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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홍어로 치매 잡는 ‘생선껍질 박사’ 의 무한도전

입력
2015.10.07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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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껍질과 치매. 연관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어 보이는, 이 두 단어가 5일 한 문장으로 엮어져 나왔습니다. ‘홍어껍질에서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치료 소재가 개발됐다’는 해양수산부발 기사를 통해서 말입니다. (▶ 관련기사 보기)

일단 흥미가 갔습니다. 홍어 껍질은 간혹 사료로 사용되기는 하지만, 먹지 않고 버리는 부위입니다. 해양수산부 역시 ‘홍어의 껍질에서 PEFL펩타이드라는 물질을 찾았다’,‘이 물질은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예방함은 물론, 그 증상을 완화할 수도 있는 소재다’,‘치매 유도 물질을 투여한 실험용 쥐에 PEFL펩타이드를 주입했더니 치매 유도 물질 생성이 50% 억제되었고, 뇌세포 생존율은 56%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는 식으로 연구 성과를 전했습니다. 마치 쓰레기통을 뒤져 ‘신비의 명약’을 찾아낸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이번 성과를 낸 변희국(51) 강릉원주대학 해양생물연구교육센터 교수(해양생물공학과)의 이력이 눈길을 끕니다. ‘생선 껍질’ 전문가로 불려도 손색이 없는데요. “생선 껍질에는 콜라겐 성분이 많은데, 효소분해를 시켜보면 특정펩타이드가 나오는 특성이 있다”는 게 변 교수의 설명입니다. 애당초 생선 껍질을 고부가가치 원료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겠다 마음 먹고, 계속 연구를 해 왔다고 합니다. 이번 홍어껍질도 3년 전부터 연구를 시작했답니다.

그렇다면 치매 예방 소재가 홍어껍질에만 있을까요? 혹시 다른 생선 껍질에 대한 연구는 없었을까요? 변 교수는 “더 지켜봐 달라”고 말했습니다. 까나리와 비슷한 바닷물고기인 양미리, 우리나라 동해 북쪽바다에만 있다는 울릉도 특산종인 비단멍게(붉은 멍게)를 두고도 한창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국민 생선인 오징어 껍질에서도 치매 예방 소재를 찾아내기 위해 실험과 분석을 계속 해 왔다고 하네요.

혹시 모를 일입니다. 아직 단정 짓기에는 이르고, 여러 절차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지만 언젠가 오징어와 멍게에서, 양미리에서 치매를 예방할 신약의 원료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변 교수는 홍어 껍질에서 나온 PEFL펩타이드 소재에 대해 동물 실험을 한 번 정도 더 하고, 곧 임상실험에 착수할 계획입니다. “연구를 하다 보면 물론 결과가 안 좋을 수도 있겠지만, 이번 연구는 꼭 산업화에 성공해 국민들이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라는 게 변 교수의 포부입니다. 현재 치매 질환 관련 약물은 20여 종이 있는데, 아직 완전한 치료 예방약은 없다고 합니다. 지난 3년 간, 그리고 앞으로 또 몇 년 동안 ‘생선 비린내’ 가 가득할 변 교수와 연구팀의 연구소에서 ‘첫 번째 작품’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세종=남상욱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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