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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성추문에 얼굴 화끈... 최순실 게이트에 휘청

입력
2016.12.2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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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대중문화계는 추문과 논란으로 얼룩진 한 해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불미스러운 사건과 온갖 시비를 지켜봐야 하는 대중의 피로감은 어느 때보다 강했다. 연예인 성추문으로 떠들썩했고,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놓은 최순실 게이트가 대중문화계라고 가만두지 않았다.

환호와 절망이 교차하기도 했다. KBS2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중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면 한류의 힘을 재확인해 주었으나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결정에 중국 정부가 ‘한한령’(한류 제한 조치)으로 맞서며 한류는 된서리를 맞아야 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한국일보 엔터테인먼트팀 기자들이 대중문화계의 굵직한 이슈들을 되짚어봤다.

JYJ 멤버 박유천(왼쪽)과 배우 엄태웅은 성추문 사건으로 팬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JYJ 멤버 박유천(왼쪽)과 배우 엄태웅은 성추문 사건으로 팬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잇따라 터져 나온 연예인 성추문

라제기 기자(라)=“첫 손에 꼽히는 이슈는 단연 연예인 성추문이다. 한류스타 박유천이 지난 6월 성폭행 혐의로 네 여성으로부터 고소를 당한 데 이어 7월엔 배우 이진욱이, 9월엔 가수 정준영이 같은 혐의로 피소돼 경찰 조사를 받았다. 개그맨 유상무는 성폭행 미수 혐의를 받았고, 배우 엄태웅은 마사지업소에서 성매매를 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박유천과 이진욱, 유상무, 정준영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이미지는 이미 구겨졌다.”

양승준 기자(양)=“박유천은 공익근무요원 신분인 데다 사건 장소가 유흥업소라는 점에서 더 큰 논란이 됐다. 대중은 병역 문제에 특히 민감하다. 군 복무 중에 이런 추문을 일으키면 연예계 복귀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박유천 사건 당시 공익근무 중인 다른 연예인들에게도 비상이 걸렸다고 하더라. 가급적 밤에는 외출을 자제하고 특히 술집 출입은 하지 말라고 소속사에서 특별단속을 했다.”

김표향 기자(김)=“예전에도 이런 일이 많았는데 밖으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 이미 지뢰는 깔려 있었다고 본다. 박유천 사건이 터지면서 하나 둘씩 연쇄 폭발을 일으킨 거다. 그로 인해 연예계의 왜곡된 성 인식이 실체적으로 드러나게 됐다.”

조아름 기자(조)=“당시 종합편성채널(종편)의 시사프로그램들도 저급하고 선정적인 가십 보도를 쏟아내 비판을 받았다. 단순 추문으로 인지한 것도 문제라 본다. 몇몇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아직 재판 중인 사건도 있지 않나. 범죄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강은영 기자(강)=“연예계가 자정 노력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연예인들도 대중의 기대를 충족하면서 얻는 수입과 명예가 있으니 자기 관리에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

가수 전인권(위 사진)과 이승환(아래 왼쪽 사진)은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집회에서 공연을 펼쳐 시민들에게 감동과 위로를 선사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가수 전인권(위 사진)과 이승환(아래 왼쪽 사진)은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집회에서 공연을 펼쳐 시민들에게 감동과 위로를 선사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연예계에 튄 최순실 불똥

라=“최순실 게이트의 불똥은 연예계로도 튀었다. 몇몇 연예인들과 기획사들은 최씨 일가 또는 최씨 측 관계자들과 친분이 있어 연예계 활동과 사업에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으로 곤욕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새 앨범 발표를 준비 중이던 가수들이 활동을 미루기도 했다.”

양=“사람들은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냐고 하지만, 당사자들은 억울해하는 경우가 많다.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와 함께 연예인 야구단에서 활동했다는 한 매니저는 단지 서로 알고 지냈을 뿐인데 그것도 죄가 되냐면서 한탄을 하더라.”

강=“워낙 사안이 중대하니 연예인들 스스로 조심하면서 활동을 자제하는 수밖에. 언급 자체가 연예인들에겐 타격이 됐을 거다. 물론 비선실세의 도움으로 이권을 챙겼다면 문제이겠지만 말이다.”

양=“실제 피해도 있었다. YG엔터테인먼트는 의혹이 불거진 직후 주가가 폭락했다. 싸이도 예정된 방송 출연을 취소하고 컴백 일정을 미뤘다.”

김=“이번 촛불집회를 통해 연예인들이 정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 직접 촛불집회에 참여하거나 목소리를 내는 연예인들의 소신 행보가 촛불민심의 환호를 받았다. 과거엔 연예인들이 사회적 발언을 하면 ‘폴리테이너’라 부르며 부정적 시선으로 바라봤지만, 앞으로는 연예인들의 정치적 의사 표현이 한층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라=“촛불집회 무대에 오른 가수들이 특히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광화문광장이 거대한 공연장이 되지 않았나. 대중가요의 힘을 새삼 느꼈다.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면서 이들을 하나로 통합시키는 매개이자 촉매로서 존재감과 가치를 증명했다.”

강=“배우들의 참여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아 아쉽다. 사회적 이슈를 대중과 함께 고민하고 공감대를 만들어가려는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이승환이나 전인권처럼 선배로서 구심점 역할을 해준 배우도 없었다.”

양=“그래서 하지원이 ‘길라임 가명 논란’에 대해 ‘신작 영화의 주인공 이름은 쓰지 말아달라’고 센스 있게 말한 것이 사이다처럼 느껴졌다.”

조=“촛불집회에서 공연한 가수들 중엔 이전에도 사회적 메시지가 있는 무대에 꾸준히 섰던 팀이 많다. 그래서 배우들에 비해 집회 참여가 좀 더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라=“영화와 드라마는 공동작업이기 때문에 자칫 배우 한 명이 작품 전체에 피해를 줄 수도 있다. 그런 측면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시국 풍자곡 ‘수취인분명’을 발표한 그룹 DJ DOC(위 사진)는 논란이 된 가사를 수정해 촛불집회 사전 행사 무대에 올랐다. 래퍼 산이(아래 왼쪽 사진)의 ‘나쁜X’와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의 노래들도 여성혐오라는 비판을 받았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시국 풍자곡 ‘수취인분명’을 발표한 그룹 DJ DOC(위 사진)는 논란이 된 가사를 수정해 촛불집회 사전 행사 무대에 올랐다. 래퍼 산이(아래 왼쪽 사진)의 ‘나쁜X’와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의 노래들도 여성혐오라는 비판을 받았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가요계도 여혐 논란 뜨거워

강=“촛불집회는 가요계에서 간간이 불거졌던 여성혐오 논란이 공론화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래퍼 산이의 ‘나쁜X’는 국정 농단 사태를 연인의 배신에 비유한 가사로 여성을 비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DJ DOC도 시국 풍자곡인 ‘수취인분명’의 일부 가사가 여성혐오적 표현이라는 지적을 받아 예정됐던 촛불집회 무대에 서지 못했다.”

조=“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실패를 여성 대통령의 국정 실패로 보는 시선에 문제가 있다. 특히 산이의 노래 가사는 수준 이하였다. DJ DOC의 경우 노래 자체는 여혐의 소지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지만, 집회 주최측이 공연을 취소한 것에 대해선 동의할 수 없다.”

양=“‘수취인분명’의 경우 여혐으로 볼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여혐 의견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무대에서 ‘수취인분명’을 안 부르겠다고까지 했는데 공연 기회를 박탈했어야 하나. 이건 내부 검열이고, 또 하나의 폭력이다. 이번 논란이 사람들에게 여혐 이슈를 환기해 각성의 계기로 작용했다는 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촛불집회 이전에 가요계 여혐 이슈가 촉발된 건 방탄소년단 팬들이 가사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서부터다. 아이돌 팬덤이 그런 역할을 했다는 게 상당히 고무적이다. 발전적 문화다.”

라=“가수들이 가사에 성차별적 요소는 없는지 검토하게 된 건 사실 상업적 측면에서의 고려이기도 하다. 예전보다 팬들의 정서를 감안한 세련된 작업들이 이뤄지는 것이다.”

tvN ‘도깨비’(왼쪽)를 집필한 김은숙 작가는 올해 상반기에도 KBS2 ‘태양의 후예’로 한류 붐을 일으켰다. tvNㆍKBS 제공
tvN ‘도깨비’(왼쪽)를 집필한 김은숙 작가는 올해 상반기에도 KBS2 ‘태양의 후예’로 한류 붐을 일으켰다. tvNㆍKBS 제공

‘태후’와 ‘도깨비’로 안방 점령한 김은숙 작가

양=“박 대통령도 사랑한 드라마 ‘시크릿가든’(SBS)의 길라임 캐릭터를 탄생시킨 김은숙 작가는 상반기 ‘태양의 후예’와 하반기 ‘도깨비’(tvN)를 선보여 큰 환호를 받았다. ‘태양의 후예’의 유시진(송중기)과 ‘도깨비’의 김신(공유)은 올해 대중문화계 최고의 인기 캐릭터로 꼽힌다.”

강=“김 작가가 스스로 진화하고 있다. 작가로서의 입지가 있는데도 다른 작가들과의 공동창작으로 자기복제의 함정을 피하고 변화를 추구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물론 클리셰도 존재하지만 서사가 한층 탄탄해졌다.”

양=“한 해에 두 편의 드라마를 연달아 성공시킨 케이스는 거의 없지 않나. 단지 성공해서가 아니라, 경력 있는 작가가 스스로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는 점이 놀랍다.”

김=“‘도깨비’가 ‘태양의 후예’보다 먼저 기획된 작품이다. ‘태양의 후예’가 먼저 제작되고 ‘도깨비’가 뒤로 밀렸다고 하더라. 만약 ‘태양의 후예’가 ‘도깨비’ 뒤에 나왔다면 김 작가가 퇴보했다는 비판이 나왔을지도 모르겠다(웃음).”

조=“중국배우 수치(서기)도 열혈 팬이라 밝혔다. ‘태양의 후예’ 이상으로 한류 붐을 폭발시킬 수 있는 드라마인데 한한령이 걱정스럽다.”

강=“업계 관계자들도 한한령이 실재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미운 털 박히지 않으려고 함구하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라=“어느 영화감독이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를 만나 한류 지원책을 요청했더니 ‘한류는 정부가 안 키웠다’고 답을 했다고 하더라. 자생적으로 컸으니 알아서 하라는 거다. 한류에 숟가락 얹으면서 지원책은 딱히 없다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태양의 후예’의 송중기(왼쪽)와 ‘도깨비’의 공유는 대중문화계를 대표하는 올해의 인물이다. KBSㆍtvN 제공
‘태양의 후예’의 송중기(왼쪽)와 ‘도깨비’의 공유는 대중문화계를 대표하는 올해의 인물이다. KBSㆍtvN 제공

올해의 인물은 송중기? 공유?

강=“대중문화계에서 올해의 인물을 꼽는다면 누굴까.”

양=“공유다. 1,000만 관객이 본 영화 ‘부산행’으로 흥행성을 보여줬고, ‘도깨비’로 배우로서의 가치를 드러냈다. 나쁜 면에서 올해의 인물을 꼽으면 단연 박유천이다.”

강=“나 역시 공유다. 영화 ‘밀정’(750만명)까지 흥행을 성공시켰다.”

조=“‘태양의 후예’ 송중기가 부가가치 면에선 가장 뛰어나지 않았나 싶다. 한국 경제에 미친 영향이 대중문화인 중에 가장 크다.”

라=“나도 송중기에 한 표. 제대하자마자 기존 이미지와 다른 역할을 맡아 자신의 상품 가치를 국경 너머까지 확장시켰으니까.”

김=“그런 점에서 나는 김은숙 작가를 꼽고 싶다. 송중기와 공유가 폭발적 인기를 끈 건 그의 드라마 덕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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