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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인질극… 17명 앗아 갔다, 피로 물든 파리의 사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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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인질극… 17명 앗아 갔다, 피로 물든 파리의 사흘

입력
2015.01.1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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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레랑스’(관용)의 나라 프랑스를 공포에 떨게 한 사흘 간의 테러는 9일 경찰 특공대의 진압 작전으로 막을 내렸다. 주간지 만평가와 기자 등 10명이 이슬람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살해당했고, 이후 벌어진 인질극 중 시민 4명이 목숨을 잃었다. 프랑스 경찰도 3명이 숨졌다. 피로 물든 파리의 사흘을 재구성했다.

파리의 숨통을 옥죈 동시 인질극

9일 이른 아침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를 저지른 사이드 쿠아치(34), 셰리프 쿠아치(32) 형제는 훔친 차로 도주하다 이들을 쫓던 경찰에 발견됐다. 도로에서 총격전이 벌어졌고 이때 사이드는 목에 총을 맞고 부상했다. 영화 같은 추격전 끝에 형제는 파리 북쪽의 드골공항에서 12㎞ 떨어진 담마르탱의 한 인쇄공장으로 피했다.

이들을 잡기 위해 투입된 약 9만명 군경 중 일부인 수백 명의 중무장 경찰이 공장 주변을 에워쌌다. 저격수들이 배치됐고 헬리콥터들이 하늘을 떠돌았다. 쿠아치 형제는 공장 안에서 인질 1명을 붙잡고 경찰과 대치했다. 오후 5시. 진압 작전이 시작됐다. 공장 안으로 최루탄을 던져 넣은 뒤 특공대가 총격을 가했다. “순교하겠다”고 공언했던 쿠아치 형제는 총을 쏘며 건물 밖으로 나왔고 바로 사살됐다.

이날 오후 나이지리아계 프랑스인 아메디 쿨리발리(32)는 자동소총을 난사하며 파리 동부포르트 드 뱅센의 유대인 식료품점에 진입해 약 20명을 붙잡고 또 다른 인질극을 시작했다. 쿨리발리는 쿠아치 형제를 놓아주지 않으면 인질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했다. 이 자리에는 쿨리발리와 동거 중인 하야트 부메디엔(26)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즉각 주변 도로를 포위하고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오후 5시 15분. 역시 경찰 특공대의 진압작전이 개시됐다. 경찰이 급습했을 때 쿨리발리는 저녁 기도를 위해 무릎을 꿇고 있었다. 쿨리발리는 사살됐고 인질이던 유대인 15명은 풀려났다. 4명은 경찰 진입 전 이미 살해된 뒤였다.

CNN 등에 따르면 한 생존자는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에서 “젊은 남자 인질이 쿨리발리의 총을 잡아채려다 사살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생존자는 “한 남성 인질이 범인이 계산대에 놓아둔 총을 탈취하려 했지만 총은 작동하지 않았고 그 자리에서 범인의 총에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이슬람 극단주의자 소행으로 추정되는 테러로 편집장 등 언론인 8명이 숨진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의 파리 사무실 앞에 9일 희생자들을 추도하는 꽃과 프랑스 국기가 놓여 있다. 프랑스 AFP통신 사진이다. 이번 테러의 동인은 물론 종교적 증오다. 서구 세속 사회가 관용하는 성역 없는 조롱의 자유가 이슬람 근본주의 시각에선 처단해야 할 신성 모독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민을 배격하는 서구 사회 분위기가 영향을 끼쳤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이슬람 극단주의자 소행으로 추정되는 테러로 편집장 등 언론인 8명이 숨진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의 파리 사무실 앞에 9일 희생자들을 추도하는 꽃과 프랑스 국기가 놓여 있다. 프랑스 AFP통신 사진이다. 이번 테러의 동인은 물론 종교적 증오다. 서구 세속 사회가 관용하는 성역 없는 조롱의 자유가 이슬람 근본주의 시각에선 처단해야 할 신성 모독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민을 배격하는 서구 사회 분위기가 영향을 끼쳤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니스 시민 수천명이 1일 '내가 샤를리'라는 문구를 들고, 해변을 따라 행진하고 있다. 니스=AEP 연합뉴스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니스 시민 수천명이 1일 '내가 샤를리'라는 문구를 들고, 해변을 따라 행진하고 있다. 니스=AEP 연합뉴스

주간지ㆍ경찰 테러 그리고 추격전

전날에도 프랑스 전역엔 긴장이 흘렀다. 오전 10시 30분 경찰이 쫓던 쿠아치 형제의 꼬리가 잡혔다. 도망자들은 파리 북부 빌레코트레의 주유소를 습격해 음식과 연료를 뺏아 달아났다. 그 일이 있기 두 시간 전쯤 파리 남부 몽루즈에서는 자동소총과 권총을 들고 방탄조끼까지 입은 쿨리발리가 거리에서 여자 경찰을 총으로 쏴 살해했다.

전율의 서막은 그 전날인 7일 오전 11시 30분에 시작됐다. 검은색 시트로앵 C3 자동차가 샤를리 에브도가 입주한 건물이 있는 니꼴라스 아뻬르 거리에 들어서면서부터다. 검은 옷에 검은 복면을 쓴 쿠아치 형제는 샤를리 에브도 사무실이 있는 10번지 건물을 찾아 유치원에서 아이를 막 데리고 온 이 주간지 여성 만평작가를 위협해 출입구 보안장치를 풀었다.

쿠아치 형제는 2층에서 편집회의 중인 직원들의 이름을 일일이 확인한 뒤 처형하듯 만평작가 등 8명의 언론인을 사살했다. 경호업무를 맡은 경찰과 방문객, 경비원도 목숨을 잃었다. 범인들은 도주하다 마주친 이슬람교도 경찰 아메드 메라베트도 처형하듯 사살한 뒤 경찰의 총구를 뒤로하고 유유히 빠져나갔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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