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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가을 하늘

입력
2017.10.16 16:2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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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천이 고향인 나태주 시인의 ‘대숲 아래서’라는 시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가을/ 해 지는 서녘 구름만이 내 차지다/ 동구 밖에 떠드는 애들의 소리만이 내 차지다/ 하기는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것도 아닌/ 이 가을, 저녁밥 일찍이 먹고/ 우물가에 산보 나온/ 달님만이 내 차지다’. 결실의 계절이라 모든 게 풍성한 듯하지만 아침저녁 밀려드는 찬 바람처럼 문득 외롭고 쓸쓸해지는 가을 서정을 잘 담아낸 시다.

▦ 그제 주말은 전형적인 가을 하늘을 여러 모양의 흰 구름들이 수놓아 “와, 하늘 봐”라는 말이 절로 나올 날씨였다. 가을 하늘이 사계절 중 유난히 파랗고 높아 보이는 것은 여름 동안 한반도 상공을 지배하던 고온 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물러나고 차고 건조한 대륙계 고기압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기압 배치 변화로 상공의 수증기 양이 줄어 시계가 좋아지면서 하늘이 더 높고 더 파랗게 보이는 것이다. 고기압이긴 봄, 겨울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봄은 기온이 올라가며 공기 순환이 빠르고 바람까지 잦아 거기 섞여 든 먼지가 시야를 가린다. 겨울은 한랭전선의 영향으로 구름이 낮게 드리우는 우중충한 날이 적지 않다.

▦ 구름은 만들어지는 높이에 따라 상층운, 중층운, 하층운으로 나눈다. 가을에 자주 보는 구름은 5,000m 이상 높은 곳에 자리한 상층운으로, 대표적인 세 가지가 권운(卷雲), 권적운(卷積雲), 권층운(卷層雲)이다. 가장 높은 권운은 가는 실이나 띠 모양으로 ‘털구름’ ‘새털구름’이라고도 한다. 권적운은 잔물결처럼 펼쳐져 우리말로는 ‘털쌘구름’ ‘비늘구름’ ‘조개구름’ 등으로 부른다. ‘털층구름’이라고도 하는 권층운은 하늘을 넓게 베일로 가린 듯 덮었다 금세 가을비를 부르는 구름이다.

▦ 가을은 갈수록 골칫거리인 미세먼지량이 가장 적은 계절이기도 하다. 하지만 늘어난 연중 미세먼지량이 그다지 줄지 않고 있어 관련 대책을 서둘러 실행하지 않으면 공활한 가을 하늘도 이제부턴 잠깐으로 끝날지 모른다. 국립환경과학원 자료를 보면 특히 가을ㆍ겨울은 수도권 미세먼지 발생에 중국 등 국외 요인이 상당하다. 난방의 계절이 시작되면서 최근 베이징, 톈진 등 6개 성과 시에서는 초미세먼지 15% 감소를 목표로 한 ‘대기오염관리행동방안’을 내놓았다고 한다. 구호만 앞섰던 한중 대기오염 대책도 실질적 결실을 봐야 할 때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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