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뗏목 체험ㆍ재능 기부…지자체의 ‘즐거운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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뗏목 체험ㆍ재능 기부…지자체의 ‘즐거운 나눔’

입력
2017.09.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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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ㆍ청년실업 증가 팍팍한 사회

기부ㆍ자원봉사 참여율 갈수록 저조

지자체 아이디어로 나눔 문화 확산

영월ㆍ칠곡ㆍ밀양 다양한 기부 실험

지난달 4일 강원 영월군에서 열린 '동강 뗏목 축제'에 참석한 가족들이 직접 꾸민 뗏목을 타보고 있다. 이날 뗏목 체험비는 전액 기부에 사용됐다. 영월문화재단 제공
지난달 4일 강원 영월군에서 열린 '동강 뗏목 축제'에 참석한 가족들이 직접 꾸민 뗏목을 타보고 있다. 이날 뗏목 체험비는 전액 기부에 사용됐다. 영월문화재단 제공

강원 영월군과 영월문화재단은 1997년부터 매년 열고 있는 지역 문화재인 ‘영월 동강 뗏목 축제’를 올해는 예년과 조금 달리 치렀다. ‘나눔 문화 확산’이라는 캠페인을 축제에 녹인 것인데, 이를 위해 주최 측은 동강에서 뗏목을 타는 체험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뗏목 한 척당 체험비 5,000원씩을 받았다. 이 돈은 오롯이 기부 활동에 사용됐다. 또 참가자들이 뗏목을 타면서 뜰채로 농산물상품권 교환권이 든 풍선을 건지는 이벤트를 마련하고, 이렇게 획득한 농산물상품권은 지역의 소외 계층을 위한 기부에 쓸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국민의 기부 참여율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금전은 물론이고 재능 기부, 봉사활동도 확연히 감소 추세다. 10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이는 수치로 확연히 나타난다. 15세 이상 한국인의 기부 참여율은 2011년 36.0%에 달했지만 2015년에는 30% 밑(29.8%)으로 떨어졌다. 2015년 자원봉사 참가율은 16.3%로, 참여율이 정점을 찍었던 2009년(19.3%)보다 3% 포인트나 낮다. 경제규모는 계속 커지지만 개인과 기업의 기부총액은 2013년 12조4,859억원, 2014년 12조6,241억원, 2015년 12조7,110억원 등 해마다 거의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인구 고령화와 청년실업 증가가 기부와 나눔 문화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는 게 정무성 한국비영리학회 회장(숭실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진단이다.

이런 현상을 깨뜨리기 위해 발을 벗고 나선 건 지방자치단체다. 고령화라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 속에서 시들해지는 나눔 문화를 살리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개개인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고 중앙 정부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 주는 역할을 자청하고 나선 것이다.

경북 칠곡군도 기부 문화 확산에 가장 적극적인 지자체 중 하나다. 이곳에는 ‘어름사니’라는 이름을 달고 지역 사회에서 활발한 재능 기부 활동을 펼치는 사람들이 200명에 달한다. 어름사니는 ‘신비한 재주를 부릴 줄 아는 사람’의 순 우리말. 칠곡군의 어름사니들은 춤이든, 노래든, 지식이든 남에게 베풀 만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로, 군이 관리하는 인력 풀에 자발적으로 이름을 올리면 각종 행사나 모임 때 재능 기부를 하게 된다. 경남 밀양시는 ‘밀양 아리랑 대축제’를 지난해부터 2년 연속 ‘나눔 문화 확산’이라는 주제 의식을 담아 진행하고 있다. 재능 기부를 받아 ▦다문화 가족센터의 해외 의상 체험 ▦각국 악기체험 ▦어르신 장수사진(영정사진) 촬영 등의 행사를 진행하고, 그렇게 얻은 수익은 다시 지역 사회에 기부 형태로 환원한다. 경북도와 경주시가 합작해서 지원한 창작 공연 ‘플라잉’은 누적관객 70만명을 기록한 인기 공연임에도 2013년부터 매년 수십 차례 나눔 공연을 실천하고 있다.

정부도 지난해부터 매년 지자체 축제와 연계해 나눔 문화 확산을 지원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연간 2억원가량 예산을 들여 지자체 10곳을 선정해 지원한다. 고경환 보건사회연구원 실장은 “재정을 통한 복지의 한계를 자발적 나눔으로 보완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면서 “공공 부문 복지 규모도 늘려야 하겠지만, 지자체 등 지역 사회가 나서서 중앙 정부에서 놓치는 부분을 채워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지난해 10월2일 제4회 낙동강 세계평화문화대축전이 열린 경북 칠곡군에서 재능 기부 단체인 '어름사니'의 회원들이 기념 공연을 하고 있다. 칠곡군 제공
지난해 10월2일 제4회 낙동강 세계평화문화대축전이 열린 경북 칠곡군에서 재능 기부 단체인 '어름사니'의 회원들이 기념 공연을 하고 있다. 칠곡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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