 이 같은 집단행동은 베트남에서 흔치 않은 일이다.

당국은 관련 규정 마련에 열을 올리고 있으나 어느 한쪽 손을 들어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우버와 그랩이 일자리를 만들고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관광ㆍ서비스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어서다. 이런 효과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안전과 세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적정수준의 공급 조정을 노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호찌민=글ㆍ사진 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우버와 그랩은 베트남 법을 준수하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차량에 붙인 비나선 택시 기사들이 떤션넛 국제공항 주차장에서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탄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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