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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해운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ㆍ비노조원 분리벽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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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해운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ㆍ비노조원 분리벽 설치

입력
2018.04.30 04:4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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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가입 권유 막기 위해 설치

일감 할당 등 노조원에 불이익

“말도 섞지 마라” 방해 협박도

노조 “장벽은 지금 없어졌지만

가입 여부 따라 자리 구분” 주장

삼성전자서비스 해운대센터가 2015년 11월 노조원과 비노조원 업무 공간을 분리하기 위해 애프터서비스(AS) 기사 사무실에 격벽을 설치하기 전 모습(위 사진)과 설치한 모습(아래 사진).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제공/2018-04-27(한국일보)
삼성전자서비스 해운대센터가 2015년 11월 노조원과 비노조원 업무 공간을 분리하기 위해 애프터서비스(AS) 기사 사무실에 격벽을 설치하기 전 모습(위 사진)과 설치한 모습(아래 사진).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제공/2018-04-27(한국일보)

“노조원은 이쪽, 비노조원은 저쪽으로.”

삼성전자서비스 지역센터가 한 사무실 안에 노조원과 비노조원의 업무 공간을 분리하는 장벽을 설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삼성전자서비스(원청)가 지역센터(하청) 노조원 차별 등 부당노동행위에 개입했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 수사의 고삐를 죄고 있다.

29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성훈)는 2015년 11월 부산 해운대센터가 노조원과 비노조원의 접촉을 차단할 목적으로 외근직 수리 기사들이 머무는 사무실에 격벽을 설치했던 증거 자료와 진술을 확보했다.

애초 센터 측은 노조원과 비노조원을 분리해 별도 공간에서 근무하도록 했지만, 비노조원들이 항의하자 하나의 사무실을 사용하도록 했다. 대신 사무실 중간에 격벽을 설치해 노조원과 비노조원이 따로 근무하도록 했다.

이 같은 분리장벽 설치는 비노조원에 대한 노조원의 노조가입 권유를 막기 위한 센터 측의 조치로 검찰은 보고 있다. 센터는 비노조원들에게 “노조원과 말도 섞지 마라”거나 “(비노조원들이) 노조 가입하면 폐업하겠다”며 노조 가입을 방해ㆍ협박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 관계자는 “(장벽이 없어진) 지금도 내근직 기사들은 노조 가입 여부에 따라 앉는 자리를 구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원들은 장벽 설치를 부산고용노동청에 신고했지만, 고용노동청은 현장근로감독을 실시, 벽을 허물도록 조치만 하고 법적 제재를 가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조합법 81조에 따르면 노조를 조직하거나 운영하는 것에 개입하는 경우 부당노동행위가 되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최미숙 노무사는 “예외적이고 노골적인 탄압행위에도 추가 조사나 조치가 없었다는 점에서 고용노동청의 근로감독이 부실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장벽 설치와 더불어 센터 측은 노조원에게만 업무지역 배정이나 일감 할당 등에서 불이익을 주기도 했다. 기사들이 수리 건수에 비례해 보수를 받는 상황을 악용, 센터와 가깝고 수리 요청(콜)이 많은 ‘알짜 지역’에 비노조원을 집중 배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노조원은 “노조원은 일감이 없는 지역으로 밀려났다”며 “원청 콜센터 직원으로부터 ‘MJ’(문제인력의 약자)로 분류된 노조원에게는 콜을 주긴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노동조합법은 노조원이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것 역시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권영국 변호사는 “노조원과 소통을 차단한 것만으로도 노조 운영에 대한 개입”이라며 “노조 가입을 이유로 불이익을 줬기 때문에 부당노동행위로 보기 충분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센터의 부당노동행위에 삼성전자서비스가 입김을 행사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센터 및 삼성 측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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