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말로만 공영방송... 사랑 못 받고 영향력도 없어"

알림

"말로만 공영방송... 사랑 못 받고 영향력도 없어"

입력
2017.01.15 15:36
0 0
13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미디어 구조개편을 위한 정부와 공공부문의 대응’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지배구조 개선 등을 포함한 공영방송의 진로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13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미디어 구조개편을 위한 정부와 공공부문의 대응’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지배구조 개선 등을 포함한 공영방송의 진로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니들도 공범’ 그리고 ‘짖어봐’.

공영방송 KBS와 MBC 취재진이 지난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모인 시민들로부터 각각 들었던, 모욕에 가까운 말들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쉽게 부정하기 힘들다는 게 이 시대 공영방송이 처한 쓰라린 현주소다. ‘세월호 참사’와 ‘최순실 게이트’ 등 최근 한국사회를 송두리째 뒤흔든 일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공영방송을 두고 “정권의 비위를 가리기 급급했다” “더 이상 언론이 아니다”라는 날선 비판의 목소리가 안팎에서 쏟아져 나왔다.

공영방송 종사자들을 비롯해 학계, 언론시민단체들은 공영방송의 침몰을 더 이상 지켜볼 수 만은 없다고 말한다. 사장 임면 등 구체적인 방법론에서 차이가 있을진 모르나, 수 년간 제기돼 온 지배구조 개선을 중심으로 하루빨리 공영방송 정상화를 이뤄야 한다는 데 이들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13일 오후 한국방송학회(회장 강형철) 주최로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미디어 구조개편을 위한 정부와 공공부문의 대응’ 세미나에서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사장과 이사회 등 공영방송을 이끌어가는 인사의 중요성을 설명하며 “어떤 인사들이 공영방송을 책임지느냐에 따라 뉴스 정상화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공영방송의 현실에 대한 혹독한 비판으로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지배구조 개선방안’이란 제목의 발표를 시작했다. 그는 “공영방송 뉴스 시청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실도 문제지만 시민적 의제설정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가운데 공영방송 제작자들이 절감하는 무기력함이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공영방송은 공중으로부터 선택 받지도 못하고 공중에 영향력을 미치지도 못하는 전면적 실패 상황”이라는 쓴 소리도 더했다.

이 교수는 ‘제대로 된 인사’를 차기 정부 공영방송 정책의 일차적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사장 임면 및 이사회 구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놨다. 그는 특별다수제(재적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 시 사장으로 추천하는 것) 등 꾸준히 제기돼 온 공영방송 이사회 개편안에 대해 “사장 임기를 보장해 정권 변화주기와 무관하게 임기를 유지하도록 하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사회 구성에 대해선 공영매체 및 경영전문가 등으로 이사진 자격 강화, 임기 단축, 보수 및 특권 축소 등을 대안으로 내놓으며 “공영방송 이사직은 특권이 아닌 전문성에 따른 봉사의 기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KBS와 MBC 양대 공영방송은 ‘최순실 게이트’ 부실 보도 등으로 최근 시민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방송화면 캡처
KBS와 MBC 양대 공영방송은 ‘최순실 게이트’ 부실 보도 등으로 최근 시민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방송화면 캡처

공영방송 전현직 종사자와 학계, 언론시민단체 관계자들도 이날 자신의 의견을 보탰다.

박성제 MBC 해직기자는 “공영방송 사장 선임 문제가 공영방송 핵심”이라는 데 동의한다며 “과거 MBC에서 쫓겨나다시피 한 손석희 보도담당사장이 만든 JTBC와 집회현장에서 ‘짖어봐’란 소리를 듣는 MBC의 상황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장을 비롯해 보도국장, 보도본부장 등 보도책임자 직선제 선출 같은 장치들로 공정보도와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영방송이 공공의 재원을 토대로 삼는 만큼 수신료 납부자의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최선욱 KBS 방송문화연구원은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현 상황에 대해 “수업료는 우리 아들한테 쓰고 있는데 옆집 애가 잘하는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공영방송 논의에서 국민, 엄밀히 이야기하면 수신료 납부자에 대한 논의는 없다”며 “이사회 의결 내용 공개 및 시청자 공공의견 청취 등 공영방송과 수신료 납부자와의 연계를 만드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영방송을 둘러싼 정치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동원 전국언론노조 정책국장은 “인사는 물론, 재원, 내용심의 등이 모두 국가영역 기관에 둘러싸인 현 체제 하에선 어떤 정권이든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이사회 구성 방법을 넘어 공영방송이 정치적인 영향력을 의지하고 있는 시스템 자체를 비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역시 “그 동안 미디어 거버넌스 논의가 방송감독 기구 내지는 이사회 구성 등 지나치게 얄팍한 수준으로 이뤄져 왔다”며 “정치권력들이 갈등하는 헤게모니 투쟁의 장인 미디어 시스템이 어떻게 하면 정치적 균형 상태를 효율적으로 달성할 것인지 근원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