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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사람/ 이번주에도 희망을 사셨나요… 복권 알고 즐기면 재미 2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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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사람/ 이번주에도 희망을 사셨나요… 복권 알고 즐기면 재미 2배

입력
2011.08.05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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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복권 열풍'이다. 지난달 1일 발매되기 시작한 연금복권이 매주 매진행진을 이어가면서 동네 복권 판매점에서조차 2주 뒤 추첨하는 연금복권을 구하기가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연금복권이 '대박'을 터뜨리자 다른 복권 매출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 2003년 '로또 광풍' 이후 근 10년 만에 '복권 신드롬'이 재연되는 분위기다. 서민들이 매주 쌈짓돈을 아껴 '희망'을 사는 복권. 그 속에는 숱한 기대와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는 의외성 만큼이나 많은 사연이 숨어 있다. 복권의 실체를 조금 더 안다면, '꽝의 아픔'도 좀 더 여유롭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빅 히트' 연금복권

연금복권의 인기는 애초 상품을 기획했던 정부 관계자도 예상하지 못했다. 회당 발행장수를 630만장으로 설계했지만, '많이 찍었다가 다 팔지 못할까' 걱정돼 1회차는 375만장만 찍었다. 실제 연금복권 탄생과 함께 폐지된 팝콘복권은 발행장수 대비 판매율이 평균 5~10%에 불과했다. 사상 초유의 발매 즉시 매진 행진에 정부는 요즘 '어서 인기가 잦아들기를' 오히려 바라고 있다.

연금복권은 이제 갓 10명의 1등 당첨자를 배출했을 뿐인데도 각종 화제를 만들어내고 있다. 인천에서 2회차 1등에 당첨된 40대 회사원은 연금복권 10장을 구입해 회식자리에서 동료들에게 9장을 나눠준 뒤 자신의 몫으로 1장을 챙겼다. 그런데 나머지 1장을 넣어둔 지갑을 잃어버렸다가 3일 뒤 겨우 식당에서 되찾은 뒤 맞춰보니 1등이어서 가슴을 쓸어 내렸다고 한다.

20년간 연금식으로 나눠 받다 보니 당첨금을 타가는 자세도 다른 복권과는 다르다. 규정상 당첨사실이 확인된 다음달 하순부터 연금이 지급되는데, 7월 하순 당첨된 한 부부는 연일 야근을 하다 8월1일에야 수령 창구를 찾았다. "규정상 9월 하순부터 연금이 지급된다"는 직원의 말에 당첨자는 "어차피 20년 동안 나눠 받는데, 한 달 늦으면 오히려 더 좋죠"라며 웃었다고 한다.

'복권의 왕' 로또

현재 국내에서 발매되는 복권은 모두 12종. 이 가운데 로또 판매액이 전체의 95% 이상이다. 요즘은 연간 2조5,000억원 가량 팔리지만, 발매 초기 1장당 2,000원에 당첨자가 없을 경우 다음회로 무제한 이월되던 시절에는 이른바 '인생역전' 광풍과 함께 4조원 어치 넘게 팔렸다.

지난달 말까지 로또 1등 당첨자는 총 2,489명. 평균 당첨금액은 약 21억원으로 매주 평균 5~6명이 행운의 주인공이 됐다. 로또의 당첨확률은 약 814만분의 1. 매주 4,000만장 정도가 팔리니 산술적으로도 매주 약 5명의 1등이 나오는 게 맞는 셈이다.

로또의 특징은 번호를 구매자가 직접 고를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의외로 기계가 골라주는 번호를 선택하는 사람이 10명 중 7명(73%)이 넘는다. 혹시 기계가 찍어주는 숫자는 중복되지 않을까. 나눔로또에 따르면 전국 6,400여 판매점에 설치된 기계는 매번 자동번호를 뽑을 때마다 독립적으로 무작위 번호를 만들어낸다. 다른 기계는 물론, 자신이 이전에 뽑아냈던 번호조차 신경쓰지 않는다는 얘기. 극단적으로는 같은 기계에서 같은 번호가 반복돼 나올 수도 있다.

안 찾아가는 당첨금, 매년 400억

'그 돈이 어떤 돈인데 안 찾아가나' 할 지 모르지만 당첨금을 끝내 수령하지 않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지급 개시일로부터 일정 기간이 지날 때까지 당첨자가 나타나지 않아 복권기금으로 귀속된 당첨금은 매년 400억원 가량. 2007년 12월 나눔로또 출범 이후 1,104명의 1등 당첨자 가운데 10명이 결국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284회차 1등 당첨금 31억원과 418회차 14억원이 끝내 주인을 찾지 못해 복권기금에 더해졌다. 2등 당첨자가 나타나지 않은 경우도 같은 기간 95건이었다. 정부는 미수령 당첨금 규모를 줄이기 위해 소멸시효를 기존 60일에서 2006년 180일로 늘린 데 이어 올해 7월부터는 1년으로 더 연장했다.

복권의 역사

우리나라 최초의 복권은 해방 직후 발행된 '올림픽후원권'이다. 가난했던 정부가 1948년 런던올림픽 참가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1장당 100원씩 140만장이 발행돼 21명이 1등 당첨금 100만원씩을 탔다. 이후 복권은 특정 목적을 위해 한시 발행됐다. 1949~50년 이재민 구호자금을 위해 발행된 '후생복표', 56년부터 나온 '애국복권', '산업박람회 복표'(62년), '무역박람회 복표'(68년) 등이 뒤를 이었다.

69년 나온 주택복권이 사실상 제대로 된 복권의 시초다. 2006년 로또에 밀려 사라질 때까지 오랜 기간 서민들 내 집 마련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90년 등장한 즉석복권도 한 때를 풍미했다. '동전으로 긁는 맛'이 인기를 끌면서 95년에는 전체 시장의 66%를 점했을 정도다. 이처럼 복권의 인기가 높아지자 정부부처마다 경쟁적으로 자체 복권을 발행하면서 2001년에는 8개 부처 18개 복권 가운데 65%가 판매도 되지 않고 폐기됐다.

판매액 절반은 '좋은 일'에

복권으로 벌어들인 돈은 공익목적 사업에 많이 쓰인다. 1,000원짜리 로또복권 한 장을 사면 이중 절반(500원)은 당첨금에, 나머지 80원 정도가 판매자 수수료와 관리비용으로 쓰이고 420원은 복권기금으로 쌓인다. 2003~2010년 조성된 복권기금은 무려 9조574억원. 우리나라의 기금조성 비율은 판매액 대비 42%로 다른 나라보다 훨씬 높은 편이다.

기금 중 35%는 예전 복권을 발행했던 기관들에 일정비율씩 나눠져 각자의 공익사업에 사용된다. 나머지 65%는 복권위원회가 정한 공익사업에 쓰이는데 작년의 경우 서민 주거안정ㆍ소외계층 복지ㆍ문화예술 진흥 사업 등에 6,600억원 이상 지원됐다. 정부가 '복권은 곧 기부'라고 홍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 로또 5장 같은 번호 표기 1등 당첨돼 기쁨 5배로

작년 로또복권 1등 당첨자들의 평균상은 '서울ㆍ경기 지역 30평 이하 아파트에 사는 월 소득 300만원 미만의 고졸 기혼 40대 남성.'정도로 그려진다. 언뜻 평범해 보이지만 개개인의 사연을 들춰보면 복권 1등은 결코 자연스럽게 찾아오지 않았다.

나눔로또에 따르면 2009년 1월 대구에서 319회차 1등에 당첨된 A씨는 우연한 실수로 두 배의 행운을 안았다. 구입한 복권 2장에 6자리 중 마지막 숫자만 다르게 써넣으려다 마킹 실수로 같은 번호를 쓴 게 중복당첨으로 이어졌다.

그 해 3월 327회차 추첨에서는 무려 12명의 당첨자가 쏟아졌다. 알고 보니 이 중 5명 분이 경남 양산에서 복권을 구입한 B씨의 몫이었다. B씨는 1등 당첨금 8억8,000만원의 5배인 44억원을 챙겼다. 비결은 평소 습관이었다. B씨는 "가끔씩 로또 5장을 사 같은 번호로 표기해 왔다"고 담담히 말했다. 이후부터 기계에 맡기는 자동번호가 줄고, 여러 장에 같은 번호를 써 넣는 구매자가 크게 늘었다는 게 나눔로또 측의 설명이다.

작년 로또 1등 당첨자 중 '좋은 꿈을 꾸어서' 당첨됐다고 응답한 사람은 17%에 불과했다. 하지만 꿈을 꾼 사람 10명 가운데 4명은 '조상 꿈'을 꾸었다고 한다. L씨 역시 비슷한 경우.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형제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선산에 고조부의 산소까지 마련한 L씨는 어느 날 사별한 남편이 돈뭉치와 집문서를 주고 가는 꿈을 꾼 뒤 로또를 구매해 1등에 당첨됐다. H씨는 추첨 전 날 제사를 마친 뒤, 할아버지가 손을 꼭 잡아주는 꿈을 꾼 게 비결이었다고 전했다.

길몽의 약발은 외국도 예외가 아니다. 캐나다 토론토의 메리 울렌(86)씨는 2006년 복권 번호와 수표를 꿈에서 본 뒤 몬트리올 잭팟 복권에 당첨됐는데, 이 꿈에 대한 확신이 너무 강해 이후 똑 같은 번호로 구입한 다른 복권도 당첨이 됐다.

작년 9월과 10월 이스라엘의 로또 추첨에서는 1달 만에 똑 같은 1등 번호가 나와 "4조분의 1의 확률이 터졌다"며 화제가 됐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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