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년도 안돼 잇단 검사 비리
정치권 공수처 추진 ‘내우외환’
우병우ㆍ이석수 수사도 난제
주변선 ‘정면돌파’ 조언 많아
김수남 검찰총장이 취임 1년도 안 돼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전ㆍ현직 검사들의 비리 파문이 끊이지 않는 데다, 정치권에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를 반드시 도입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그야말로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는 형국이다.
시작은 지난 3월 말부터였다. 이때 제기된 진경준(49ㆍ구속기소) 전 검사장의 ‘넥슨 주식 대박’ 의혹은 사상 초유의 현직 검사장 구속으로 이어졌다. 한 달 후쯤에는 ‘정운호 게이트’가 터졌고, 이로 인해 검사장 출신 홍만표(57ㆍ구속기소) 변호사가 형사처벌을 받았다. 홍 변호사가 검찰 수사를 왜곡한 정황은 나오지 않았으나 그가 다른 사건들에서 ‘몰래 변론’을 일삼아 천문학적 수임료를 쓸어 담은 사실이 드러난 것만으로도 검찰 조직은 상처를 입었다.
야권이 추진하던 공수처 논의에도 탄력이 붙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검찰이 독점할 수 없도록 하는 공수처는 그 동안 검찰개혁 논의의 단골 소재였으나, 검찰이 거세게 저항해 번번이 가로막혔다. 하지만 잇딴 검사 비리 파문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여기에 부장 검사의 상습적인 폭언으로 지난 5월 젊은 검사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검찰 개혁은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이런 가운데 김모(46) 부장검사의 ‘스폰서 검사’ 의혹은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김 부장검사는 검찰의 주요 보직을 꿰찬 엘리트 검사로 통했다. 그런 그가 수천만원 상당의 향응 및 금품 수수를 넘어, 사건 무마 시도까지 했다는 사실은 지난달 말 대검이 내놓은 자체 개혁안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우병우(49)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석수(53) 특별감찰관 관련 사건 수사도 검찰에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현 정권 실세가 수사대상인 것만도 부담인데, 청와대의 ‘수사 가이드’ 논란이나 ‘언론이 개입된 정치공작’이라는 의혹은 사건을 더 꼬이게 했다. 정치적 중립성 시비를 피할 수 있는 수사결과를 내놓기가 쉽지 않은 구도라는 얘기다.
한꺼번에 밀려든 이 모든 사태들은 결국 김 총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그는 최근 대검 참모들에게 “평정심을 잃지 말고 원칙대로 가자”는 말을 많이 한다고 한다. 전직 총장 등 선배들로부터 듣는 조언도 ‘정면돌파 하시라’는 취지가 대부분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한 간부는 “썩은 가지는 당연히 도려내야 하는데 어찌 보면 이제라도 드러난 게 다행”이라며 “총장님도 비슷한 생각 아니겠느냐”고 했다. 설상가상 위기에 처한 그가 과연 어떻게 난국을 헤쳐나갈지 이목이 집중된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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