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계광장서 시민 1만여명 참석 "진상규명 함께해 달라" 국민에 호소
가족대책위 "여야 합의안 반대하진 않지만 미흡" 참여 보장 등 5대 제안
“진실을 위해 싸워 온 200일이었습니다. 슬픔과 고통을 안전사회를 만들기 위한 힘으로 승화시킬 때까지 이 싸움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일로 꼭 200일을 맞았다. 전날 여야가 우여곡절 끝에 세월호특별법에 합의했지만 진상규명의 출발점에 섰을 뿐 상처의 치유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날 전국 각지의 거리는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노란색 물결로 뒤덮였다.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와 국민대책회의가 이날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개최한 추모대회 ‘끝까지 밝혀줄게’에는 시민 1만여명(경찰추산 3,500여명)이 참석해 참사 진상규명에 국민들이 함께 해줄 것을 호소했다.
박래군 국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결국 특검으로 넘어가 미흡한 점이 많다”면서도 “정치가 실종된 시대에 유가족이 풍찬노숙하고 국민이 함께 해 만든 법인 만큼 첫 걸음을 떼고 나아가자”고 말했다.
이날 추모 공연에서는 단원고 고 권오천군의 형 오현씨가 무대에 올라 “다시는 힘 없는 동생으로 태어나지 말라”며 가수 김범수의 ‘눈물 나는 내 사랑’을 부르자 유가족들이 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추모대회가 끝난 뒤 유가족과 행사 참가자들은 청계광장을 출발해 종각과 을지로2가를 지나 서울광장 합동분향소까지 행진했다.
여전히 9명의 실종자가 바다에 잠들어 있는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도 시민들은 이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는 바람을 담아 노란색 풍선을 하늘로 띄워 보냈다. 진명선 가족대책위원장은 ‘참사 200일 팽목항 문화제’에서 “4월 16일 이전과 이후가 바뀌어 국민들이 안전한 대한민국에서 살기를, 거기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유가족들은 그렇게 살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이날 오후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 내 정부 공식합동분향소 앞에서도 추모식이 거행됐다. 유족과 시민 500여명은 묵념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오열했다. 추모식이 진행되는 동안 지난달 28일 참사 196일 만에 뭍으로 나온 295번째 희생자 단원고 고 황지현양도 친구들과 자리를 나란히 했다. 유족들은 위패와 영정을 합동분향소에 안치했다. 생존 학생 최모(17) 양은 유족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수학여행에서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잃어버린 채 돌아왔지만 대학생이 되고 직장인이 되어도 친구들과 함께 한 약속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세월호 참사 희생자ㆍ실종자ㆍ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는 2일 오후 안산 경기도미술관 강당에서 230여명이 모인 가운데 총회를 열고 지난 31일 여야가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안에 대해 “반대는 하지 않지만 성역 없는 독립적인 진상규명 보장을 위해 미흡한 점들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경근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여야 합의안이 지닌 적지 않은 한계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가족대책위는 4차례에 걸친 양당의 지난한 합의과정을 존중한다”면서 “다만 법안을 찬성하거나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 수용이나 조건부 수용과 같은 표현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고 판단해 법이 통과되도록 몇 가지 요구안을 제안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가족대책위는 ▦독립적인 진상규명 보장을 위한 미흡한 점 개선 ▦여야 대표, 정부대표, 가족대표 등이 진실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대국민 서약식 거행 ▦연내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구성 ▦시행령 제정 등에 가족의 적극적인 참여 보장 ▦보상과 지원 논의에 피해자 가족 참여 보장 등 5가지 요구안을 제안했다. 가족들은 3일 여야 대표를 만나 이날 총회 결과를 전달할 예정이다.
안산=김기중기자 k2j@hk.co.kr
한형직기자 hj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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