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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대사가 文대통령 영접 않고 난징으로 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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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대사가 文대통령 영접 않고 난징으로 간 이유

입력
2017.12.13 17:2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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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장쑤성 난징에서 열린 난징대학살 80주년 추모식에 참석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 EPA=연합뉴스
13일 장쑤성 난징에서 열린 난징대학살 80주년 추모식에 참석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 EPA=연합뉴스

노영민 주중대사가 13일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영접 대신 난징(南京)대학살 80주년 행사에 참석했다.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갈등과 관련한 중국의 공세적 태도를 감안한 성의 표시로 풀이된다.

주중대사관 측은 이날 “노 대사가 원래 베이징(北京) 공항에서 중국을 국빈방문하는 문 대통령을 영접할 예정이었지만 오늘 장쑤(江蘇)성 난징에서 개최되는 중국의 국가 추모행사에 참석하게 됐다”면서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긴박하게 결정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당초 난징대학살 추모식에 상하이(上海)총영사가 가기로 돼 있었지만 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이 ‘대사가 대통령을 영접하러 공항에 나오는 것도 중요하나 그보다는 이 나라의 중요한 국가적 행사에 대사가 직접 참석해 뜻을 기리는 게 좋겠다’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노 대사가 예정에 없던 난징대학살 추모행사에 참석한 것은 한중 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중국 측에 최대한의 성의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중국 관영매체들은 이날까지도 사드 문제와 관련해 사드 추가배치ㆍ미국 미사일방어(MD)체계 편입ㆍ한미일 군사동맹 진전 등이 없을 것이라는 우리 정부의 3불(不) 이행을 촉구했다. 관영 CCTV는 문 대통령 인터뷰를 방송하면서 악의적 편집 논란까지 불렀다. 우리 정부로서는 문 대통령이 중국의 아픔에 공감하고 있음을 부각시킴으로써 양국 정상 간 만남에서 돌발 상황이 발생할 여지를 줄이고자 한 것이다.

실제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후인 2014년부터 난징대학살 발생일을 공식기념일로 제정해 기리고 있다. 시 주석과 위정성(兪正聲)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등 최고지도부는 이날 난징에서 열린 추모행사에 직접 참석했고, 상하이ㆍ선양(瀋陽) 등 다른 20여개 도시에서도 일제히 기념행사가 열렸다. 지난 11일까지만 해도 상하이총영사의 참석이 예정돼 있던 우리 정부는 일본을 겨냥한 과거사 연대로 공감대를 넓히는 동시에 사드 논란을 완화함으로써 성공적인 정상회담 분위기 조성을 위해 하루 이틀 새 급박하게 참석자의 급을 노 대사로 높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의 국빈방문이 하필 중국이 엄숙한 분위기 속에 국가적 추모행사를 치르는 날로 정해졌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방중 날짜는 우리 정부의 제안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중 양국 모두 내주에는 각각 재외공관장회의와 경제공작회의가 예정돼 있어 상징성이 큰 연내 방중을 성사시키기 위해선 불가피했을 수 있지만 문 대통령이 베이징에 도착한 뒤 한참 지나서야 시 주석이 베이징에 돌아온 상황은 결과적으로 국빈방문의 의미를 어색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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