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삶과 문화] 물고기의 즐거움과 다른 사람 이해하기

입력
2017.05.19 16:06
0 0

물고기의 즐거움을 아는 것이 가능한가. 그리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가능한가. 물고기의 즐거움에 비하면 사람 마음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둘 다 어렵지만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의 마음은 모른다고 하지 않는가.

장자와 혜자가 물고기의 즐거움에 대해 나눈 재미있는 대화가 있다. 둘이 호숫가를 거닐고 있었다. 장자가 말하기를 “물고기가 유유히 헤엄치고 있구나, 저게 물고기의 즐거움이지.” 이에 혜자는 “자네는 물고기가 아닌데 어떻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아는가”라고 물었다. 장자는 “그러면 자네는 내가 아닌데 어떻게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모른다는 것을 아는가”라고 되물었다. 혜자는 다시 “나는 자네가 아니니 본시 자네를 알지 못하네. 자네도 물고기가 아니니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지 못한다는 것은 틀림없네”라고 대답했다. 장자는 “자네가 내게 어떻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아는가라고 물은 것은 이미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안다고 여겼기 때문일세. 나는 지금 이 호수 다리 위에서 저 호수 밑 물고기와 일체가 되어 마음으로 그 즐거움을 알고 있었던 거네”라고 말했다.

만약 혜자처럼 논리적으로 따진다면 나는 타인이 될 수 없으니 나 이외 누구의 마음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장자와 같이 감성적 태도를 취한다면 다른 사람은 물론 물고기의 마음도 알 수 있다. 장자가 말하는 바는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입장이 돼 보라는 것이다. 감정이입을 해서 유유히 헤엄치는 물고기의 입장이 돼 보면 물고기의 즐거움도 알 수 있다.

사람은 다른 사람의 처지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타인에게 관심을 갖고 그를 이해하면 그는 더 이상 남이 아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시 구절이 있다. 자세히 그리고 오래 보면 관심과 애정이 생기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해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 언더스탠드(understand)를 풀어보면 상대의 아래에 선다는 것이다. 군림해서 위에서 내려다보면 이해할 수 없지만 아래에서 바라보면 상대를 이해할 수 있다. 우리 선현들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태도를 가르쳤다.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것이다. 서로 처지를 바꿔 생각하면 이해 못할 것이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혼율이 높은 나라다. 아시아에서 1위, OECD 국가 중 9위다. 이혼 사유 중 1위는 ‘성격차이’라고 한다. 부부가 아니라도 사람 간에는 성격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성격차이가 가장 큰 이혼 사유라는 것은 우리사회가 서로를 배려하는 톨레랑스와 상대를 이해하는 문화가 부족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상대를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은 경청(傾聽)이다. 기울 경, 들을 청을 써서 그냥 듣는 것이 아니라 귀 기울여 듣고 상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타인이 하는 이야기를 경청하도록 자신을 길들이고, 말하는 사람의 입장이 돼라”고 충고했다. 탈무드도 사람의 귀가 두 개고 입이 하나인 이유는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가르쳤다. 삼성의 창업자 이병철 회장은 매사에 말을 아끼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많이 경청할 것을 당부했고 “사람은 잘난 순서대로 말하는 게 아니라 잘난 순서대로 듣는다”는 말을 남겼다. 경청해야 이해할 수 있고 소통해야 공감할 수 있다. 누구나 자란 환경, 받은 교육, 살아온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사람의 수만큼 다양한 생각이 존재한다. 이해는 서로 다른 생각의 공존을 가능케 해준다. 새 대통령과 새 정부에게 주어진 국민통합이라는 지상과제도 다른 생각과 의견에 귀를 기울여 이해하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연구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